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깊어간다
구효서 지음, 백진숙 그림 / 마음산책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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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ujoa 2006-06-09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만큼 다양하고 가슴 따뜻하게 만드는 인생의 이야기 들이 있습니다.
가난한 어린시절과 멀게만 느껴졌던 아버지, 동생을 위해 학업을 포기해야 했던 누나들, 고향사람들과 이웃 등 자신의 삶의 근원이 되어주는 이들의 삶을 통해 저자는 인생이 깊어가는 의미와 함께 진정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를 묻고 있다.
인생의 특별한 순간에 언제나 눅진하게 배어있던 슬픔과 설움,
가난의 기억을 작가 특유의 친근한 문장 안에서 잘 곰삭여냈다. 소설가의 산문집은 삶이 녹아있다.잔잔한 일화에는 지혜가 있고 인정이 있다.건조한 철학이 아니라 나도 모르게 마음에 전이돼 가슴에 스며드는 그런 가르침을 준다.그렇다고 억지로 무엇인가를 가르치려고 들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그러나 거기에는 분명 깊은 지혜와 그런 지혜를 담아들이게 만드는 느낌이 있다.
경기도 강화 출신이 1957년생인 구효서씨가 어린 시절 고향 마을을 중심 소재로 해설 꺼내보이는 자신의 이야기는 이땅의 40대 중년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폐부를 날카롭게 찌르는 아픔은 없지만 어깨를 들썩이는 흐느낌은 있었을 듯한 인내의 그 무엇이 담겨져 있다. 내용 하나하나가 자극적이지 않아서 좋다.더구나 일화 하나하나를 관조할 수 있는 작가의 여유가 있어서 좋다.무엇보다도 솔직하게 자신의 잘못을 꺼내보이는 용기가 있어서 좋다.
14세때 도회지로 나오기 전까지 전형적인 시골마을에서 자연을 벗삼아 물론 당시에는 어쩔 수 없어서 자연을 벗삼았겠지만 살았던 경험이 있는 이의 인생의 깊이가 묻어난다.그도 말했듯이 시간의 권력은 모든 것을 지워버리지만 기억의 힘은 과거를 현재에 되살려 놓는다. 막내 아들을 애지중지했던 어머니,원고지 몇장도 안될 만큼 말씀이 적었던 아버지,그리고 10남매가 태어나 결국 2남 4녀만 남은 형제들 이야기,북한으로 끌려간 외삼촌,굽은 허리가 유난했던 큰 고모,항상 명랑했던 이모,소설가인 초등학교 동창을 존경심으로 바라본 동창들,남서풍이 부는 여름이면 고향인 개풍군으로 연을 날려보낸 개풍아재,조카,사촌들,그리고 고향집의 많은 사람들 추억과 아픔을 함께 준 누렁이,추억이 어린 당산나무.......
구효서씨는 사물인 명사 하나를 통해 추억을 이야기하고 현재를 말한다.
"요구해도 배풀지 않고 베풀어도 요구를 그치지 않는 어지러운 봄은 다 가고,이제 삼가면서 다가가고 조심스럽게 껴안는 아름다운 봄만 세상에 찬란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