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마태우스 > 매니아 분들, 책 좀 사줍시다!
MLB 카툰
최훈 지음 / 미토스북스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MLB 카툰을 그리는 최훈은 내가 아는 가장 천재적인 작가다. 메이져리그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최고 수준의 유머감각이 어우러진 그의 카툰은 절로 감탄을 자아낸다. 그의 카툰에 메이져리그 매니아들이 열광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 그 뛰어난 카툰이 야구 좋아하는 미국 애들한테까지 읽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여러번 했다.


네이버에 연재되는 그의 카툰은 편당 조회수가 20-30만을 헤아리고, 카툰이 올라올 적마다 수백개의 댓글이 붙는다. 그래서 궁금했다. 이게 책으로 나오면 과연 얼마나 팔릴까. 인터넷으로 다 본 걸 돈주고 사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알라딘 만화부문에서 주간 베스트 4위를 달리고 있는 걸로 보아 어느 정도 팔리긴 하는 것같아 다행이지만, 이왕이면 좀 더 많은 매니아들이 이 책을 사줬으면 한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작가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다. 인터넷 사용료를 지불하긴 하지만, 우리는 공짜로 이 뛰어난 카툰을 본다. 그로 인해서 작가가 얻는 수입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도 계속 멋진 카툰을 그려 달라는 차원에서, 1만원-인터넷 서점에선 9천원-정도 투자해 주는 건 작가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둘째,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그려진 이 카툰들은 메이져리그 매니아가 아니면 이해할 수 없다. 스스로를 매니아라 생각하는 나도 이 카툰의 그림들 중 몇 개는 의미를 알지 못했다. 알아야 웃을 수 있는 카툰, 그래서 이 책은 목표로 하는 독자층이 얼마 되지 않는다. 저자의 카툰에 열광했던 20만명이 다 본 거라는 이유로 이 책을 외면한다면 누가 이 책을 사겠는가.


인터넷의 성급한 여론재판이 비난을 받긴 하지만, 강풀이 최고의 만화가로 성장한 것처럼 인터넷은 잘만 쓰면 높은 명성을 가져다주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에 연재한 걸 굳이 책으로 볼 필요가 있겠냐는 생각이 인터넷상의 인기가 돈으로 이어지는 걸 방해한다. 공짜로 보던 걸 책으로 냈으니 사달라고 하면 저자가 좀 싫어질 수는 있다. 최훈의 카툰에 “책선전만 하냐”는 삐딱한 댓글이 달리는 것도 그런 맥락일 텐데, 한가지 말하고자 하는 건 저자도 인간이고, 이슬만 먹고 사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아무리 ‘인터넷=공짜’라는 등식에 길들여져 있긴 해도, 미국에서도 찾기 힘든 고급 칼럼을 공짜로 보는 것에 대한 보답 차원에서 책 하나씩 사주는 아량을 베풀어주면 좋겠다. 한가지 더. 책으로 묶여진 걸 보니까 훨씬 더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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