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지도 않은 자유를 있다고 느끼게 하는 거짓 자유 - 시민을 위한 정치 입문서 - 시민을 위한 정치 입문서
엄윤진 지음 / 갈무리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민주공화국이라는 나라에 소속되어 사는 국민이다. 학교에서 배운 것처럼, 국민은 대한민국의 주인이며 나 또한 이를 당연히 그럴 것이라 여겼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생각의 전환을 겪게 되었다. 그동안 나의 생각을 만들어주고 내가 믿었던 것들의 민낯을 소개해준 <있지도 않은 자유를 있다고 느끼게 하는 거짓 자유>라는 책을 소개하려 한다. 이 책은 크게 3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장에서는 대의 민주주의와 신자유주의가 초래한 폐해들을 고발하며 2장에서 이것들을 국민들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은폐하는 방법들을 밝혀낸다. 3장에서는 이를 해결할 방법을 제시하며 책을 마무리한다.

책의 저자는 경제적으로 부유한 자들과 사회적으로 권력이 있는 자들을 ‘지배자’라고 표현하며, 그들은 다수의 국민들을 ‘지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다소 충격적인 발언이었다. 하지만 나는 플라톤의 ‘국가론’의 실체를 알게 되면서 대의 민주주의가 소수의 지배라는 것을 깨달았다. 플라톤은 ‘국가론’에서는 철인이 국가를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플라톤의 이런 주장은 19세기 영국 귀족들의 권력 독점의 강력한 이론적 무기가 되었다. 우리나라의 정치 제도도 플라톤의 철인 정치에 바탕을 둔 대의 민주주의다. 저자는 루소의 생각과 동일하게 시민은 투표를 하는 순간의 짧은 자유만 누릴 뿐 투표 후 4년 동안 자유를 잃어버린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고 얘기한다. 선거를 통해 뽑은 정치적 권력자가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선거를 통해 우리의 자유를 앗아간다니 정말 아이러니하다고 느꼈다.

신자유주의는 규제 완화, 자유화 그리고 민영화라는 말로 마치 우리의 자유를 중시하는 듯 하지만 우리를 속이는 듣기 좋은 단어들일뿐이다. 이것이 보장하는 자유는 시민 다수의 자유가 아닌 정부의 규제 없이 시장에서 자본을 축적할 소수 기업가의 자유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일어난 금권정치 현상은 강자인 기업가의 자유를 지나치게 보장하게 만들었다. 이는 약자인 다수 시민의 자유가 강자의 자유로 인해 축소되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뉴스에서 약자인 우리가 뽑은 한 정치인이 나와 신자유주의를 주장한다면 그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그렇다면 과연 어떤 방식으로 지배자들은 이런 사실들을 은폐해 왔을까? 저자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문화, 교육제도, 그리고 사법제도 등을 의심해보라고 권한다. 저자의 이렇게 주장한다. 소수 엘리트가 만든 제도와 규칙을 바탕으로 우린 살아가기에 우리의 행동 양식을 예측하기란 매우 쉽다. 뿐만 아니라, 언론을 통해 그들이 원하는 생각을 우리의 의식에 주입하기 때문에 지배자들은 우리 생각과 여기에서 나오는 행동을 예측하기 쉽다. 언론의 미세한 표현과 듣기 좋은 단어로 위장한 말들이 우리의 생각과 태도를 조종하고, 결국 우리의 행동을 지배한다. 언론에서 우리는 자유롭다고 생각하고 느낀다고 하지만, 실제로 우리는 언론이 원하는 대로 생각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교육은 암기 위주의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이는 학생의 호기심과 창의성, 의심하는 능력을 억제한다. 우리는 오직 성공이라는 가치를 향해 살아가기에 사회의 법과 규칙을 의심은커녕 복종하게 되었고 소수가 지배하기 쉬운 존재가 되었다. 우리가 완전한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독립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독립적인 판단력이 필요한데 현재의 학교는 비판적 사고력이 없는 인재를 대량 생산한다고 한다. 실제로 나도 사회적 통념과 분위기를 따랐지 이를 의심하고, 적합한지 판단해 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았다. 결국 사람들은 다수의 의견에 자신의 판단 없이 따르는데 익숙해졌고, 우리는 그 다수의 의견을 자신의 의견이라고 믿게 되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국민들을 보호하면서도 자유를 제한하는 법은 양날의 검과 같다. 저자는 올바른 법이란 약자의 사유 재산은 자본의 지배에서 지켜주는 수단이기에 보호하고, 강자의 사유재산은 제한해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정말 타당한 의견인 것 같다. 그러나 현재 사법제도는 자본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만 존재하고 있는 것 같다. 또한 책에서 저자는 '테러방지법'을 언급한다. 경찰의 물대포에 사망한 농민 백남기 씨의 사건을 말하며 국가 테러를 얘기한다. 시민을 향한 공포정치 즉, 테러를 정당화하기 위해 공안을 강조하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우리의 저항을 억압한다. 우리는 현 교육 체제 안에서 이러한 공안과 질서를 지킨다는 사법제도와 공권력의 역할에 대해 얼마나 의심해 봤을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과연 국민들이 직접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가능할지, 가능하다면 원활하게 이루어질지 의문이 들었다. 이러한 궁금증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저자는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 자유를 얻는 방안을 제시했다.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법을 소수가 국민의 대표라는 이름으로 만들지만, 우리가 원하지 않거나 도움이 되지 않는 법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시민에게도 직접 법을 만들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전체 국민의 안전과 같은 중대한 법을 시민 다수의 반대에도 국회의원이 통과시킬 때, ‘입법예고 기간’ 안에 국민투표를 실시해 그 법의 최종 통과 여부를 결정하게 해야 한다고 저자는 제안한다. 이런 국민투표는 시민이 일정 수의 동료 시민의 서명을 받아 시민 주도로 시행한다. 이를 시민 주도의 국민투표라 한다. 또한 시민이 직접 발의하는 시민 입법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시민이 자신에게 필요한 법을 스스로 만드는 시민입법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민주주의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정부와 국회라는 시민 대표가 내린 결정이라도 시민이 반대하는 법은 무의미하기에 이들이 가진 입법권을 시민이 견제할 수단을 갖게 하자는 저자의 말에 동감하게 되었다. 세 개의 국가 기관이 권력을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주인인 시민 모두에게 공정하게 권력을 분배하자는 저자의 제안이 받아들여진다면, 권력을 독점하는 데서 생긴 여러 문제들이 풀리지 않을까?

