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냐 돈이냐 - 그리스도인의 선택 - 두 주인 자끄 엘륄 총서 3
자끄 엘륄 지음, 양명수 옮김 / 대장간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성경에서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고 할 때 우리는 그 뜻을 너무나 잘 안다. 두 주인은 다름 아닌 하나님과 돈. 하나님과 돈에 대한 크리스천의 생각과 태도를 자끄 엘륄의 <하나님이냐, 돈이냐> 만큼 성경적으로 잘 정리해 준 책을 일찍이 읽지 못했다. 자끄 엘륄은 돈의 문제에 대해 우리가 궁금해 하거나 숨기고 싶어 하는 모든 부분을 밝혀 준다. 하나님이냐 돈이냐는 양자택일의 질문에 하나님을 택할 것이라고 정답을 말할 수 있지만 (물론 이 대답에 이르기까지도 장구한 시간이 걸리지만) 그 정답대로 살기 위해서는 우리가 전적으로 하나님의 말씀에 근거해야 하기에 엘륄의 글에서 눈을 떼기 힘들었다.

우리가 돈에 대해 생각할 때 가장 헷갈리는 부분은 구약과 신약에서 부에 대한 인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구약에서 아브라함, 욥, 솔로몬 모두 부자였고 하나님이 선택한 의로운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신약에 오면 모든 것이 역전된다. 신약 시대가 되면서 부자를 칭찬하는 내용은 전혀 없다. 공관복음에 나오는 부자 청년은 하나님의 계명을 잘 지키는 의로운 청년으로 보이지만 모든 것을 팔고 따르라는 예수님의 명령을 지키지 못하고 떠나 버린다. 예수님은 분명 이 청년의 부를 칭찬하지 않으셨다. 부가 하나님의 축복의 상징이었는데 왜 신약시대에 와서 이것이 역전되는가에 대한 의문이 이 책을 통해 풀렸다.

구약 시대의 부는 하나님 사랑의 징표였으므로 부자 청년에 대한 예수님의 태도는 혁명적이지 않을 수 없다. 이 부의 혁명적 변화는 사람이 부에 대한 태도의 변화에 기인한다. 구약시대의 부자들은 부를 위해 노동하지도 않았고 부 자체에 가치를 두지 않았다. 그런데 예수님이 오시면서 부가 하나님 은혜의 징표로서의 역할도 없어졌다. 하나님 사랑의 최고의 표현인 아들을 우리에게 선물로 주셨으니 그 보다 더 큰 증거가 어디에 있을 것인가? 이제 돈은 하나님의 구속 사역과 상관이 없어졌으며 부는 그저 돈으로 변모했다고 엘륄을 나의 헷갈리는 점을 명료하게 정리해 주었다. 이제 돈은 하나님을 따르지 않는 불복종의 징표가 되었다. 축복의 징표가 불복종의 징표가 되었는데 아직도 부를 하나님의 축복으로 보는 성공신학이 인기 있는 것은 하나님이냐 돈이냐의 질문에 “돈 많은 하나님” 정도로 애매하게 꼼수를 부리는 것이 통하기 때문이다. 돈이 있으면 하나님 없이도 잘 살 수 있다. 돈이 나를 보호하고 위로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은 없애주니까. 하나님 외에는 의지할 것이 없는 가난한 마음과 거리가 점점 멀어지니 돈과 하나님은 가까울 수가 없다.

혹자는 돈은 가치중립적이라고 한다. 돈을 선한 일에 쓰면 하나님이 기뻐하시고 나쁘게 쓰면 죄가 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니 돈을 많이 벌어 선한 일에 쓰는 것은 순종하는 길이다. 이런 논리는 우리가 하나님의 돈을 관리하는 청지기다라는 개념을 설명해 준다. 그러나 이 청지기라는 생각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라고 엘륄을 경고한다. 돈을 축적하는 게 하나님의 소명을 확신시켜주는 척도라는 종교개혁의 부작용처럼 이 세상엔 불의한 청지기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좋은 청지기라는 명목으로 부를 추종하는 길, 삼천포로 빠지는 경우가 너무 많다.

부자 청년은 자신의 소유를 팔고 따르라는 두 명령 중 첫 명령에서 걸려 넘어진다. 소유를 팔라는 것은 이제 부가 하나님의 선물이 아니니 그만 버리라는 것인데 그 인식의 전환에 실패하고 나니, 두 번 재 명령인 예수님을 따르라는 말도 행할 수가 없다. 청년은 믿음과 영생을 원했으나 그가 좋아하는 부자로서의 정체성과 안정감을 버리라는 말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돈에 대한 사랑에서 회개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돈을 택하지 않고 하나님을 택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그것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그의 아들을 갑 없이 주셨 듯 우리도 거저 줌의 원리대로 살면 된다고 엘륄은 역설한다. 이 거저 줌은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가르쳐주신 바이다. “앓는 사람을 고쳐 주며, 죽은 사람을 살리며, 나병 환자를 깨끗하게 하며, 귀신을 쫓아내어라.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마태복음 10장 8절)” 시장원리, 매매원칙에 의해 돌아가는 이 세상에 살면서도 거저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에 의지하고 거저 주는 삶을 실천하는 것이 돈의 권세에서 해방하는 길이라고 이 책을 요약해 주고 있다. 돈을 위해 노동해서는 안 되고 노동의 대가로 받은 돈이 내 노력으로 받은 것이 아니라 주님이 거저 주심을 알아야 우리는 거저 줄 수 있다는 점도 깨달았다.

스마트폰이 세상을 뒤집어 놓고 우주선이 날아다니는 이 시대에 나는 여전히 세탁기와 온수가 나오는 수도꼭지가 신기하고 고맙다. 이 두 가지만으로도 우리는 정말 부자가 되어버렸다! 이 부를 나누지 못한다면 부자 청년과 다르지 않고 구원은 불가하며 천국은 멀다. 그러니 버는 일보다 나누는 일에 힘쓸 것이며, 맘몬의 세계에 살면서도 돈을 사용하지만 돈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이 일은 오직 하나님께 의지 하는 나의 가난한 마음만으로 가능하다. 나는 세탁기와 온수를 누리는 부자가 되었지만, 예수님은 당신이 태어나고 죽으시고 부활하신 것은 돈과 전혀 상관없음을 성경을 통해 가르쳐 주셨고, 잦은 이사로 한 곳에 뿌리 내리고 살지 못하도록 하셔서 이 세상에서 나그네로 사는 법을 가르쳐 주시며 나를 만나 주셨으니 이 얼마나 기쁜 일인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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