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적 공범자들
임지현 지음 / 소나무 / 2005년 1월
품절


미디어가 만들어놓은 이미지 전쟁에서 벗어나 보면, 9.11 테러의 진정한 승자는 미국의 국가 권력과 탈레반 민족주의이며 미국의 평범한 시민들이나 아프간의 죄 없는 민중들이나 패자이기는 마찬가지라고...,-9쪽

적대적 공범자들 : 서로가 서로를 배제하고 타자화하면서도 동시에 서로가 서로를 강화하고 정당화하는 각 민족주의들 간의 관계

적대적 공범관계가 전후 동아시아의 국제질서를 움직이는 막후의 힘이었다.-10쪽

민족주의의 '적대적 공범 관계'는 비단 동아시아의 국제 질서를 규정할 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각각의 국가 권력이 민중을 규율하고 지배 헤게모니를 재생산하는 주범이었더. '적대적 공범 관계'의 고리를 끊는 작업이 우선되어야 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이다.

외부적으로는 외교 마찰을 최소화하면서 내부적으로는 시민사회의 자발적 동의 아래 민족주의적 규율 권력이 강화되는 양상이 나타남.권력의 규율에서 자유로운 밑으로부터의 동아시아 민중 연대를 향한 첫 걸음이 이 '적대적 공범 관계'의 고리를 끊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11쪽

제국을 향한 저항 민족주의의 욕망을 통해 저항 민족주의가 제국이 만들어 놓은 게임 규칙에 종속된다.-12쪽

중요한 것은 중심의 문명 담론도 주변부의 민족 담론도 아니다. 이들이 맺고 있는 '적대적 공범 관계'의 고리를 끊어버리고 제국이 만들어 놓은 게임 규칙을 거부함으로써, 서구 중심적 근대를 넘어서는 새로운 해방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작업이 요구되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숨어있는 헤게모니를 찾아내서 드러내야 한다. 중심의 권력과 주변의 권력이 맺고 있는 은폐된 동맹 관계로서의 '적대적 공범 관계'를...-13쪽

911 테러의 역사적 의미는 미국의 공화주의적 민족주의가 주변부의 종족 민족주의보다 더 진보적이라거나 민주적이라는 허구를 발가벗겼다는 데 있다. 빈 라덴의 민족주의나 미국의 민족주의나 서로에게 '집합적 유죄'를 선고하고, 악마 집단이라는 허구의 정체성을 덧씌우기는 마찬가지이다. (좌파의 포섭)-25쪽

좋은 헤게모니가 나쁜 헤게모니에게 승리한다고 해서 세상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것은 안지다. 권력을 장악해서 혁명군으로 바뀌는 것이야말로 사파티스타 해방군에게 벌어질 최악의 시나리오라는 마르코스의 혜안.-31쪽

이 땅에서 '진보'로 표상되는 민족적 좌파가 지배 담론인 민족주의를 공유함으로써, 결국 국가 권력의 헤게모니에 포섭된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자아낸다. 권력이 만든 규칙을 따르는 게임의 승자는 늘 권력이기 때문이다.-33쪽

한국의 노동 운동이 지닌 헤게모니적 성격. 그 해방의ㅐ 운동 안에서 또 다른 권력 혹은 헤게모니를 지향하는 싹이 자라고 있었다. <밥,꽃,양>의 사례-35쪽

일상의 소소한 욕망을 접고 보편적 해방과 혁명에 헌신하는 노동자는 엘리트 좌파 지식인들이 만든 이론적 노동자일 뿐, 현실의 노동자는 아니다.

노동자들의 현실적 삶은 국가 권력을 거부하는 자율적 일상 세계와 권력이 만든 '내적 식민지'의 경계를 넘나드는 유동적인 것이다. -36쪽

사법적 정의를 확립한다는 차원을 넘어서, 사적인 차원에 머물고 있는 희생자의 기억을 드러내어 공적 기억으로 전환한다는 문제의식이 필요하다.

