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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레이드 ㅣ 오늘의 일본문학 1
요시다 슈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일단 소설 자체의 형식이 굉장히 신선하며 읽는 재미가 상당하다. 책을 읽고 나면, 도대체 우리네 삶에서 인간관계란 무엇인가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게 된다. 사실 진심으로 누군가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맞장구쳐주며 경청한다는 것은 굉장한 에너지를 소모하는 '감정 노동'이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스스럼 없이 자신의 자아를 열어서 보여준다는 것은 왠만큼 건강한 개인이 아니라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사회가, 혹은 상대방이 원하는 나'를 연기한다. 오히려 그 편이 에너지 소모가 적기 때문이다. 그렇게 서로가 공적인 공간에서 '대외용 나'를 내세우며 문제 없는 시간을 보내다가 회식 자리, 혹은 사적인 자리가 만들어지면 평소에는 느껴지지 않던 당혹감과 어색감을 느끼게 된다. 누구도 진심을 다해 상대방에게 '감정 노동'을 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술의 힘을 빌린다. 술은 우리에게 가면을 벗을 일종의 '면죄부'를 주니까.
어쩌면 우리는 서로 상처받지 않는 관계의 무균실을 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서로 문제될 것 없이 '성격 좋은' 나를 연기하는 것일지도. 그러나 스스로 만들어낸 무균실에서의 삶은 공허하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진정한 기쁨과 충만감을 얻기 위해서는, 상처받을 각오를 하고 진심을 내보여야 한다. 상처받을 각오를 하지 않고 사람의 마음을 얻는 법이 존재한다면, 우리 모두가 그 방법을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소설로서의 읽는 즐거움뿐 아니라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좋은 질문을 던지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