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맨의 죽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8
아서 밀러 지음, 강유나 옮김 / 민음사 / 200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현대 희곡의 거장이라고 말해지는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

 

표지가 뭔가 생각을 하게 되는, 또는 섬칫한 느낌이 들어서, 또는 고전이기에 조금은 시간을
두고 천천히 손에 들게 되었던 작품.

 

그런데 첫장을 넘김과 동시에 대화체로만 구성되어진, 연극의, 드라마의 '대본'처럼 모든
이야기가 주인공들의 대화로 이루어진다. 이런 문장들을 읽어나가는데 어려움을 느끼는만큼
처음부터 어느정도 거부감이 자리한 상태에서 읽어갔던거 같다. 여러가지 대화가 있기전에
있는 지문들이 오글거리기도 하고, 읽기 싫어지는 마음을 부축이기도 했지만, 주인공인 윌리

로먼은 세일즈맨으로 평생이라고 할만큼의 세월을 보내면서 누구나 윌리 로먼을 알게 되면

환영해줄만큼 실력이 뛰어났고, 사랑 받으며 커미션을 1929년 미국 대공황 직전의 시대에서

170달러를 받을만큼의 멋진 생활=이상적이며 풍요로운 가정생활을 꾸려가고 있었지만 예순이

넘어버린 지금의 윌리로먼에게는 지나간 일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옛

추억에 사로잡혀, 또는 자신의 전성기때와 마찬가지로 두 아들 또한 누구에게나 사랑 받으며

어디서나 필요로 하는 중요한 사람이기를 바랬기에 어릴적부터 잘못된 행동들을 발견해도

그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하기는 커녕 앞으로 큰 일을 하기 위해선 필수적인 일인냥 눈감아

주던 시간들을 지내오면서 하게 되는 거짓말들이 덩쿨처럼 서로를 묶어,

빠져 나오지 못하고, 현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한참 잘 나갔을때의 시절만을

간직한채, 나락으로 빠져가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서로를 자신의 거짓말의 상상속에

서만 보려고 한다.그런 상황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나아지는것이 아니라 심각해 지기만 한다.

그런 과정들이 대화로만 이루어져 있는 대본과 같은 문장임에도 불구하고 책장을 넘길수록

책에 집중할 수 있는 흡입력을 발휘하지만  '자본주의'라는 팍팍한 느낌에, 우리의 일생을,

요즘 누구나의 일생을 보는것처럼, 그로인해 1920년대부터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고 있는

'자본주의' 속의 각박함이 크게 느껴져서 마음이 무거웠던거 같다. 주인공만큼이나 말이다.

 

 

물처럼 흘러가라. 물은 고여 있으면 썩고 만다. 흐르는 물처럼 살아가라. 그 의미를,
그 문장의 본연을 뜻을 내 식데로가 아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때의 중요성을

생각해 보게 하는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옷의 세계 - 조금 다른 시선, 조금 다른 생활
김소연 지음 / 마음산책 / 201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옷의 세계 - 김소연


올해를 얼마 남겨두지 않았던 마지막 겨울같았던 12월에 선물 받는 책.
그날은 마음이 무거웠고, 그래서 그 책을 조금 더 소외시켜 놓은채, '과연 읽기는 할까?'
싶을 정도로 무덤덤하게 한쪽 구석에 밀어두었던 녀석이었는데, 어느날 그렇게,
오락가락하는 마음처럼, 어느날 갑작스럽게, 조금은 진지해 보이는 책 제목에 끌려서
읽어보게 되었다.

 

그런데 첫장을 넘기기도 전에,
김소연 작가의 작은 싸인에서 '소원이 도착하는 계절, 김소연' 과 함께 콧김같은 구름과
'8'자에 새겨진 눈사람이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그에 이어서 김소연 시인에 대한 이력에
대한 글에서부터 초입에 들어가는 짧은 글속에서도, '사귐'이라는 제목으로 '이 책을 건내며'
란 부제목에 이어지는 글자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시인의 진중함이 참 좋았다.