역사 속에서 궤적으로 행해진 범죈즌 분명 사법적 심판의 대상이다. 그러나 역사는 심판될 수 없다.-49쪽

드러나는 범죄는 아니지만 일종의 공동의 책임감이라는 도덕적 죄의식이 독일인들의 전통 속에 자리잡아야 한다. - 카를 야스퍼스-45쪽

1951년 서독의 여론조사. 히틀러 집권 이후 2차 세계 대전 발발까지가 독일이 가장 잘 돌아가는 시대였다. 그들은 소수의 전범들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움으로써 나치의 역사적 책임에 대한 면죄부를 부여받은 셈이다.-44쪽

식민주의 과거에 접근하는 한일 역사가들의 문제의식은 대체로 민족을 경계로 고착된 전선에 갇혀 있었다. 서로의 문제의식과 연구가 상호침투하여 전선의 교착상태를 돌파하기는 커녕, 완강하면서도 끈질긴 그 민족적 '진지전'의 중요한 이데올로기적 생산 기지로서 존재해 왔다.-52쪽

그것은 제국 대 식민지라는 '아픈 과거; 떄문만은 아니다. 해방 후 혹은 전후 60년, 과거를 인질삼은 그 60년의 '아픈 현재'가 낳은 산물이라고 보는 게 더 타당할 것이다. 과거에 대한 학문적 질문자로서가 아니라 '아픈 현재'를 낳는 정치적 공범자로서 동아시아 역사학을 직시해야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객관성의 담론이 자기 논리를 정당화하고 각자의ㅐ 민족적 진지를 강화하는 무기로 사용된 지 이미 오래이다. 상호 이해를 도모하고 공감대의 폭을 넓히기보다는, 상대방의 논리를 배제하고 자신의 역사관을 강요하는 논리의 폭력이 객관성의 은유 아래 숨어 있었던 것이다.

기본적으로 그것은 '국민의 역사'를 만들어내는 공정이 아니었다 싶다.-53쪽

식민주의의 '세습적 희생자'라는 의식에서 벗어나 우리 자신도 식민주의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자기 성찰을 새로운 준거틀로 정립하자는 것이다. 더 이상 식민지 세대의 역사적 고통을 빌미로 자신의 현재와 미래를 정당화하지는 말자. -55쪽

나라 없는 백성의 고통을 다시 겪지 않기 위해서는 지도자가 이끄는 민족적 단결과 강성 대국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권력 담론 앞에서 해방의 담론은 무기력할 수 밖에 없다. 세습적 희생자 의식을 축으로 형성된 집단적 기억은 강력한 민족 국가에 대한 갈망을 낳고, 시민 사회에 대한 국가 권력의 헤게모니를 강화시켜주는 기제. -57쪽

고통과 희생을 직접 겪은 '우리' 만이 그 과거를 이해할 수 있다는 이 배타적 인식론은, 세습적 희생자 의식을 공유하지 않는 타자와의 소통을 원천적으로 배제함으로써 밖으로부터의 비판에 빗장을 걸어 잠근다.

'탈식민'의 전제는 그들 친일파의 청산이 아니라, 식민지의 보통 사람들에게 제국 '일본'으로 표상되고 내재화된 가치 체계를 전복하는 데 있다.-56쪽

세습적 희생자 의식이 밖으로 향할 떄 그것은 제국주의에 대한 근원적인 비판보다는 선망의 시선이 담긴 한탄조의 비판으로 이어진다.

일본의 식민주의가 정상적인 근대로의 이행을 가로막았다는 인식의 밑바닥에는 사실상 유럽 자본주의를 보편적 역사로 간주하는 유럽 중심주의가 숨어 있다. 결과적으로 그것은 반식민주의적 정치 지향에도 불구하고, 메이지 유신의 모방 또는 그것이 모방했던 유럽 중심주의 혹은 오리엔탈리즘의 재모방에 지나지 않았다.

