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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원의 행복 - 돈밖에 모르던 부자, 전 재산을 행복과 맞바꾸다
카를 라베더 지음, 손희주 옮김 / 나무위의책 / 2012년 6월
평점 :
저자는 누릴 것은 다 누려본 사람이다. 땀 흘려 창조적으로 일해 얻은 당당한 대가에 대한 가치도 잘 아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행복하지 않았다 한다.
이런 책에 대한 반응은 두 가지다. ‘지는 누릴 거 다 누려보고... 이제 배부른 소리 하는 거지.’ 아니면 ‘꽤 흥미로운데. 왜 이런 결정을 하게 됐을까?’
중요한 사실은 이 사람이 이제 내일 모레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 아직 살 날이 많이 남아 있는 40대 후반의 아저씨라는 점. 그는 자신의 전 재산을 ‘마이크로 그레디트’ 즉 서민들에게 소액 대출을 통해 자활을 돕고 그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설 수 있도록 하는 일에 ‘다 줘버리고’ 자신은 스스로 일을 해서 한 달에 100만원 정도를 받으면서 생활한다. 그렇다. 다 줬다. 재단을 세워 거기 이사로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줬다.
어릴 때부터 돈에 시달려온 사람이라면, 그리고 나름 성공한 사람이라면 악착같이 그걸 지키려고 대부분의 에너지를 사용한다. 그런데 이 사람은 깨달았다. 돈이 많아질수록 자기 속사람은 점점 불행해지고 있었다. 행복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여행도 다니고 돈도 벌고 했는데 그는 100억에서 행복을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남미 여행 중에 500유로(70만원 정도)의 돈으로도 일가족이 얼마나 행복하게 자립해 가는지 똑똑히 지켜보면서 행복은 부의 크기에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 책에서 말하는 100만원은 그가 자신의 존재에 걸맞는 삶을 살기 위해 선택한 라이프스타일을 통해 얻는 수입이다. 그러니까 꼭 100만원이 무슨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가 100억에서 ‘누리지’ 못한 행복을 100만원에서 ‘찾았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가 말로만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살고 있다는 점이다.
나는 이전에 10억만 있으면 내 영혼이 행복하고 든든하고 안전하리라는 기가 막힌 착각을 한 적이 있었다. 물론 아직도 그 착각의 망령이 나를 유혹하긴 하지만 지금은 “내 존재에 걸맞는 소유”가 나를 행복하게 한다는 사실을 더 확실히 알고 있다.
이 책은 “소유가 우리를 자유케 하리라”는 신자유주의의 복음에 물든 사람들에게 ‘행복을 찾는 전혀 새로운 방식’이 있음을 알게 해준다. 우리에게 꽉 막혀버린 한 가지 길이 아니라, 창조적으로 인생을 즐거워하는 대안이 있음을 넌지시 일러준다. 시종일관 흥미 있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도 참 재미있다. 강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