사람들에게 다가서는게 서툴러 혼자 있는 시간들이 많았다던,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던만큼
자신의 내면을 우주처럼 오래도록 탐사했던, 시집이 좋아 쉬지 않고 읽었던 시집들에서 꺼내
놓은 문장들까지. 그 하나하나가 오롯이 마음에 새겨지는 차분한 문장으로, 조근조근,
서둘지 않고 진행되는 이야기들은 시옷이 들어가 있는 단어들에 추억이 덧대여지고, 김소연
시인의 시선까지 더해져서는, 가히 눈을 떼기 힘들정도로 그 시인의 이야기에, 감성에
풍덩 빠져들었던거 같다. 의외의 선물이 주는 기쁨처럼 굉장히 강력하게, 또렷하게 다가왔던 책.

 


살피다

 

마음을 먹는다는 말은 어쩐지 마음을 간식 정도로 생각하는 말 같다.
마음은 그렇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마음은 살피는 게 맞다.
마음을 따르고 싶다면 마음을 살피면 된다.
마음을 다스리고 싶다면 보살피면 되듯이.   P-51

 

 

 

가엽은 여자. 아픈 여자. 두려운 여자. 눈물겨운 여자. 엄마라는 말은,
그 미음 발음은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발음이다. 젖 한 모금 같은 모음
하나를 입속에 담고 있다가 도라지꽃이 피듯 입술만 벌리면 내밭을 수 있다.
사람이 세상에서 처음 배우는 말. 가장 쉬운 말. 그러나 물컹한. 거대한.
너무 따뜻해서 도리어 슬프고, 너무 무거워서 도저히 쉽지 않은 말.


P-62,63

 

 

 

마음 아픈 것들은 내내 마음을 아프게만 했다. 내가 그 사물과 만난 것은
너무나 사소한 일이지만 사소한 일들은 마음 아픈 일일수록 운명처럼
커대래진다. 주워 온 사소한 사물들을 내가 간직하는 것은 추억이 소중해서가
아니라, 사소함이 이토록 커져간다는 것을 잊지 않고 싶어서다.  

P-144

 

 


심심함

 

우리가 잃어버린 세계는 꿈이 아니라 심심함의 세계이다.
심심함을 견디기 위한 기술이 많아질수록 잃어가는 것이 많아진다.
심심함은 물리치거나 견디는 게아니다.
환대하거나 누려야 하는 것이다.

P-146

 

 


천진하기엔 이미 선비이고, 도취에 몰입하기엔 너무나 맨 정신이며, 모리배이기엔
너무나 공자이고, 원대해지기엔 너무나 쫀쫀하며, 자유롭기엔 너무나 생활인인
당신은 고스란히 모더니티의 모순을 앓을 수밖에 없다.
당신은 너무나 어른이라서, 이미 어른이라서 서럽다. 


P-15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변방을 찾아서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1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신영복 시인의 '변방을 찾아서'

 

 

어느자리에선가 추천을 받았던 시인이셨다. 시집을 특별하게 즐기거나 좋아하는편은
아니었지만 무슨 계기였는지 시집 이야기가 나왔고, 또 시집을 우연히 즐기시던 분이
시인 몇분을 추천해 주셨는데 그 분 중 한분이셨던 신영복 시인. 이름에서 익숙한 느낌이
나는건, 아무래도 어디선가 자주 접했을거 같은 느낌이 있는 분이다.

 

 

'변방을 찾아서'

 

제목에서 느껴지는 외따로 떨어져 있는 저기 땅끝 마을을 연상하게 되는데,
일단 떨어져 있다라는 느낌 때문인지 '외롭다' '쇠외되다' 라는 느낌이 많이 드는
제목이어서인지 집에 도착한지는 한참이나 지나고, 지나서, 해를 넘기고서야 읽게 되었다.

 

 

아, 그런데 들어가는 초입부터 심상치가 않은거다.
신영복 선생님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정도로 그 분만의 무게감이 느껴지는,
20년이나 투옥생활을 하시면서 겪을셨을 어려움을 이겨낸 힘이 느껴지는,
문학에 대한, 세상에 대한, 자연에 대한, '시인'이라는 특별한 시선을 가진 자리에서
표현되어지는 문장, 단어들이 참으로 '아름답다'. 그러면서도 굉장히 '자연'을 마주보는것처럼
편안한 느낌을 주신다. 그만큼 마음에 새기고, 곱씹어 보게 되는 문장들이 맑은 시냇물처럼

줄,줄,줄 흘러 내려온다. 끈임없이.

