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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평점 :
책의 초반부에 외모가 못생긴 사람은
목에 가시가 걸린 채로 살아간다는 표현이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외모뿐만이 아니라 그것이 신체의 특정 부위이든, 생김새이든 성격이든
컴플렉스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은 누구나 목에 가시를 걸고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사실은 그 컴플렉스 자체보다는 컴플렉스에 휩싸여 있는 상태가 더 문제가 되는 것이지만.
어쨌든 그 가시는 침을 삼킬때마다 우리 목을 찔러온다.
그리고 그때마다 우리는 부끄러워하고, 부러워하게 된다.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은 자신을 사랑하는 능력에 비례한다고 한다.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자신을 다른 사람들의 기준에 맞추는 것이 아닌
우리 자신의 모습을 알고, 받아들이고, 좋아해주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목에 '가시'가 걸린 사람들은 이게 참 힘들다.
자신이 부정하는 나의 모습을 인정하고 사랑하기가 힘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우리 모두가 자신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외모에 신경을 쓰고, 운동하고, 책을 읽고, 일기를 쓰며, 자신의 꿈을 가지고...
다른 사람이 부러워서, 혹은 자신이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내가 나 스스로를 더 좋아하기 위해서 나를 소중히 여겨주고 노력해 주자.
그래서 나에 대해 이해하고 진심으로 스스로를 사랑하게 되었을 때,
거절의 두려움 없이 다른 사람과 사랑하고, 친밀해질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책을 덮고 나서 허공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결심이 섰다.
'라섹수술을 해야겠다.'
몇년째 고민만 하던 일이었는데, 다음날 바로 수술날짜를 잡았다.
참 우습고 아이러니한 일이다. 이런 주제의 소설을 읽고 나서 외모를 위해 수술을 결정하다니.
아마도 '동기'의 변화가 결정을 수월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수술을 고민했었는데
이제는 조금 다른 이유가 되었다. 그리고 그 이유가 용기를 주었다.
이 소설을 읽고, 나는 나를 더 좋아하고 싶어졌다.
내 안의 빛을 믿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와와 하며 동경의 시선만 보내던
그런 보잘것없던 나의 에너지를 이젠 나를 사랑하는 데에 쓰고 싶다.
아마도 나에게는 '안경'이라는 것이 그 '가시'였나 보다.
나를 더 좋아할 수 있도록 용기를 준 이 소설에 진심으로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