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내민 남자 2
우영창 지음 / 오프로드 / 2023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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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자 평으로는 부족한 것 같아, 다소 긴 리뷰도 남겨본다. 


요즈음의 문학과 에세이 글들을 읽으며 내게는 아쉬움이 있었다. 똑똑한 사람들, 배운 사람들, 자기 치유를 꿈꿀 정신적,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에게 국한된 글들의 행렬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내가 믿는 문학, 내 안에 있는 문학의 진정한 순기능은 바로 보편성이었고, 모두를 위한 이야기였는데, 요즘의 문학들은 영웅적이고 아름다운 개인을 향한 판타지, 자기충족적 연대가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소설은 달랐다. 별 볼 일 없는 사람들, 앞으로 삽십 년을 더 살든 사십 년을 더 살든 별볼일 없는 건 마찬가지에, 오히려 더욱 조잡한 풍경으로 세상 어딘가에 겨우 자리나 차지하고 굴러먹다 삶을 끝낼 것만 같은 그런 사람들의 세상을, 이 소설은 너무나 생생하게,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아름답게 엮어내고 있었다. 박진감과 서사적 호흡의 꼼꼼함 또한 그 수준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나는 저자가 왜 이렇게 '쓸 데 없는' 짓을 했을까 고민하기도 했지만, 그 쓸 데 없는 짓이, 쓸 데 있어보이는 짓들보다 훨씬 더 숭고할 수도 있는, 인간주의 자체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세상은 정글, 삶은 자비롭지 않다. 능력 없는 이,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잃은 이, 자기의 자리를 잃어 이름과 존엄까지 함께 잃은 이에게 세상은 그 자체로 잔혹한 칼이자 두꺼운 이민 장벽에 다름아니다. 우리 모두는 세상의 그런 얼굴을 피해가고 싶어하지만, 바로 그런 잔혹한 초상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받아들이고 사랑해야 할 것이라는, 교훈 아닌 교훈이 내 안에 울려퍼질 때쯤, 나는 책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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