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왜? 어째서? 이런 물음에 갇혀있으면 몸도 마음도 지옥이다.
나와 나의 이웃은 물리적으로는 가깝다. 세대 간 벽체의 두께는 20센티를 넘지 않는다. 그야말로 딱 붙어사는 처지면서도 우리는 철저히 타인이다.
우리는 가까이 살지만 상대의 죽고 사는 일은 모른다.
연애란 한사코 둘만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연애는 또한 활동이다. 감정만으로는 연애가 안 된다.
마음이 편안했다. 아프고 불편한 곳도 없었다. 슬프거나 외롭지도 않았다. 다만 정처가 없었다.
이 빌어먹을 세계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어느 정도 통달해 있다. 나서야 할 때와 나서지 말아야 할 때의 차이점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