 

 

'변방'이라고 이름지어질정도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자리한 '신영복'선생님의 글씨를
다시 답사하면서 그 글씨를 쓰게 된 연유와 그 후에 자리한 곳에서의 느낌을 르포처럼
따라가는 글들은 무게감 뿐만 아니라 '서예'에서만의 느낄 수 있는 그 단단함이,
동양화의 여백의 美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사진들이 있어 눈까지 즐거워지는 글이었다.

 

 

몇 년 전의 일이다. 한밤중에 전화가 울려 왔다. 한밤의 전화는 예사로운 것이 아니다.
깜짝 놀러 서둘러 전화를 받았다. 놀랍게도 편안한 목소리가 나를 맞았다.
"선생님 달 보냈습니다. 받으세요."
그 한마디만 남기고 전화는 끊어졌다. 월정사의 현기스님이었다. 아파트 베란다에 나갔더니
과연 중천에 보름달이 와 있었다. 현기스님이 보낸 달이었다.

소유란 무엇인가?

달(月)의 정(情)이란 자기가 깨닫는 것만큼 가질 수 있을 뿐이다.

자기가 변화한 것만큼 몸으로 가지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P-102

 


이렇게 사람의 情이 느껴지는, 그 깊이가 느껴지는, 그 단단하지만 딱딱하지 않은 말랑함이

느껴지는. 신영복 선생님을 늦게라도 알게 되어 참.....다행이다....그리고 참 따뜻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특별한 배달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27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김선영 작가의 '특별한 배달'

 

청소년 문학소설, 웬지 낯설다. 기존에 몇번 성장소설을 읽어보긴 했었는데, 그렇게
기억에 남을만한 작품은 접해보지 못한거 같다. 뭐, 나의 기억력이 좋지 못한 것이 더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말이다. 그래도 딱히 손에 가지 않는 장르이긴 했다.

 

하지만 인연이 되려면 또 이렇게 이어지는건가 보다. 여러가지 이벤트를 통해서 작가와의
만남을 갖게 되고, 사람을 먼저 알고, 그 다음 그 작가가 담아낸 책을 접해보는것이
세삼 재미가 있어서 열심히? 나름 기회가 닿는데로 先작가, 後책을 접해가는 과정중이었다.
그 과정속에 김선영 작가님과의 오붓한 만남이 이루어졌고 더불어 책까지 인연이 닿게 되었다.

 

태봉의 엄마는 태봉이 어렸을적 투명인간처럼 되어가는 남편의 자리를 견디지 못하겠다는
쪽지 한장을 남기고 떠난다. 그 충격으로 무엇이든 '화'로 처리하는 일명 '몸'으로
해결하는 불량학생이 되어가며 가슴에 아픈 상처를 간직한채 장래희망을 '잉여인간'으로
살아가겠다고 써 낼 정도로 삶에 대해 큰 기대없이 퀵클리쌩이라는 곳에서 알바를 하며 지낸다.
그러다 같은 반 친구인 슬아가 기면증으로 쓰러진것을 도와주면서 서로의 인연은 시작되고,
슬아는 모범생이라는 공든탑을 어머니의 절두철미한 관리 속에서 꼭두각시가 되어가는,
입양아로 어머니에게 불필요해지면 파양될 수도 있다는 스트레스가 커지면서 괴로워한다.
그러던중 웜홀속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배달원에 대한 기사를 접하고, 그 현장을 보면서
또다른 우주로 평행이동하여 존재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워 진상을 밝혀내기 위해 노력한다.
그 과정속에서 지금 내가 살아가는, 유지해 가고 있는 인생이 누군가의 지시가 아닌 자신
스스로의 선택으로 이루어졌다는것을 알게 되고 조금씩 건강한 어른이 되어 가는 길목으로
점점 가까이 다가서게 된다.

