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술래
김선재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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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한겨레 신문을 구독하고 있다. 그래서 이 소설을 신문을 통해서 가끔 본 기억이 난다.사실 그렇게 신문을 자주 보진 않아서 제목 정도만 기억하고 있다. 이 책은 시인이자 소설가인 김선재작가의 첫 장편 소설이다.

죽은 자가 이승에 남아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헤매는 이야기이다. 비슷한 소재들의 이야기는 적지 않다. 그래서 처음에는 진부한 느낌을 떨출 수 가 없었다. 하지만 일반적인 상황과는 조금 다르다. '사랑과 영혼'처럼 사랑하는 이를 잊지 못해서 이승을 떠도는 이야기 아닌 죽은 아이를 통해 메세지를 전달 하는 점에서 색다르다.

소설의 주인공 술래는 아동유괴범에 의해 죽임을 당했음에도 살아 움직이며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열 살짜리 여자 아이 술래는 집을 나갔다가 가까스로 아빠 곁으로 돌아온다. 집으로 돌아오는 데 2년이나 걸렸다. 걷고 또 걸었다. 그동안 술래를 찾기 위해 아빠는 산지사방을 헤맸다. 멀쩡한 직장도 팽개치고 딸을 찾기 위해 지하철 행상도 마다하지 않았다. 돌아온 딸을 아빠는 반갑게 맞이한다. 이미 죽은 존재인 딸과 호응하는 아빠는 안 보인다고 존재를 믿지 못하는 군상과는 다른 사람이다. 딸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이 딸의 혼백까지 느끼게 만드는 설정이다. 

정작 자신은 죽은 존재라는 사실을 모르는 술래를 알아보는 아이가 영복이다. 또래의 소년은 탈북 과정에서 아버지와 동생까지 잃었다. 배가 고파 남의 집 앞에 놓인 짜장면 그릇을 뒤지다가 술래와 만났다. 이 소년이 술래의 영매역할을 하는 셈이다. 또 하나의 축은 베트남전에 참전했다가 불바다가 된 마을에서 엉겁결에 술래 또래의 어린 남매를 사살했던 노인의 이야기다. 이 노인은 그 악몽으로 인해 정작 살아 있어도 평생 죽은 것처럼 살아온 존재다. 이 노인에게 줄타기 광대 출신 광식이라는 또래의 노인이 따라다닌다. 

광식은 노인과 달리 늘 입에 "아름답다" 는 말을 달고 사는, 조금 모자란 듯 보이는 낙천적인 캐릭터다. 젊은 시절 전쟁의 광기 속에서 죽였던 아이들 또래의 술래를 노인도 가슴의 눈으로 보게 된다. 결국 자신이 죽은 존재임을 받아들이면서 아빠 곁을 떠나는 술래는 홀로 숨은 자들을 찾아야 하는 고독한 술래의 숙명에서 비로소 벗어난다. 술래는 사랑하는 이들의 공간을 영원히 떠나면서 이렇게 속삭인다.  '사랑해.' 

책을 다 읽고나서 여운이 한참을 갔다. 유괴범에 살인을 당한 술래가 끝내 희망을 버리지 않는 것을 통해서 작가는 어떤 메시지를 이야기 하는지 곰곰히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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