토끼 드롭스 10 - 번외편
우니타 유미 지음, 양수현 옮김 / 애니북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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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간만에 재미있게 본 만화였습니다. 

 

 30살 노총각인 다이키치가 외할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석했다가, 어쩌다 보니 외할어버지의 숨겨둔 어린 딸인 카가 린을 맡아 키우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노총각이 알지 못하던 아이를 갑자기 키우게 되면서 벌어지는 여러 에피소드가 훈훈하고 아기자기한 재미를 줍니다. 

 

 

 내용상으로 조금 구분을 해 보자면 린이 어릴 때인 4권까지와, 10년 후 고등학생이 된 린의 모습을 그린 5~9권까지로 대략 나눌 수 있습니다. 예외인 10권은 번외편 형식으로 작가가 못다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내용이고요. 

 

 린의 어릴적 천진난만한 모습을 그리는 4권까지는, 많은 사람들에게 치유물의 대명사로 꼽힙니다. 린이 다이키치와 함께 살게 되면서 점차 마음을 열게 되고, 소소한 일상에서 벌어지는 여러 에피소드와 천진난만한 린의 모습과 행동을 보게 되면 저절로 푸근해지는 기분이 들죠.


 




 그러나 5권에 접어들면서는 작품의 분위기도 약간 변화합니다.  린과 같이 살게 된 후로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고등학생이 된 린과 40살이 된 다이키치, 그리고 그 주위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일과 그들의 심경변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린의 학교 친구들 이야기, 소꿉친구와의 애매한 관계,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린의 진짜 엄마를 찾아가는 일, 고등학생이 된 린을 바라보는 다이키치의 복잡한 심경 등. 4권까지는 따뜻하고 발랄한 일상 코미디를 보는 기분이었다면, 5권부터는 하나의 드라마를 보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대체로 가볍고 밝은 분위기의 4권까지에 비해 5권부터는 작품의 분위기가 급변함에 따라 5권부터의 내용은 호불호가 많이 갈리기도 합니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후반부 또한 재미있게 봤습니다. 

 

 린의 어릴 적 모습을 더 보고 싶다는 아쉬움이 있기는 했지만, 고등학생이 된 린과 어느덧 40살이 된 다이키치의 관계를 보는 것 또한 꽤나 즐거웠습니다. 연출면에서 약간 투박한 느낌이 있기는 해도, 물흐르듯 유려한 스토리진행 덕분에 몰입감이 상당합니다. 

 


 

 작품 전체적으로, 스토리 진행이 전체적으로 밸런스있고 내용상에서 크게 어긋나는 부분 없이 매끄러운 스토리를 보여줍니다. 그림과 스토리면에 있어서 전반적으로 평균 이상의 수준을 보여줍니다. 

 다만 작화 면에서 약간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작가가 등장인물, 특히 남자 어른을 잘 못 그린다는 느낌이 든다는 겁니다. 단순한 선으로 그려내는 특유의 그림체는 하나의 스타일로써 받아들일 수 있고 그닥 나쁘지는 않지만, 인물 동세에 있어서 가끔씩 어색함이나 뻣뻣함이 느껴지기도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주인공인 린만은 기막히게 귀엽게 잘 그려낸단 말이죠. 본격 딸 키우고 싶어지는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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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박스판 - 전7권
미야자키 하야오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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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미야자키 하야오 그 자신이 영화감독이자 만화가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코믹스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영화를 만들기 이전에 원작 만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구상, 제작한 작품입니다. 1982년부터 1994년까지 몇 차례의 휴재와 연재를 반복하며 무려 13년간 연재되었으며 전 7권으로 마무리되었죠.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영화는 우리나라에도 꽤 알려져 있지만, 이 영화에 만화 원작이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영화를 한 번쯤 보았던 사람 중에서도, 막상 이 영화의 원작이 만화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이 작품은 미야자키 하야오가 만든, 거대하면서도 치밀한 세계관의 판타지 혹은 SF 장르의 만화입니다. 작품에서의 배경이 인류가 멸망한 천 년 후니까 장르구분상 포스트 아포칼립스물이라고도 할 수 있겠군요. 여튼 여러모로 굉장한 고전 명작입니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위대한 영화감독이었을 뿐만 아니라, 위대한 만화가이기도 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작품이죠.
 
 책의 복잡하면서도 치밀한 서사적 완성도뿐만 아니라 작화, 연출,구성, 몰입도 등 어느 한 구석도 흠잡을만한 구석이 없는 작품성 높은 만화입니다. 세세한 펜터지로 인물들과 배경을 미야자키 특유의 느낌으로 완성해냈죠. 그림들을 볼 때마다 그림의 완성도에 탄성이 나옵니다. 배경의 묘사나 인물들의 동세, 표정묘사, 컷 연출 등 만화 구성상의 모든 부분에 있어 여타 프로만화가들에 전혀 뒤지지 않는 그림실력을 보여줍니다. 