 


책 초반부터 학생들이 흔히 쓰는 언어들이 문장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데 그 문장을
볼때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것을 기억해야만 하는 불편함이 올라오려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할머니가 학생때의 회상신을 찍느라 자식의 교복을 입은듯한, 뭔가 어색한 기운마저
흐르는 것이다. 그 느낌이 처음엔 조금 크게 다가오는듯 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 느낌마저
익숙해져갔다. 그 익숙함이란 작가님의 청소년들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글로써 충분히 전해져서인거 같다.

 

아이들의 시선으로, 아이들의 마음이 되어, 아이들의 환경속에 깊이 들어가 느끼고, 느껴가며
써 내려갔을 책들의 내용은 분명 지금 한창 어려움에 처해 있는 상황에 희망의 끈을 놓지
말라는, 한걸음 떨어진 어른들의 당부이기 보다는 따뜻한 마음의 선생님이 전해주는
따뜻함이 있기에 분명히 청소년들에게 도움이 될거라 믿는다.

 

 

 

변해버런 상황에 대해 왜 말해주지 않았을까. 무슨 일이 있을때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건
아이들일지도 모르는데 왜 몰라도 된다는 식으로 설명도 이해도 구하지 않은 것일까.
쉬쉬하며 아무얘기도 해주지 않은 것이 나중엔 감당할 수 없는 지경까지 간다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   p-122

 


"정해진 건 없는 것 같은데, 사람들은 마치 정해진 길이 있는거처럼 똑같은 길로 똑같은
행동을 하며 가는 것 같아. 프로그램이 입력된 자동인형들처럼. 더 많은 가능성이 있는
것도 모른 채 말이야. 대개 그런 부류들은 묻지도 않아, 왜 내가 여기에 있는지..."  p-139

 


삶에는 한 가지 방식만 있는 게 아니다. 내게 맞는 다른 방식을 찾아 나서면 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세워놓은 한 가지 기준에 부합하려고 애쓸수록 더욱 진창이지 않았던가. 그 기준은
내가 세운 게 아니다. 이제부터 나의 설계로 내 기준을 세우면 되는 것이다. 그것은
밖에서가 아니라 안에서 주어지는 것이다. 나는 고독할지언정 기꺼이 그것을 선택할 것이다.
p-144


 

왜 아이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몰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이해의 과정 없이는 어른들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아이들에게는 무조건 생략하고 감추며 일상의 균형을 유지하라고 한다.
예고가 없기 때문에 아무 대비도 없이 날벼락을 맞아야 하는데도 크면 다 알게 된다는
식으로 얼버무린다. 크면? 그건 너무 늦은 말이다. 이미 뒤틀린 것들은 걷잡을 수 없이 금이
가기 때문이다.  p-204,20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정크 청춘 3부작
김혜나 지음 / 민음사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김혜나 작가의 '정크'

 

 

북콘서트에서 좋은 느낌을 받고, 더불어 좋은 친구에게 선물로 받은 김혜나 작가님의 신간.

 

 

사실 책 표지가 너무 만화적이어서 별로 끌리지 않는 책이긴 했지만 김혜나 작가님이
전하시는 이야기들의 깊이에 반했기에 또 책을 읽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기에, 지루하지 않았기에 생각보다 일찍 읽게 되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성재, 메이크업아티스트를 꿈꾸며 전문학교를 다녔고 아티스트가
되기 위한 첫걸음으로 백화점의 화장품 매장에서 일하기 위해 일자리를 열심히 찾아
나서지만 쉽지 않다. 일자리를 찾는 동안 로드매장의 싸구려 화장품 매장에서 알바를
해나가면서 생활한다. + 일주일에 두번씩 집에 찾아오는 아버지, 무엇이 미안한지
몇만원씩 나두고 가는 쓰지도, 쓰지 않을수도 없는 현금, 아버지의 따뜻함을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채로, 제처의 아들로, 숨겨져 있어야만 하는 존재로,'아버지'라는 존재의
부재로 자신의 뿌리를 찾지 못하며 어디에도 발을 붙이지 못한다. + 동성애자이면서
결혼해 버린 애인이었던 '형'과 '온전한 사랑'을 '드러내 놓고' 할 수 없었기에 그
'미련'으로 다시 만나게 되면서 괴리감에 빠져 힘들어 한다. = 기본적이 상황들은
지극히 드라마적인 요소들이 많으면서도 진부한 스토리 라인이 연상되지만 그 진부
함은 쏘~옥 빠지고 김혜나식 담백함이 담긴 문장들로 인물들의 내적 탐구가 시작된다.