이렇게 정치권력이 소수 엘리트에게가 아니라 다수에게 분배된다면 경제적 자유도 예전보다 더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경제적 위기에서 실업자들을 보호하는 유럽의 노동 관련 복지 정책과 영국의 국민 건강 보험, 그리고 네덜란드의 주거 복지와 교육 복지 제도를 좋은 예로 내놓았다. 소득의 많은 양을 세금으로 내기에 시민들을 경제적 위기에서 보호할 수 있는 방식이었다. 이런 복지제도를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면 국가가 시민 모두에게 꿈과 재능을 펼쳐 사회에 기여할 기회를 평등하게 보장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자는 여러 조세제도로 경제적 강자들의 사유재산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통해 세금을 많이 걷어 여러 복지나 기본소득 형태로 약자들에게 제공하자고 저자는 제안한다. 경제적 약자들에게 복지와 기본 소득으로 자유를 확대하자고 하면 시민들 사이에서 여러 의심이나 반대가 일어난다. 저자는 이것 또한 지배자들이 퍼트린 이념의 영향이라고 한다.

<있지도 않은 자유를 있다고 느끼게 하는 거짓 자유>를 읽고, 우리가 사는 공동체인 대한민국의 법은 소수 국회의원만이 아니라, 시민인 우리도 법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에 공감하게 되었다. 저자의 말대로 대한민국의 주인은 바로 시민인 우리며, 그러기에 공동체의 규칙인 헌법과 법률의 주인도 시민이기 때문이다. 대의 민주주의는 '위임'이라는 핵심 개념에 바탕을 둔다. 저자가 이 책에서 주장한 대로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들의 대부분은 바로 이 “위임”에서 비롯되었다고 느꼈다. 내가 누릴 권리, 내가 지켜야 할 규칙인 법률을 스스로 만들지 못하고, 대표자로 뽑힌 그들이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책을 마무리한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가 아니라, 모든 권력은 시민의 것이다!"로 우리 헌법 1조 2항을 개정해야 한다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