'제국=집합적 유죄=악의 표상' 대 '민족=집합적 무죄=선의표상'이라는 이분법적 구도가 제국과 근대에 대한 선망과 동경을 가리고 있을 뿐.-58쪽

바우만 : '포위된 요새'의 사회 심리는 정부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기제가 됩니다. '포위된 요새'를 강화하여 포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국가나 정부에 힘을 모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 국가만이 정통성을 지키는 유일한 기제라는 논리.'포위된 요새' 신드롬이 자리 잡으면, 사회에 대한 국가의 지배권이 강화되기 마련입니다. 국가만이 사회를 ㅗㅇ합하고 질서를 생산하는 유일한 요소로 자리잡는 것이지요.-79쪽

아렌트가 말한 '집합적 유죄'는 자신이 직접 행한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이름으로 저질러진 일들에 대해 사람들이 느끼는 죄의식 같은 것을 지칭한 것이지요.

피해자가 가해자와 같은 게임의 법칙, 같은 논리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되풀이 하는 꼴이 됩니다. 기존의 대립 구도를 부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 입장을 뒤바꿔서 내가 가해자가 되겠다는 발상입니다. -81쪽

신분제/반상제가 있는 사회에서 민족이라는 개념이 성립한다는 건 이렇듯 불가능하다는 얘깁니다. 이런 것만 봐도 민족이란 건 결국은 법 앞에서 모든 시민은 평등하다는 선언이 있고, 신분제가 폐지되고 근대 국민 국가와 근대 시민권이 확립된 다음에야 비로소 나타난다는 거죠.-111쪽

내셔널 히스토리에서 어딜 가나 발견되는 특징은 지금의 국민국가를 정점으로 하고, 과거의 역사를 지금의 국가가 만들어지는 발전 과정으로 본다는 것입니다.-112쪽

"전통은 여러 세대에 걸쳐 지속된다는 단순한 사실로붜가 아니라, 현재를 과거에 얽어매는 끈을 확인하기 위해 수행되는 끊임없는 해석 작업으로부터 도출된다."

전통에 대한 문화적 민족주의의 집착은 식민지 조선의 문화적 우월성을 앞세워 일본 제국주의의 물질적 우월성에 맞설 수 있는 대항 담론을 만들려는 시도였다고 생각된다.-171쪽

민족 구성에서 시민적 주체를 사상시킴으로써 영어의 네이션 보다는 사실상 독어의 폴크에 가까운 것이었다.

대부분의 민족주의자들이 공유했던 혈연적 민족개념은 곧 유기체적 민족이론과 결합했다. 민족은 그 자체로서 이미 존재하는 실체적 본질이며, 영속하여 흐르는 생명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개인의 존재가 민족의 특성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민족의 특성이 개인의 존재를 규정했다.-169쪽

'프로이센 적 길' 농업 혁명의 부재와 봉건 유제의 완강한 존속, 자본주의 발전의 지체와 그로 인한 부르주아의 비혁명적 타협성. 봉건 귀족의 주도로 동유럽의 민족 운동 시작. 프랑스의 부르주아가 가졌던 정치,사회 해방이 결여됨.-167쪽

미족주의의 이 새로운 담론 체계에서 중요한 것은 이제 언어나 문화 등 민족 구성의 원초적 요소들이었다. -166쪽

'두려움의 제국'이 갖는 힘의 근원은 제국에 대한 아래로부터의 적극적인 지지와 동의에 있다.
대중의 국민화. 만들어진 국민에 대해서도 끊임없는 재국민화가 요구.
9월 11일을 국민적 추모일로 정하고 세계 무역 센터를 새로운 국가적 상징으로 만들려는 시도, 애국주의적 역사교육의 강화 등과 더불어 미국의 미디어가 전개한 이미지 전쟁은 바로 이런 재국민화 과정의 일환이다.-139쪽

현실 운동으로서의 민족주의는 국가주의와 민족주의의 고정된 경계에 갇혀 있기보다는 끊임없이 그 경계를 넘나드는 것이다.-138쪽

일반의지로 표상되는 민족/국민의 의지 그 자체는 제헌 권력, 곧 헌법을 구성하는 권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족 국민은 무엇이든 임의로 욕망할 수 있고, 그 욕망은 헌법과 동일한 법적 가치를 지닌다. 그것이 곧 주권자의 의지이기 때문이다. 개개인의 욕망이 민족/국민의 욕망과 충돌할 때, 개개인은 자신의 욕망을 민족의 욕망에 종속시킬 수 밖에 없다.