 

 

각 상황들이 닥쳤을때 성재가 겪는 심리적 변화들은 작가 본인이 직접 겪고 쓴것처럼
그 심리 표현들이 적나라할 정도이다. 내가 느끼고 그 느낌을 내 스스로 되내이고
있는것처럼 그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지고, 그 아픔이 담담한 말투이지만 담담한 말투여서
아픔은 배가 되어 내면을 더욱 울리게 만든다. 하지만 성재뿐만 아니라 그 주변
인물들의 대화나 혼자만의 독백을 듣고 있다보면 '김혜나'작가님이 들려주었던 이야기들과
이 이야기를 만들면서 생각했던, 준비했던, 바라보았던, 표현해고자 했던 부분들이 잘 드러나
있어서, 그 노력만큼 공감되기에, 노력의 결실을 잘 맺으신거 같아 마음이 뿌듯해진다.

 

 


다르다. 하지만 다르지 않다. 사람의 근본은 똑같다.
그 표현하는 방식만 다를뿐.
나만의 선입견을, 나만의 고정관념을 다시 한번 극복해 나가야 겠다.

 

 

 

내가 묻자 주아는 고개를 가만히 끄덕였다. 그리고 말했다.
"그런데 나는 좀 이상한 것 같아. 그 이상한 일이, 왜 이상하다고 여겨지지 않는지
모르겠어. 모두가 다 이상하다고 하는 일들이, 나에게는 다, 매우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처럼 느껴져. 그런데 모두가 다 이상하다고 하니까, 그것이 이상하다고 느껴지지
않는 내가 더 이상한 사람인가 싶은 거야. 그러고는 사람들한테 이런 말, 저런 말
듣는 게 싫어서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는 거야. 그런데 그게 가끔 견딜 수
없게 돼 버리는 지점이 있어. 나는 그게 아닌데, 나는 그렇지 않은데, 모두가
그래야 한다고 말하니까, 그런 척하고 있는 나 자신을 견딜 수 없게 돼 버리는 거야."

p-45,46

 

 

 

너는 어차피 네 눈에 보이는 대로, 네가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을 믿고 또 만들어 갈
거잖아. 내 대답 따위, 내 현실 따위, 안중에도 없는 거잖아. 네눈에 드러난 현실만,
바로 그 서류만 믿을 거잖아. 모든 것이 위장이라는 현실을 애써 외면한 채, 눈에
드러난 서류만 믿고 또 끊임없이 만들어 갈 거잖아. 내가 왜, 내가 왜 그런 당신에게
대답해야 해? 아무것도 믿지 않을 거면서, 내가 내뱉는 진실 같은 건 하나도 들어
주지 않을 거면서 왜 자꾸만 나에게 그렇게 묻는 거야, 왜?   p-68

 

 


순간의 일탈과 쾌감을 맛보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현실이 이토록 혼랍스럽게 다가오지도
않았을 터였다. 아무리 날아올라 보아도, 날아오르려 해 보아도 그저 일순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지금, 더 이상은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놀이 기구에
몸을 싣고 싶지 않았다. p-97

 

 

 

사람들은 언제나 보였지만, 그와 동시에 언제나 보이지 않았다.
나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사이를 계속 바라보았다.
그와 마찬가지로 소리 또한 언제나 들렸지만 들리지 않았고,
나는 들리지 않음을 계속해서 듣고 있었다.  p-168

 

 

 

약이란 잠시 내 몸에 머물다 결국 휘발되어 버리기 때문에 돈과 속성이 가장 닮아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p-19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