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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 (전면개정판) - 유토피아인가, 디스토피아인가
조지 리처 지음, 김종덕 옮김 / 시유시 / 200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차원의 기쁨은, 평소에 가지고 있던 질문들이 책에서 설명하는 법칙이나 개념들로 재정립되고 구조화되는 순간의 희열일 것이다. 이 책은 '맥도날드화'라는 개념으로 그런 기쁨을 전해주는 책이다. 책을 가방에 넣고 다니는 동안 모든 것이 맥도날드화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누어져 보일 정도로 흥미로웠던 독서였다.
책의 흐름을 따라가다가 마지막 딜런 토마스의 시구와 마주하는 순간, 여운이 긴 감동을 느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저자는 맥도날드화라는 개념을 강조하고 경고하기 위해 조금은 치우친 저술을 했다고 느껴졌다. 사실 이 책에서 말하는 '맥도날드화'라는 개념은 기계적이거나 사람이 인위적으로 탄생시킨 성질의 것이 아니라, 모든 유기체의 본성이기도 하다.
생명체는 새롭고 낯선 환경, 혹은 혼돈을 마주하게 되면 그것에 질서와 체계를 세우고 싶어한다. 이것은 아주 자연스럽고 생존을 위해 필요한 방식이다. 그리고 그렇게 세워진 시스템과 체계는 시간이 지나며 나태함과 부작용을 낳게 되고, 다시 서서히 혼돈으로 돌아가고 그러면 생명체는 다시 질서를 세우고 싶은 욕망을 가지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살아가는 에너지'가 탄생되는 것이다.
사실 맥도날드화는 우리의 생존과 성공을 위해 꼭 필요한 방식이다. 가장 창의적이었던 인물인 아인슈타인조차도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연구에 쏟아붓기 위해 무엇을 먹고 입을지를 시스템화시켜서 그곳에 일체 에너지를 쏟지 않게 일상을 구조화해서 위대한 업적을 남길 수 있었다. 결국 맥도날드화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그것이 고착화되고 너무나 범람할 때 나타나는 부작용이 문제인 것이다.
이 책은 편중된 저술과 부족한 대안이 아쉽지만 우리가 인식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야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추천할만하다. 너무나 합리화되고 기계화된 세계가 우리를 비인간화시키고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지만, 이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탁월함을 획득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맥도날드화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결국, 방향성의 문제이다. 합리성이 적합한 곳에 제대로 적절한 양으로 적용되고 있는지 때때로 길 위에 멈춰서서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좋은 규칙은 우리를 제약하기보다, 자유롭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