 다른 요소들을 제쳐두고, 미야자키 감독이 한컷한컷 정성들여 그린 그림들을 단행본 7권 분량이나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작화 자체는 굉장히 수준높고 안정감있어도 80년대 초반의 만화인 만큼, 조금 구시대적인 느낌이 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림의 밀도가 굉장히 빽빽해서 약간 가독성이 떨어지는 면도 있고요. 호불호가 많이 갈릴 듯한 그림체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쯤은 꼭 읽어봐야 할 작품입니다. 

 이 책이 가지고 있는 만화사적이나 상징적 의미 또한 매우 큽니다. 
그리고 적어도 이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라는 작품이 이후의 미야자키 작품에 미친 영향도 아주 크죠. 미야자키의 작품(영화)에서 줄곧 나타나는 요소인 싸우는 소녀, 비행기, 주인공과 함께하는 작은 동물, 환경보호적 메시지 등은 이미 이 작품에서 모두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이 미야자키 세계의 실질적인 시작이라고 볼 수 있는 거죠.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영화와 만화 모두, 그만큼 상징적인 작품인 거죠.

 흥미로운 사실이 있는데, 미야자키 하야오가 펜보다는 연필로 그리는 편을 선호했던 까닭에 이 만화 전체는 독특하게도 연필로 그려진 것이라고 합니다.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면 펜으로 그린 다른 만화들과는 느낌이 미묘하게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만화이기에 나타나는 특성, 그리고 영화판과의 차이점


 미야자키 하야오가 연재한 최초이자 최후의 장편 만화책이라는 점에 큰 의의를 가집니다. 분명한 시간적,화면적 제약이 존재하는 극장용 영화와는 달리 만화책이라는 매체는 분량적으로 더욱 자유로운 연출을 가능케 하기 떄문에, 이 책에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다른 영화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가치관과 사상이 더욱 깊고 자세히, 직접적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영화버전과 코믹스 버전을 보고 나면, 같은 소재의 작품이면서도 주제의식이 크게 다르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영화판은 만화의 2권까지의 내용을 축약, 재구성해 만들어진 것으로, 코믹스와 세계관이나 스토리는 거의 동일하지만 만화판의 3권 이후의 방대한 이야기를 담지 못해 결말이 달라지게 되고, 필연적으로 작품의 주제의식 또한 달라지게 됩니다.


 영화판은 통속적인 수준에서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이야기하고 상기시키는, 곧 '환경보호' 라는 주제에 그치는 데 반해, 코믹스판에서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넘어 그 관계가 붕괴되고 여러 관념이 혼재된 세계, 더욱 복잡한 세계를 다룹니다.
 또한 인간의 존재의의, 이상의 세계(유토피아), 종교에 기대는 사람들, 그리고 허무주의까지 넓은 요소를 다루며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그리고 작품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점차 선과 악의 구분 또한 모호해진다는 것이 영화와의 가장 큰 차이죠. 절대선, 절대악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또한 영화에서는 '자연'을 대표하는 나우시카, 그리고 '인간'의 입장을 대표하는 크샤나의 단순한 대립 관계가 이야기를 이끌어갑니다. 그에 비해, 코믹스에서는 그러한 관계가 해체되고 이야기가 보다 모호하고 복잡한 구조로 전개됩니다. 특히 영화에서 나우시카와 크샤나는 서로 대립하는 라이벌 관계라고 할 수 있는데, 만화에서는 서로의 생각에 공감해 같이 행동하는 '동료'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둘 다 '여성'이라는 위치에 있기도 하고, 주제적인 생각을 가지고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킨다는 성격상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등 서로 동질감을 느끼기도 하죠. 또한 영화에서의 크샤나는 나우시카의 '적'인 악역 포지션으로만 등장하는데, 만화에서는 보다 다층적이고 입체적인 성격을 보여줍니다. 만화에서는 영화보다도 상당히 매력적인 인물로 그려지죠. 이런 점을 봤을 때, 영화에서의 크샤나와 만화에서의 크샤나는 아예 다른 인물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영화판에서, 나우시카는 큰 감정의 기복이나 내적 갈등 없이 자연을 지키려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오무 또는 부해와 공존하는 데에 목적을 가지고 끝까지 달려나갑니다. 그러나 영화의 이후를 다룬 코믹스 3권부터 나타나는 나우시카의 캐릭터는 영화에서 나타나는 그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코믹스에서 나우시카는 외부의 적들뿐 아니라 자기 자신과 끝없이 투쟁합니다. 영화에서는 그저 심지가 굳고 직선적인 여성으로 나타났다면, 만화에서는 자신 안의 어둠에 삼켜 수없는 고뇌를 하고 심지어 자살 충동까지 느끼기도 하는 모습을 보여주죠. 자신만의 신념을 가지고 있지만 자신이 가는 길은 대체 어디인지, 길의 끝에는 무엇이 있는지 줄곧 방황하고 고민하면서도 결국은 극복하고 자신의 길을 찾으며, 사람들을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 과정에서 벌레몰이꾼(영화에서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등 주위 사람들의 도움도 받으면서 끝까지 나아갑니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추구하는 여성상


