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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나의 마음을 만든다
빌라야누르 라마찬드란 지음, 이충 옮김 / 바다출판사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꽤 오래전, 고등학교에 다닐 때였다. 뉴스가 끝나고 11시 쯤에 시작하는 과학 다큐멘터리를 즐겨 보던 나는 뇌과학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다. 그 다큐멘터리에서는 뇌의 이상 때문에 발생하는 여라 가지 장애와 증후군들을 보여주었고, 뇌가 우리 몸을 어떻게 통제하는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나는 그 조그만 뇌에서 어떻게 명령을 내리고 신호를 처리하는지 알고는 굉장히 신기해했다. 이 책에서는 나의 관심을 끌었던 뇌의 작용들이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들로부터 역으로 추론되어 있다. 이 사례들은 뇌과학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관심을 갖게 할 정도로 흥미로우며, 검증 방법도 과학적이어서 감탄사를 자아내게 한다.
이 책에서 첫번째로 다루고 있는 내용은 뇌의 기본 구조와 기능, 그리고 각 부위가 손상되었을 때 나타나는 몇가지 장애들이다.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을 시각적으로는 인지하지만 감정적으로는 인지하지 못하는, 어머니를 보고 어머니와 똑같이 생긴 사기꾼이라고 주장하는 카프그라 망상, 사지가 절단된 후에도 계속해서 절단되어 없어진 부위를 느끼는 환상 사지,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통각 마비 등의 예를 들면서 저자는 각각의 증후군들이 어떻게 해서 일어나며, 어떻게 하면 치료할 수 있는지까지 언급하고 있다.
뇌 속의 시각 시스템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 부분을 살펴보면, 맹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저자는 보이지 않는 물체의 위치를 정확히 가리키게 할 수 있는 시각 겉질 외 또 다른 경로가 있음을 밝혀냈다. 또 무시 환자와 부정 환자 등 다른 예를 들면서 뇌의 어떤 부위에 의해 시각이 형성되는지 설명하고 있다. 뇌에서는 단순히 시야에 들어오는 물체만을 인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 대살물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에 대한 행동까지 지시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뇌의 시각 부분에 손상을 입은 사람은 정상인이라면 납득이 가지 않을, 자신이나 타인의 신체 장애를 부정한다거나 하는 특이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또 뇌의 작용으로 우리가 예술 작품을 보고 아름다움을 느끼는 바도 설명할 수 있다. 피크 이동, 그룹 짓기, 대조, 반복 등이 그것인데, 이런 방법들로 이미지를 과장하고 왜곡시킴으로써 우리를 매료시키는 작품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사람들은 피크 이동, 초정상 자극 등에 의해 피카소의 그림과 같은 비현실적인 그림에 매력을 느끼게 된다. 조금 더 과학적으로 설명하자면 우리가 예술 작품을 보고 아름다움을 느끼는 이유는 뇌 속의 시각중추와 감정 가장자리 계통 구조 사이의 상호작용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굉장히 흥미로웠던 또 다른 현상은 공감각이다. 공감각이란 감각의 혼재로 인해 사물을 대할 때 여러 감각을 함께 느끼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숫자를 볼 때 특정한 색깔을 떠올린다. 과거에는 이것들이 어릴 때부터 학습된 결과라고 했지만, 저자는 좀 더 과학적으로 접근해 교차활성 이론을 제시했다. 또, 공감각이 특정한 소수의 사람들에게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에게서도 나타난다는 것을 booba-kiki 실험을 통해 검증했다.
<뇌가 나의 마음을 만든다>에서 저자는 각각의 증후군들로부터 뇌의 활동 영역과 작용을 역으로 추론해 냄으로써보편적인 행동을 신경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과거에는 정신 이상으로 간주되던 환상 사지나 공감각, 카프그라 증후군, 코타르 증후군 등을 뇌의 신경회로의 혼선이나 끊김 때문이라는 것을 검증하고 있는 이 책은 알기 쉬운 설명과 간단한 실험들을 제시해 뇌과학에 무지한 독자들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전반적인 교양을 필요로 하는 이 시대에서 이 책을 읽는 독자는 뇌과학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을 것이다.
임하니 honey2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