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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들리에
김려령 지음 / 창비 / 2016년 6월
평점 :
창비 '단편하게 책읽는당'을 신청하고 당첨되어 받은 단편소설 <미진이>. 부끄럽지만 사실 김려령의 소설은 처음 읽어보았다. 문체가 쉬우면서도 가볍진 않아서 마음에 들었다. 김려령의 다른 작품이 궁금해지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미진이>의 등장인물은 10대 딸과 그 부모이다. 엄마의 표현을 빌리자면 '건방이 도를 넘은''무슨 근거로 그렇게 당당'한 지 알 수 없는 10대의 딸과, 그저 참고 다른 가족들이 하자는대로 해왔던 엄마, 그리고 가족간의 갈등이 있을 때마다 방관자적 입장이었던 무기력한 아빠. 여느 때처럼 과외를 다니겠다, 아이패드를 사달라, 피아노를 그만 치겠다며 제 혼자 결정하고 통보하듯 부모를 대해왔던 딸은 그 자신을 더이상 용인해주지 않는 엄마의 태도에 화를 내고 집을 나가버린다. 엄마 또한 늘 어르고 달래듯 키우던 딸에게 '니가 뭔데 네 결정을 부모한테 함부로 통보'하냐며, 너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며 건방떨지 말라며 폭언과 막말을 한다. 이 부분을 읽으며 개인적으로 뜨끔하기도 했고, 놀랍기도 했다. 다들 엄마와 딸 사이는 친한 친구같다고 말하지만, 그 말이 틀린 건 아니지만 친한 친구가 되는 과정에서 다신 안볼 사이처럼 싸운 경험또한 많을 것이다. 나와 나의 엄마 사이또한 그렇고. 책 속에서 엄마가 딸에게 했던 거친 말들도, 다소 거칠긴 하지만 전부 진심은 아니다. 지금은 그 것을 알지만 10대 시절에는 얼마나 서로를 소름끼쳐하고 싫어했던가. 나와 내 엄마의 이야기같아서 웃음이 피식 나오기도 했다.
또한 평범하게 사는 10대 여고생의 관점에서 엄마와의 불화라는 문제에 대해 세심한 심리묘사를 한 것도 너무나 맘에 들었다. 나를 죽임으로서 복수를 하고 싶을 만큼 그 문제가 그 당시엔 얼마나 심각한 문제였던지. 당장 잘 곳이 없고 먹을 것이 없는 상황을 겪어보지 않은 대부분의 평범한 10대가 부모와의 갈등으로 가출했다고 하면 기성세대는 꼰대같은 시선으로 '배가 불러 그렇다'라고 말했을 지도 모른다. 만약 작가가 그런 관점을 취했다면 소설의 재미가 크게 반감되었을 것이다.
이 소설의 여주인공 이름을 딴 <미진이>가 제목이지만, 그 이야기는 지은이 이거나 은영이, 은미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어제까지 10대였던 듯 공감을 이끌어내는 생생한 심리묘사가 마음에 들어서 다른 단편소설들도 기대되게 하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