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글쓰기 - 혐오와 소외의 시대에 자신의 언어를 찾는 일에 관하여
이고은 지음 / 생각의힘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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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고통]

글쓰기 책을 읽었다. 글이 술술 써지기는커녕 뭔가 보여줘야 할 것만 같은 압박감에, 미루고 미루다 이제야 쓴다. 지금도 한참을 머뭇거리고 있다. 저자가 느꼈을 부담감에 비하면 하찮은 것일 테지만 영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좋은 책에 화답하는 좋은 글을 쓰고 싶은 욕심이 오히려 글문을 가로막고 있는 듯하다. 과한 욕심은 내려놓고 다시 꿋꿋이 글을 써보자.

[나의 언어를 찾아서]

나는 왜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일까?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이 일련의 과정을 거듭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처음에는 단순히 '책읽기'가 목표였다. 그저 꾸준히 책을 읽는 사람이 되려 했다. 허나 글 쓰는 맛을 알아버린 지금은 '책읽기'보다 '글쓰기'에 매진하고 있다. 책을 빛나는 주인공으로 연출하길 원했을 출판사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나의 서평에서 책은 소품에 불과하다. 정물화를 그리듯 빛과 그림자 모두를 담아낸다. 그리고 주인공인 '삶'과의 연결고리를 찾아 한 편의 글을 완성시킨다. 책이라는 글감으로 글 쓰는 훈련을 하고 있는 셈이다. 어쩌면 나의 언어를 찾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기존의 글쓰기 책과는 다른]

책「여성의 글쓰기」는 잘 쓰는 법을 쭉 열거하는, 흔한 방식을 취하지 않는다. 저자는 자신의 글로써 직접 보여준다. 어떠한 틀에 맞춰 천편일률적인 글을 쓰도록 강요하기 보다 자신의 고유한 언어를 찾아 자신만의 글을 쓰게끔 격려한다. 전자가 남성성이 강조된, 흔한 글쓰기 책이라면 후자는 여성성을 강조한 글쓰기 책일 것이다. 그렇다고 무엇이 우월한 글쓰기인가를 따지는 책은 아니다.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소외된 여성의 글쓰기를 세상 밖으로 꺼낸 하나의 목소리일 뿐이다.

[여성의 삶을 말하다]

저자는 "글쓰기는 여성에게 최적화된 노동이다."(8쪽)라고 말한다. 억압적인 여성의 삶 속에서 그나마 자유로이 행할 수 있는 노동이기 때문이다. 세상과 단절된 채 아이에게, 가족에게 맞춰진 여성의 삶은 자기 정체성을 잃어버리기 쉽다. 그래서 '나'를 잃지 않기 위해, 나와 저자를 포함한 다수의 여성들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닐까. 글을 쓰는 순간만큼은 온전히 '나'가 될 수 있으니. 여성이 글쓰기 적합한 SNS 공간도 있겠다, 글쓰는 맛을 본 여성이라면 해방감을 주고, 자신의 존재를 확인시켜 주는 글쓰기를 결코 중단할 수 없을 것이다.

[더 나은 삶을 말하다]

엄마가 되고 나니, 의도치 않아도 여성의 소외를 말하게 된다. 엄마가 된 여성들에게 소외는 더 이상 누군가의 문제가 아닌 일상이기에. 이전에 비하면 여성의 지위가 상승했을지 몰라도, 여전히 여성들은 소외로 고통받고 있다. 한편 저자는 소외의 경험에 대해 이와 같이 말한다. "이 경험들이 없었다면 나는 세상을 다르게 보는 방법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더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고, 그들의 입장에 서는 상상을 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 채 살았을 것이다.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것임을 몰랐을 것이다."(133-134쪽)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시작한 개인의 글쓰기가 더 나은 삶을 외치는 사회적 글쓰기로 이어지는 것은 모든 글 쓰는 사람의 숙명일 테지만, 여성의 글쓰기는 보다 소외된 이들에게 귀를 기울이는, 모두의 평등한 삶을 위한 외침에 더욱 가까워 보인다. 즉, 이 땅의 모든 아들들을 위해서도 여성의 글쓰기는 장려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니 여성들이, 특히 엄마들이 이 책을 읽고 당장 글쓰기에 돌입하길 바란다. 하나 하나의 목소리들이 모여 세상을 바꾸길 바란다.

[글쓰기의 즐거움]

'어떻게 쓸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들으려 했건만 되려 답을 해야만 했다. 이 책은 글쓰기의 고통을 덜어주기 보다 그 고통을 충분히 경험토록 한다. 분명 고개를 수도 없이 끄덕이며 읽었음에도 몇 날 며칠을 고뇌할 수밖에 없었다. 생각을 가지런히 정리하고 난 지금은 후련하다. 왠지 스스로가 대견하게 느껴진다. 잘 쓴 글이든 아니든, 누군가가 읽든 읽지 않든, 존재의 가치를 증명했음에 만족한다. 고통 이후 찾아오는 이 쾌감에 중독된 것일까. 더 이상 나는 글쓰기를 멈출 수 없을 것 같다. 계속 쓰다 보면 언젠가는 나만의 언어를 찾아 나만의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다 보면 글 쓰는 사람이라 하기 부끄럽지 않을 순간이 내게도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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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 https://m.blog.naver.com/counselor_woo/221754176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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