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무늬
백희성 지음 / 북로망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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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사람을 기억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건 얼굴이지만, 가끔은 얼굴보다 다른 것들이 더 오래 기억에 남을 때도 존재한다. 어떤 사람이 입었던 옷의 촉감이나 냄새, 그 사람이 사용하던 컵처럼 일상적인 물건까지 기억의 한 자락이 된다. 『기억의 무늬』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하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 카미는 안면인식장애가 있어 사람의 얼굴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 인물이다. 대신 그는 옷의 질감과 닳은 소매, 손때 묻은 물건 같은 아주 작은 흔적을 통해 사람을 기억한다. 세 살 때 부모를 잃은 뒤 19년 동안 그를 붙잡고 있던 것도 얼굴이 아닌 ‘검은 실루엣의 옷에서 느껴졌던 촉감’이다. 그 기억 하나를 따라 부모의 죽음에 얽힌 미제 사건을 다시 파헤치는 과정이 이 책의 줄거리이기도 하다.

특히 오래된 아기 침대처럼 평범해 보이는 가구에 남은 흠집과 문양, 쉽게 눈에 띄지 않는 흔적들이 바로 과거를 향한 단서가 된다. “옷은 어쩌면 우리의 육체를 가장 정직하게 기억하는 유일한 목격자일지도 모른다” 사실 물건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지만, 그 안에는 누군가의 시간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하지만 상처는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내 일부가 되기도 한다. 카미가 오랫동안 품고 있던 아픔도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조금씩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결국 과거를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그 기억을 다시 마주하는 순간 상처의 모양은 이전과는 달라지는 것처럼 보인다.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서 내 일부가 되기도 한다. 카미가 오랫동안 품고 있던 아픔도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조금씩 다른 의미를 갖게 되면서 카미의 여정을 더 의미깊게 만들어 주는 것만 같았다. 상처받은 기억을 단순히 잊어버리거나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억을 품은 채 앞으로 나아가는 것. 기억의 무늬가 우리에게 남기는 삶의 잔상이다.

#기억의무늬 #백희성 #북로망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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