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의 카프카 -하 (양장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춘미 옮김 / 문학사상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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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은지 얼마 안됐는데 벌써 그 느낌이 가물가물,,,더 확실하게 잊어버리기 전에 적어보도록 하자.

다무라 카프카군의 각성이 시작된다. 성장소설-보다는 깊이 있지만-인만큼 한 뼘 자라기 위해서 많은 고뇌와 아픔과 상실을 겪으면서,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이 상권만큼이나 꽤나 인상적이고 몰입적이며 매력적이다.

현실에선 일어날 수 없을것만같은 상상의 이야기들이 현실로 내려와 설득력 있는 문장으로 신비의 세계를 탐험해보는 경험,

스모그로 인한 뿌연 하늘처럼 뿌옇기만 하던 인생을 그 희뿌연 연기 뒤엔 맑은 하늘이 존재한다는 믿음과 의지로 빚어내는 각자의 새로운 인생을

문장으로 함께 겪어 가면서, 내가 어렸을적엔 얼마나, 이만큼이나 인생에 대해 진지해 보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들의 인생을 통해, 마무리를 준비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관계를 통해 변해가는 모습들을 보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나는 여기에 서 있는지를

다시금 되새겨 보았던 책.

결고 가볍지 않고, 그렇다고 무겁지만도 않은 나름? 성장소설이지만 다무라 카프카군의 나이대에 있는 청소년이 읽는다면?

과연 온전히 그 이야기들을 다 받아들일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깊이가 느껴지는 책이었다. 그래도 안 읽는것보다야 낫겠지만서두.ㅎ

무어튼 매력적이고도 매력적이다. 이 사람,

하루키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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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위화 지음, 백원담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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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의 추천에 의해 가지고 있던 책.

위화님의 인간적인 문장이 그리워 오랜만에 손에 들었다.

'인생'이란 제목에서 뭔가 무게감이 느껴져서인지 책장을 피기도 전에 마음이 차분해진다.

이 작품의 원제 '살아간다는 것'은 매우 힘이 넘치는 말이다.

그 힘은 절규나 공격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인내, 즉 생명이 우리에게 부여한 책임과 현실이 우리에게 준 행복과 고통, 무료함과 평범함을 견뎌내는 데서 나온다.

p-8

작가님의 책에 대한 설명에서처럼 한 생명이 태어나 주어진 운명을 어떻게 받아들이며,

어떤 마음가짐으로 세상을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길고도 긴 푸구이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들려온다.

자전의 말이 맞아.

가족끼리 매일 함께할 수만 있다면, 복 따위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p-112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서, 묵묵히 인내하고 받아들인 사람의 말에 담긴 힘에 대해서, 인생은 길고도 짧으면서 그 지나가고 있는 인생에 얼마나 충실하고,

또 얼마나 진지하게 순간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조목조목, 푸구이 할아버지의 지난간 인생 이야기에 담긴 문장들은 나를 통과해 나무속에 나이테를 남기듯

잔잔하고도 짙은 모양을 만들어 간다.

사람은 이 네 가지를 잊어서는 안 된다네.

말은 함부로 해서는 안 되고,

잠은 아무데서나 자서는 안 되며,

문간은 잘못 밟으면 안되고,

주머니는 잘못 만지면 안 되는 거야.

p-200

인생의 경험에서 나온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에 새겨진 이야기 하나 하나가 얼마나 마음을 울려댔던지.

문장에 빨려들기는 물론이고, 특별함 없이 조근조근 푸구이 할아버지의 음성을 직접 듣고 있는것 같은 그 분의 인생 이야기에는

나의 인생은 잘 살아 왔는가? 현실에 충실한가?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가? 하는 질문들을 진지하고도 진지하게 생각하게 만들어 주었던 책이다.

살아간다는 것.

행복과 고통은 언제나 함께라는 것.

견뎌내는것, 기다림에 대한 미학을 알려준, 가르쳐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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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부드러워 현대문화센터 세계명작시리즈 15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문유.김하영 옮김 / 현대문화센터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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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제럴드 작가의 두번째로 접해보는 작품.

