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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주례사 -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한 남녀 마음 이야기
법륜스님 지음, 김점선 그림 / 휴(休)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스님의 지혜는 조용하지만
스님의 지혜를 읽는 독자들의 마음은 소란스럽다.
할 말은 하고 살자는 현 시대에 승화가 지혜라는 말씀이 낯설 수도 있다.
하지만 스님은 하라, 혹은 하지 말라는 말씀은 않는다.
할 말은 해야겠습니다.
해라. 그러나 책임은 져야 한다.
책임을 질 자신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말을 삼가라.
배우자가 밉습니다.
미워하되 응보를 받아라.
응보를 받기는 싫습니다.
그렇다면 미워하지 말라.
이론대로 살아지는 세상이라면 이리 간단하겠지만 이성보단 감정의 힘이 무서운 법이다.
그렇기에 이 책도 읽다보면 감정의 힘이 먹구름처럼 몰려온다.
아주 오랜 세월 수행을 해 온 현인의 지혜를 단 한 번의 독서로 모조리 흡수할 수 있다면 진즉에 생의 고민 같은 건 없었을 것이다.
현인의 지혜를 읽는 다는 건 지금의 내 삶에 어떤 면에서 그 지혜의 마음을 심고 얼마만큼의 시간과 정성을 지켜보아야 결실을 맺을 지 기다려보는 시작과도 같은 것이다.
스님의 말씀은 무조건 참으라는 말이 아니다.
우리 어린 시절 <삼국지>를 읽도록 권장했던 의미는 그 속에 앞날을 도모하고 한 수, 두 수 심지어는 서너 수까지 미리 내다보며 인간관계를 맺어 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평균 수명은 더 늘어났지만 멀리 내다보는 시야는 짧아진 오늘날 스님의 지혜는 아주 길어진 우리의 삶을 현명하게 사랑하는 법을 말씀하심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