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곁에 두는 마음 - 오늘 하루 빈틈을 채우는 시인의 세심한 기록
박성우 지음, 임진아 그림 / 창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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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서평단 #마음곁에두는마음 #박성우 #임진아

✏️ 한줄평: 타인의 온기를 편지로 전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의 글은 곧 따뜻한 세계가 된다. 그 세계는 모두에게 공평하고 아늑하다. 박성우의 글과 임진아의 그림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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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코로나로 인해 외로움이 많아졌다. 여기저기 분노와 미움도 가득한 사회가 되었다. 나는 눈을 감는다. 우리는 서로를 조금 용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어수선한 연말이지만,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귀여운 표지 그림과 함께, 첫 문장을 읽자마자 나도 모르게 피천득의 <<인연>>이라는 책을 떠올렸다. 피천득과 박성우가 무엇이 닮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담담하게 자신의 말을 전하는 사람들이 주는 차분함은 사람 마음을 살포시 녹게 만든다.

박성우가 누군가에게 받은 마음은 나에게도 전달되어 고스란히 남아있다.

힘을 내라는 직접적이고 자극적인 메시지 없이도 사람을 위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그냥 당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 뿐인데 그 이야기를 전해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기울이게 된다.

박성우의 글을 읽다보면 이미지가 떠오른다. 회색 도시가 아닌, 푸릇푸릇하고 생기있는 어떤 이미지를 담게 된다. 임진아의 그림은 나의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맞아. 치유나 힐링을 말하려면 이 정도의 글이어야 해!' 생각했다. 나는 벌써 기대된다. 박성우의 글과 임진아의 그림으로 마음을 달랠 사람들이, 빈틈을 조금 꽉 메우고 살아갈 사람들이, 어딘가에서 문장 하나로 살아날 사람들이.

이제 나에게도 자기 전 머리맡에 두는 따뜻한 마음이 있다.

💬

p. 105

똑똑, 106동 앞에 있는 경비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원래 이렇게 좁았나. 경비실 안에서는 라면 냄새가 났다. 어이쿠, 이런 걸 드시고 어떻게 일을 해요. 요새는 입맛이 없어서 그래요. 나는 손에 들고 있던 것을 내밀면서 약사님이 알려준 대로 아침 식사 후에 한 알씩 드시라고 말했다. 한번 안아봐도 돼요? 챙겨간 것을 전해드리고 나오면서 나는 조경민 어르신을 가만히 안아봤다. 오래전 돌아가신 내 아버지처럼 따뜻했다.

p.129

시인은 책을 읽고 시를 쓰던 젊은 날, 달은 외로운 가슴에 빛이었고 길이었다고 했다. ...

나는 시인이 결정을 해야 할 때 어떤 기준으로 가고자 하는 길을 선택하는지가 문득 궁금해졌다. 성우야, 마음이 가는 대로 간다는 생각이지만,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삶이야. 다 자기 길을 스스로 내며 살아가는 거지. 삶은 얼마나 신비롭니? 시인은 쥐고 있던 우산의 빗물을 툭 털어내면서 혼잣말하듯 말했다.

p. 174

어떻게 하면 고통과 욕심과 집착을 멀리한 채 편안한 잠을 자고 맑은 하루를 열 수 있을까? 나는 불을 끄고 침대에 누우면 한 장 한 장의 사진을 꺼내 바라보듯, 내 인생에서 가장 기쁘고 즐겁고 행복했던 순간들과 의미 있고 쓸모 있었던 순간들만 골라 순서대로 떠올린다. 단순히 떠올려 바라보는 게 아니라 그때의 표정과 기분, 가볍지만 않은 가치도 되살려 마음 안쪽 깊은 곳에 대본다.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이렇듯 하는 일은 보통 십 분에서 이십 분정도 걸리는데, 하고 나면 마음이 그렇게 편해질 수가 없고 아늑한 잠에도 쉽게 들 수 있다. 깊은 수면 덕분일까. 아침에도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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