 부족의 중요한 사명을 띄고 길을 떠난 나우시카와, 작품 초반에 나우시카와 대립했던 토르메키아 군대를 이끄는 크샤나 왕녀가 모두 여자라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전쟁과 파괴에만 몰두하고 균열과 분쟁만을 일으키는 남자들과 달리, 극 중에서 여자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포용'이 바로 미야자키 하야오가 표현하고자 하는 가치인 거죠. 이런 미야자키 하야오의 가치관은 이후의 영화들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일관성있게 나타납니다. 







주제의식


 워낙 다층적인 서사구조를 지니고 있고 작품에서 의미하는 주제가 여러가지기는 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잘 드러난 메시지를 꼽아보자면 '자연은 결코 인간이 만든 틀에 순응하지 않는다'라는 것이고, 이것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 주제인듯 합니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있어서 또 다른 길을 찾아볼 수 있게끔 하는 식이죠.

 작품의 주인공 나우시카는, 전혀 새로운 관점에서 세계를 바라보며 자신의 생각을 관철하고,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길을 밟아가는 선구자적 위치에 서 있기도 합니다. 나우시카는 자신의 동료들이나 죽어가는 민중들 뿐 아니라, 자신과 적대하던 도르크의 황제까지 포용해 새로운 터전으로 인도합니다. 
 나우시카는 세상을 적대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양분하지 않습니다. 생명을 가진 대상 모두 그녀가 사랑하는 대상인 것이죠. 그녀는 작품을 읽는 독자에게 끊임없이, 생명의 목숨에 경중은 없다고 소리칩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다른 영화들과 다르게,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만화에서는 사람이 죽는 장면이 끊임없이 등장합니다. 사람이 죽는 것 자체가 전혀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듯, 음울하고 파괴적인 분위기의 시대상을 줄곧 보여줍니다. 특히 민간인들은 고위관료과 일으키는 전쟁에 의해, 또는 부해에 잠식당한 땅이 일으키는 독가스에 의해 마을 단위로 죽어갑니다. 마치 인간의 죽음이 벌레나 균류의 죽음과 다를 것 없다는 뉘앙스로 담담하게 묘사되기도 하죠.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들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요소들인, 참혹하게 죽어나가는 민간인들, 정치적 투쟁, 잔혹한 죽음 등의 요소가 많이 등장하는데, 이러한 요소들에 대한 하야오의 가치관과 생각들을 여러 차례 살짝이라도 엿볼 수 있다는 데에도 이 만화의 의의가 있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작품 내에서 "모든 생물은 살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 라고 말하는 한편, "수천 수억의 다른 생명체를 없애면서까지 인간이 계속 생존해야 할 의미가 있는 것인가?" 라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국 작품 속에서 그에 대한 명쾌한 대답은 나오지 않죠. 독자들이 만화를 읽고 직접 답을 내려보라는 듯이.

 



 기억에 남는 인상적인 대사가 몇 있습니다.

"오무는 14개나 되는 이런 눈으로, 이 세계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아마 이 검은 숲을 정겹고 따스한 세계라고 여기고 있겠지. 우리에겐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5분 만에 폐가 썩어 버리는 죽음의 숲인데…. <1권 13쪽>

"깨끗한 물과 공기 속에서는 '무시고 야자'도 이렇게 작고 귀여운 나무일 뿐이죠. 독기도 뿜지 않는다는 걸 알았어요." <1권 82쪽>





 가장 깊게 인상에 남았던 대사는 따로 있는데, 바로 마지막 권의 마지막 페이지, 마지막 대사입니다. 


"일어나서 걸어요. 아무리 힘들어도... 살아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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ストレッチ 1 (ビッグコミックススペシャル) (コミック)
ア キリ / 小學館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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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스트레칭 하는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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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AMICHI SUMMER WORKS (大型本)
あかね新社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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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한 만화잡지 `LO`의 표지를 10년 넘게 그려온 타카미치의 그림 콜렉션. 제목대로, 여름과 바다의 향취가 물씬 나는 그림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타카미치의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후회하지 않을 아트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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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野廣司 背景畵集 (單行本)
大野 廣司 / 廣濟堂出版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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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아이, 시간을 달리는 소녀, 마녀배달부 키키 등 여러 영화의 배경감독인 오오노 히로시, 그의 배경들이 실려있는 아트북. 보기만 해도 기분좋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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