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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크 ㅣ 청춘 3부작
김혜나 지음 / 민음사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김혜나 작가의 '정크'
북콘서트에서 좋은 느낌을 받고, 더불어 좋은 친구에게 선물로 받은 김혜나 작가님의 신간.
사실 책 표지가 너무 만화적이어서 별로 끌리지 않는 책이긴 했지만 김혜나 작가님이
전하시는 이야기들의 깊이에 반했기에 또 책을 읽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기에, 지루하지 않았기에 생각보다 일찍 읽게 되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성재, 메이크업아티스트를 꿈꾸며 전문학교를 다녔고 아티스트가
되기 위한 첫걸음으로 백화점의 화장품 매장에서 일하기 위해 일자리를 열심히 찾아
나서지만 쉽지 않다. 일자리를 찾는 동안 로드매장의 싸구려 화장품 매장에서 알바를
해나가면서 생활한다. + 일주일에 두번씩 집에 찾아오는 아버지, 무엇이 미안한지
몇만원씩 나두고 가는 쓰지도, 쓰지 않을수도 없는 현금, 아버지의 따뜻함을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채로, 제처의 아들로, 숨겨져 있어야만 하는 존재로,'아버지'라는 존재의
부재로 자신의 뿌리를 찾지 못하며 어디에도 발을 붙이지 못한다. + 동성애자이면서
결혼해 버린 애인이었던 '형'과 '온전한 사랑'을 '드러내 놓고' 할 수 없었기에 그
'미련'으로 다시 만나게 되면서 괴리감에 빠져 힘들어 한다. = 기본적이 상황들은
지극히 드라마적인 요소들이 많으면서도 진부한 스토리 라인이 연상되지만 그 진부
함은 쏘~옥 빠지고 김혜나식 담백함이 담긴 문장들로 인물들의 내적 탐구가 시작된다.
각 상황들이 닥쳤을때 성재가 겪는 심리적 변화들은 작가 본인이 직접 겪고 쓴것처럼
그 심리 표현들이 적나라할 정도이다. 내가 느끼고 그 느낌을 내 스스로 되내이고
있는것처럼 그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지고, 그 아픔이 담담한 말투이지만 담담한 말투여서
아픔은 배가 되어 내면을 더욱 울리게 만든다. 하지만 성재뿐만 아니라 그 주변
인물들의 대화나 혼자만의 독백을 듣고 있다보면 '김혜나'작가님이 들려주었던 이야기들과
이 이야기를 만들면서 생각했던, 준비했던, 바라보았던, 표현해고자 했던 부분들이 잘 드러나
있어서, 그 노력만큼 공감되기에, 노력의 결실을 잘 맺으신거 같아 마음이 뿌듯해진다.
다르다. 하지만 다르지 않다. 사람의 근본은 똑같다.
그 표현하는 방식만 다를뿐.
나만의 선입견을, 나만의 고정관념을 다시 한번 극복해 나가야 겠다.
내가 묻자 주아는 고개를 가만히 끄덕였다. 그리고 말했다.
"그런데 나는 좀 이상한 것 같아. 그 이상한 일이, 왜 이상하다고 여겨지지 않는지
모르겠어. 모두가 다 이상하다고 하는 일들이, 나에게는 다, 매우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처럼 느껴져. 그런데 모두가 다 이상하다고 하니까, 그것이 이상하다고 느껴지지
않는 내가 더 이상한 사람인가 싶은 거야. 그러고는 사람들한테 이런 말, 저런 말
듣는 게 싫어서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는 거야. 그런데 그게 가끔 견딜 수
없게 돼 버리는 지점이 있어. 나는 그게 아닌데, 나는 그렇지 않은데, 모두가
그래야 한다고 말하니까, 그런 척하고 있는 나 자신을 견딜 수 없게 돼 버리는 거야."
p-45,46
너는 어차피 네 눈에 보이는 대로, 네가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을 믿고 또 만들어 갈
거잖아. 내 대답 따위, 내 현실 따위, 안중에도 없는 거잖아. 네눈에 드러난 현실만,
바로 그 서류만 믿을 거잖아. 모든 것이 위장이라는 현실을 애써 외면한 채, 눈에
드러난 서류만 믿고 또 끊임없이 만들어 갈 거잖아. 내가 왜, 내가 왜 그런 당신에게
대답해야 해? 아무것도 믿지 않을 거면서, 내가 내뱉는 진실 같은 건 하나도 들어
주지 않을 거면서 왜 자꾸만 나에게 그렇게 묻는 거야, 왜? p-68
순간의 일탈과 쾌감을 맛보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현실이 이토록 혼랍스럽게 다가오지도
않았을 터였다. 아무리 날아올라 보아도, 날아오르려 해 보아도 그저 일순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지금, 더 이상은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놀이 기구에
몸을 싣고 싶지 않았다. p-97
사람들은 언제나 보였지만, 그와 동시에 언제나 보이지 않았다.
나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사이를 계속 바라보았다.
그와 마찬가지로 소리 또한 언제나 들렸지만 들리지 않았고,
나는 들리지 않음을 계속해서 듣고 있었다. p-168
약이란 잠시 내 몸에 머물다 결국 휘발되어 버리기 때문에 돈과 속성이 가장 닮아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p-1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