"전체와 결합된 개인은 단지 자기 자신에게만 복종하는 것이 되어 예전과 마찬가지로 자유롭다" 루소-149쪽

동등한 시민의 결사로 구성된 애국적 공동체

공동체의 규범 속에 용해된 개인적 자유라는 개념의 곡예를 통해 이들은 집단 성원들의 헌신적 애국주의와 개체적 자유를 동시에 껴안았던 것이다.-164쪽

낭만주의가 신고전주의 철학에 기초한 계몽사상을 대체함. 피히테, 아른트
민족주의의 이 새로운 담론 체계에서 중요한 것은 이제 언어나 문화 등 민족 구성의 원초적 요소
-165쪽

민족주의는 제국주의에 저항하는 '우리'라는 저항 주체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지맍, 운명 공동체적 단일성이라는 기치 아래 강제적 동원을 정당화 하는 잠재적 위험성을 내포했다.-175쪽

식민지 해방을 뒷받침하는 민족 정체성이 독립을 계기로 전제적 일체성의 억압 구조로 바뀔 위험성이 높다.-177쪽

식민지 혹은 반식민지 상태의 주변부에서 사회주의가 환영받은 것은, 그것이 서구 자본주의를 능가하는 급속한 산업화의 수단이라는 점 때문만으ㅜㄴ 아니었다.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주변부가 자본주의의 방식을 빌지 않고 자신의 방법으로 근대화를 달성할 수 있다는 점.

"사회주의는 전통주의도 아니며 서구주의도 아니다." 비버커난다.-180쪽

'해방'으로서의 근대는 상실되었으며, 권력의 입맛에 맞게 취사선택한 전통이 서구적 '해방'을 대신했다. 민주주의와 자유에 대한 열정은 무분별하게 서구를 추종하는 사대주의로 차치되었고, 본받아야 할 전통적 덕목으로서 위계 질서를 정당화하는 충효 사상이 강조되었다.

전통적 사회 원리와 근대적 경제 원리가 공존하는 '비동시적인 것의 동시성' -185쪽

권력 담론으로서 민족주의가 실천적 힘을 갖기 위해서는 민중의 자발적 동의가 전제-187쪽

고정된 국민적 공동체가 아니라 끊임없이ㅐ 움직이고 유동적 경계를 지닌 '봉합되지 않은 공동체'인 것이다.-158쪽

권력이 주도하는 배제와 폭력에 의한 전일적 '국민화 전략'을 부정하고, 차이를 인정하면서 민주적이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민중의 자발적 의사에 따라 밑에서부터 권력을 견제하고 공공 영역을 만들어가는 '시민 사회적 전략'이다. 그것은 포섭과 배제의 이중적 메커니즘을 거부하고, 사회 구조에서부터 일상 생활에 이르기까지 다층적 민주주의를 동반한다.-192쪽

파시즘이 유력한 정치 운동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의회제와 대의 기구들을 거부하는 대신 대중의 직접 민주주의를 표방했기 때문이다.-207쪽

근대의 독재 권력은 문명화된 판옵티콘의 전방위적 감시 체제 뒤에 자신의 권력을 숨기고 자발적인 지지의 외양을 얻고자 노력한다.

대중의 물적 필요를 최소한이라도 충족시켜야 한다는 것은 이제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권력의 전제 조건이 된 것이다.

"성공적인 권력은 인민의 신화를 공유해야 한다." 르봉-208쪽

피지배 계끕의 사회 문화적 경험 속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작동하는 지배 헤게모니의 결과

지배와 헤게모니라는 비동시적 개념의 동시성

대중의 일상 생활 속에 깊이 침투하여 대중의 생활 세계를 식민지화하고 파시스트 아비투스를 공고히 함으로써 헤게모니 효과를 극대화한다.

