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의 에마논
카지오 신지 원작, 츠루타 겐지 그림 / 미우(대원씨아이)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방랑의 에마논>은 그 <추억의 에마논>의 후속권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내용이 이어지기는 하지만 딱히 어느 걸 먼저 봐도 상관은 없어요.

 

 

 결론을 먼저 얘기하자면 - 볼 만은 했는데, 강한 인상을 남기진 못했던 작품. 사실 전작인 <추억의 에마논>이 워낙에 완성도 높고 밀도있는 작품이라서, 그에 비하자면 이 작품은 다소 부족한 면이 있습니다. 

 

 내용상으론 전 권의 분위기와 비슷한 짧은 에피소드가 하나, 그리고 그림은 많으나 글로 적기엔 짧은 가족 이야기가 하나. 전권 <추억의 에마논>에 비해 컬러페이지도 많고 좀 더 두껍지만, 막상 내용의 알맹이가 부족해서 아쉬운 책입니다.

 알맹이가 부족하다는 게, 메인 플롯이 되는 내용의 비중이 너무 적다는 점이죠. 에마논이 자신의 쌍둥이 오빠를 만나 대화를 하고 몰랐던 사실들을 알아가는 것이 메인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분량을 다소 적게 할당하다 보니 다 읽고 나서 약간 김이 빠집니다. 

 

 

 

 너무 술술 넘어가버려 빨리 읽어버렸는데, 뭣보다 내용 자체가 별 것 없네요. <추억의 에마논>이 쓸쓸하지만 제법 아련한 여운을 남긴 채 끝났다면, 이번 권 <방랑의 에마논>은 조금 읽다 보니 '뭐야 벌써 끝인가' 싶은 허무함과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래도 에마논은 여전히 예쁘장하니 좋습니다만.

 

 

 

 

 

 

 그리고 그 와중에도 표지는 여전히 예쁩니다. 속표지에는 같은 포즈로 서 있는 에마논의 어린시절 모습이 겹쳐져 있네요.

 

 저는 표지가 예쁜 책에 쉽게 현혹되는 편이라, <에마논> 시리즈를 봤을 때 도저히 안 사고 배길 수가 없었습니다. 굳이 살 생각은 아니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나니 어느새 책들이 제 방 책꽂이에 나란히 꽃혀있더군요.



 

 

 


 츠루타 겐지 작가는 늘상 해오던 대로 에마논의 쓸쓸함을 그리는 데에만 집중합니다.

 

 

 전권 <추억의 에마논>은 만화의 모든 컷이 시시각각 작품의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대사가 많지 않아도 속이 꽉 찬 만화였는데 이번 권은 굳이 없어도 상관없는 그림이 다소 있기 때문에 페이지를 낭비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드네요. 만화 내에 흐르는 분위기는 여전히 좋지만,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굳이 필요하지 않은 그림들이 많다는 얘기입니다.

 

 


 

 <방랑의 에마논>은 전권처럼 줄곧 평화롭고도 싱숭생숭한 가운데 쓸쓸하고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유지하지만, 한편으로는 밋밋한 감이 있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그 잔잔하고 때때로 외로운 분위기가 한껏 녹아있는 만큼, 그런 걸 즐기려는 독자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을 만한 작품이에요. 츠루타 겐지 작가의 매력적이고 농밀하기까지 한 그림들을 하나하나 즐겁게 감상하면서 읽는 것도 바람직한 독서 방법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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