심히 유명하긴 하지만 내 스타일은 아니였던 '위대한 개츠비'가 전작에 있었기에 큰 기대는 없었던거 같다.

처음 읽기 시작하면서 니콜, 딕, 로즈마리 라는 배우 같은 주인공들은 상류사회에서 살아가는 모습들, 화려함 속에 감춰져 있는 비밀들,

상류사회에 발길을 들여보고자 하는 욕망들, 자본에 대한 인간이 갖는 여라가지 대응과 감정들, 보여주는 모습과 내면의 깊은 자아의

불협화음으로 타락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한데 어우러져 음악같은 리듬을 타고 문장이 흘러간다.

위대한 개츠비와 비교하자면 문장은 왠지 모를 흡입력으로 조금 더 많은 집중도를 끌어내 주었고, 대단한 두께의 책 덕분에 나의 팔은

근육이 잡혀가고 있었다. 이상하게 짐을 빼고 가방이 무겁길래 책을 한번 꺼내 손에 들었더니....그 어마어마한 무게의 주인공은 책이었던것 같다.

그 사실을 알고 난 후부터 '책을 빨리 읽어야겠다!' 라는 마음이 자리를 잡는 순간부터 지겨워지려고 하는 찰나, 주인공이라 생각했던 사람은

저 멀리 조연으로 , 조연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은 주인공으로 등장하면서 흡입력은 배로 늘어난다. 덕분에 지하철 내리는 정거장을 지나칠정도라고 한다면

그 집중도가 어느정도인지 짐작이 가시리라.

확실한 기승전결이 있는건 아니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삶도 다 지나고 난 후에도 기승전결이라고 할만한 특별한 꼭지점을 찾기란 쉽지 않다는걸 알 수 있기에,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위대한 개츠비 보다는 이 책에 호감이 더 갔던거 같다. 다시 한번 읽으라고 하면? 책 두께로 하여금 심히 고민에 빠져들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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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6펜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
서머셋 몸 지음, 송무 옮김 / 민음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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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스트릭랜드의 일생. 고지식하면서도 자기만의 길을 찾아, 영혼의 길을 떠나 잡히지 않을것만 같은 세상의 언어를 표현하는데 있어

이 책이 '인간의 굴레' 책의 저자와 같은분이 맞나? 싶을정도로 매력적인 소설이었다.

사실 책을 다 읽고 난 후에서야 작가가 동일하다는것을 알게 되었고, 폴 고갱을 소재로 했다는것을 세삼스레 알게 된거다.

알고 있으면서 읽을때와 모르고 읽을때에는 당연히 그 느낌이 상당히 다르겠지만 대체로 책을 구입할때 빼고는 특별히 자세히 살펴보는 성격이

되지 못하는데다 구매할때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곰방 나의 뇌는 주름을 너무나도 쉽게, 활짝~펴주기 바쁘시기에 책을 다 읽은 후, 맘에 들어서

이것저것 살펴보다 보면 정말? 이러면서 감탄사를 연발할때가 부지기수다.

그것이 나름의 나만의 재미이기도 하지만. 가끔은 볼에 홍조를 띄우기도 한다. ㅎ

무어튼 평범한 증권가에 나름 성공한 남자로써 살아오던 스트릭랙드는 갑자기 아무말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아내도, 자식들도 버린채.

평범하다 못해 지루하다고 여겨졌던 스트릭랜드가 떠난 이유에 대해서 여러가지 일상적인-드라마적인-상상을 해 보았지만 결국 단순한 이유인,

하지만 당사자에겐 크나크고 인생의 중대한 과제였던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모든것을 던져 버리고 떠나버렸던 것이다.

이야기속에 나오는 모든 주변 사람들이 현실에 있는 또 다른 평범한 사람들처럼 스트릭랜드의 행동에 대해 이해하진 못했지만,

'예술'을 한다는것이 어떤것인지, '천재'라고 알려져 있는 사람들이 당시 시대에선 얼마나 인정받지 못하면서 힘들고 괴롭게, 모든 고통을 다 끌어안으며

쉽지 않게 살아갔는지를 다시금 되새겨보게 된다.