아래로부터의 독재는 일차적으로 사회 보장 정책이나 대규모 공공 사업을 통한 실업의 축소, 실질 임금의 증대 등 근대화와 산업화의 성공적인 진전이라는 물적 기반을 갖고 있었다.-209쪽

파피스트 정치의 종교적 차원.

국가, 민족, 인종, 프롤레타리아의 신성화, 상징과 집단적 의례의 체계적 사용, 집단에 대한 광신적 헌신과 적에 대한 무자비한 증오, 대중의 열광과 갈채, 지도자 숭배와 같은 <정치 종교적 특징들>

대중 독재의 정치 종교적 성격은 기본적으로 근대의 산물. 그것은 정치가 전통 종교로부터 자율성을 획득할 때 나타나는 것. 대중은 국민이 된다.

정통파와 이교도라는 수사를 통해 배재와 포섭, 적과 동지의 이분법을 정당화. 대중 민주주의 장치들이 아래로부터의 자발적 동의를 견인해내고, 결국에는 대중 독재를 정당화하는 지배 장치로 변화.

내면화 => 합의 독재-217쪽

국민 만들기는 기본적으로 다양한 의지와 욕망을 지닌 '다중'을 단일한 의지와 욕망을 지닌 통일된 인미느이 집합체로 만드는 것. 집합적 의지로서의 '일반 의지'는 자연스레 '민족의 의지; 혹은 '국민의 뜻'으로 전화 국민의 뜻은 그 자체로 제헌 권력, 즉 헌법을 구성하는 권력이 된다.-222쪽

파시즘이 표방하는 참여적 대중 민주주의는 역사적 전제로 신분의 벽을 넘어 법 앞에서의 평등을 선언한 시민을 요구한다.-221쪽

주권 독재는 스스로가 권력을 구성하기 때문에 자가 발전이 가능하며, 따라서 영속적이다.-223쪽

인민이 다중을 재현하고, 국민이 인민을 재현하고, 다시 국가가 국민을 재현하는 재현의 연쇄 과정

첫째 비유럽 세계의 원주민을 타자화
둘 째 특정한 헤게모니 집단, 인종 혹은 계급이 단일한 의지와 이해를 지닌 국민의 이름으로 전체주민을 대표.
타자화의 문제-224쪽

재생적 민족주의

파시즘은 요컨대 고대의 영광에 대한 단순한 향수가 아니라, 그것을 근대화 및 산업화와 결합시킨 것이었다.-228쪽

국민주권이라는 추상기계가 양자의 핵심에 있다. 주권 국가의 근대성을 극단적으로 밀고 나아간 결과

국민주권 개념은 대중 독재 프로젝트에 대한 대중의 자발적 참여와 동원을 이끌어내는 사상적 기제였다.
현실 속에서가 아니라 민족 공동체에 소속되어 정치에 참여하고 있다는 느낌을 통해서.

인간의 실천을 유도하는 것은 현실 그 자체가 아니라 인식된 현실-233쪽

물질적 차원의 근대화 - 대중독재의 물적 기반 제공
인민주권론 - 이론적 기제
종교화된 정치 - 추상적 이론의 차원을 넘은 인류학적 차원의 문화적 지렛대
-234쪽

근대의 국민국가나 주권 논리의 한계를 드러내고 그것을 비판하는 데에는 일정한 효과를 가지지만, 근대적 주권을 대신할 새로운 권력 형식을 제시하지는 못했다는 한계를 갖는다. 이 글이 갖는 한계가 아니라, 내 생각이 짧기 때문이다. 내 자신이 근대의 자식이면서 근대를 넘어선다는 노력이 시지포스의 노동인지도 모르겠다.

민족주의에 기초하든 맑스주의에 기초하든, 전진하겠다는 선의가 현실에 대한 복합적인 이해를 압도하는 상황은 이제 벗어나야 한다.-2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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