순전히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모든것을 떠나버린, 또는 '그림'이라는 것에 올인하여 살아가는 스트릭랜드의 삶은,,,뭐랄까.

한 곳을 향해 묵묵히, 끈임없이, 누구의 시선도 아랑곳 없이, 누구의 질타도 아랑곳 없이, 자신만의 길을 찾아 걸어가는 인생이 그 당시에는 꽃피지 못했을지언정

수백, 수천년이 흐른뒤에도 그런 그의 삶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은 그 어떤것에 비유할 수 있을까?

자연이 선물해주는 멋지고 다양한 풍경처럼, 예술가들의 삶에서도 조건 없이 그냥 주는 멋진 선물을 편안히 받은거 같아서 미안하면서도 또 너무나 감사할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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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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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대를 이제서야 읽어보았네요.

가끔은? 아니면 자주 너무 인기가 많은 작품이거나 물건들은 청개구리 심뽀로 손이 잘 안가지게 되는데요,

최근들어 책 추천해 주시는 좋은분들이 하루키님의 책을 많이 읽으시는거 같아, 이렇게, 다 늦게 그것도 옛날옛적 작품으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하루키님의 책을 읽어본것중에 제일 저와 잘 맞았던거 같아요, 1Q84 나 그 외의 작품들을 간간히, 하나씩 읽었을때는 몰입도는 좋았으나,

뭔지 모르게 저와의 코드는 조금 어긋나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요 책은 몰입도는 물론 말로 표현하기 힘든, 하루키님의 세계가 완전하게 완성되기 직전의

나긋함과 편안함이 느껴졌던 소설이었는데요, 읽다보면 와타나베와 하루키님이 참 많이 닮아 있을거 같기도 하면서 하루키님의 상상속의 와타나베는

또 다른 자리를 확실하게 만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조금은 특별한 취향을 가지고 있던 와타나베 주위를 감싸고 있던 기즈키와 미도리, 레이코.

이들이 들려주고 있는 이야기는 '상실의 시대'의 제목만큼이나 우리들은 다른 삶은 살고 있는것처럼 보이지만 그들과 별반 다를거 없이, 정산인처럼 살고 있는듯 하지만

알고보면 작게든 크게든 이들의 세상과 많이 다르지 않다는것을 느껴보았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그야말로 '책 속에 빠져들었다.' 라는 느낌을 제대로 느껴보았던 책이었던만큼 와타나베의 매력속에, 자기만의 색깔을 찾아, 진실되게 그 세계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매력에 흠뻑 취해보았습니다. 그리고 '봄철의 곰'이라는 말이 이 책에서 나왔다는것을 저는 이제사 알게 된겁니다. = 無知

영화에서,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던 봄철의 곰. 곰이라고 하면 친근하기에, 조금 더 친근감 있게 다가왔던 녀석이 되어버렸습니다.

"봄철의 곰?"

"봄철의 들판을 네가 혼자 거닐고 있으면 말이지, 저쪽에서 벨벳같이 털이 부드럽고 눈이 똘망똘망한 새끼곰이 다가오는 거야.

그리고 네가 이러는 거야. '안녕하세요, 아가씨. 나와 함께 뒹굴기 안 하겠어요?' 하고.

그래서 너와 데굴데굴 구르면서 온종일 노는 거야. 그거 참 멋지지?"

P-355

이런 표현을 할 줄 아는 친구가 있다면 참 멋질거 같았습니다. 또 이 책을 통해 그런 멋진 친구를 만난거 같아 읽는내내 너무 행복했고요.

또 그런 느낌을 주는 지인분들을 생각하며 흐뭇하기도 했습니다. 참 멋지죠?

바람은 차지만 햇살은 봄인 요즘에 이런 멋진 녀석을 만나다니, 정말 '책'이라는 녀석의 매력에 다시 빠져버렸던 순간이었습니다.

거기다,

신주쿠 역에서 갈아탈 때 역의 스탠드에서 형편없는 샌드위치를 사먹고, 신문의 잉크를 끓인 듯 역겨운 맛의 커피를 마셨다. P-275

같은 문장으로 몰입력을 불러일으키는 멋진 작가님의 매력을 알게되어 더 기뻤던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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