맏이 청소년시대 5
토어 세이들러 지음, 조원희 그림, 권자심 옮김 / 논장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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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살아가면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마음 깊이 새겨 주는 아픔과 아름다움으로 가득 찬 야생에 관한 이야기이다. 


박진감 넘치는 이 장엄한 동물 이야기에서 ‘맏이’란 여러 동물을 가리키는데, 나뭇가지 위에서 “가여운 네발 달린 짐승들”을 내려다보며 이야기를 서술해 나가는 까치 매기를 말하기도 하고, 매기를 진정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우두머리 늑대 블루보이를 가리키기도 하며, 무리에 대한 책임과 평범하지 않은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블루보이의 첫째 아들 라마를 나타내기도 한다.


각 맏이들은 서로 다른 가치를 대변하며, 그 삶을 통해 우리 청소년들에게 삶에서 중요하게 여겨야 할 가치에 대해 오래 생각하게 만든다.
너 자신에게 충실하라는 말을 평생의 지침 삼아 치열하게 야생의 삶을 살아 내는 매기.

어떤 어려움에도 품위를 잃지 않는, 전통적인 맏이이며 가족을 지키는 아버지의 표상인 블루보이.

그럭저럭 살아가는 것과는 거리가 먼, 자신에게도 성실하고 상대도 실망시키지 않을 길을 찾아낸 라마.

각 맏이들의 삶은 서로 달라 보이지만 한꺼풀 들춰 보면 매기의 도전 정신과 블루보이의 생존 본능과 라마의 열정은 하나의 맥락으로 이어진다.

바로 자기 앞의 생에 대한 치열함이다.

우리는 저마다 하늘 아래 ‘유일무이’한 존재이다.

문제는, 남과 다르면서도 같아질 수는 없다는 점.

가족을 저버린 매기에게 문득문득 찾아오는 외로움은 감내해야 할 몫이다.

사회적 기대를 벗어난 라마 역시 별종으로 치부됨을 피할 수는 없다.

당연하게, 블루보이의 헌신에는 누구도 훼손 못 할 권위와 자발적인 복종이 따른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법, 선택에는 응당한 대가가 따르는 냉엄한 현실이 우리 삶이다.

이 책의 저자 토어 세이들러는 '뉴욕 쥐 이야기'나 '못된 마거릿' 같은 작품에서 인간 사회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동물의 세계, 로맨스와 용기와 신념이 가득한 세계로 독자를 이끌었다.

그리고 작가는 광대하고 아름다운 미국의 예로스톤 국립공원에서 가장 사납고 위험한 동물인 늑대를 주인공으로 선택했다.


호기심 많고 까칠한 까치 매기는 자아에 대한 고민으로 가족을 저버리지만 믿음직하고 용맹스러운 블루보이를 만나 서로 의리를 지키며 돕고 가족과도 같은 평생의 친구를 얻는다. 블루보이의 동생 설리는 형을 배신하고 편안한 삶을 선택했다 홀로 떠돌지만, 마지막에는 자신의 실수를 반성하고 죽어 가는 순간에 조카를 살리려 한다. 벤 역시 가족을 배반해 평생 불명예스럽게 살 뻔했지만 두 번째 찾아온 기회는 결코 놓치지 않는다. 


책은.. 초등 고학년이 읽으면 딱 좋을 것 같다.

중학년이 읽기에도 무리가 없어 보이긴 하지만.. 중간중간.. 삽입된 그림이 하나도 없다보니...

아무래도... 많은 글밥이.. 살짝 부담스러울 수 있을 듯 싶다.


아니면 본문 앞서에 캐릭터에 대한 설명과 그림이 곁들여진 등장인물 소개 페이지가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딸들이..


한번 더 이 책을 읽어보고 느끼고, 감동받기를 바란다.






@ 책 속에서



- 엄마가 다정하게 노래하듯 말했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까치가 세상에 또 있을까? 귀여워, 귀여워, 귀여워! 이름을 뭐라고 지을까요?"

아빠가 대답했다.

"당신 맘대로 해요, 맥. 당신 공이 크잖소."

"매기 어때요?"

"최고요."



- 험준한 산악 지형도 블루보이한테는 식은 죽 먹기였는데, 그게 다 캐나다 로키 산맥에서 자랐기 때문이었다. 블루보이는 새끼들 가운데 맏이였다. 알고 보니 늑대들한테는 맏이라는 사실이 대단한 일이었다. 맏이는 젖이 가장 많이 나오는 젖꼭지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새끼들에 비해 큰 이득을 얻을 수 있어서 결국 공식 후계자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맏이건 막내건 간에 새끼 늑대들의 삶은 새끼 까치들보다 훨씬 더 위험한 것 같았다. 블루보이의 형제들은 여섯이었는데 첫여름이 끝나 갈 무렵에는 두 마리밖에 남지 않았다.



- 옐로스톤 공원은 대부분 야생 모습 그대로였지만, 가끔 경이로운 풍경을 넋을 놓고 바라보는 사람들 무리나 뾰족한 지붕이 달린 통나무집들이 보이기도 했다. 그중 내 눈길을 끈 것은 빈터에 있는 작은 동물 보호소였다. 프릭이 캐나다에서 잡힌 다음에 끌려갔던 곳을 이야기해 준 적이 있는데, 그곳이 프릭의 설명과 딱 맞아떨어지는 곳이었다.



- 블루보이는 침을 흘리고는 있었지만 사냥을 생각하기 전에 보금자리부터 찾아야 한다고 고집했다. 레이즈가 지리를 알고 있으므로, 블루보이는 레이즈를 앞장세웠다. 하지만 블루보이가 무턱대고 뒤따라갈 리가 없었다. 큰 강 옆으로 작은 샛강이 갈라지는 곳에 이르자,블루보이가 모두 멈추라고 짖었다. 늑대들은 물 근처에 정착하기를 좋아하는데, 블루보이는 그 샛강의 모양이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 얼마 지나지 않아 라마와 리비와 벤도 사냥에 따라나섰다. 라마는 타고난 사냥꾼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아버지의 훌륭한 사냥 솜씨를 물려받았다 해도 관심은 딴 데 있는 것 같았다.

~

블루보이는 이러한 사소한 실수들을 어린 늑대가 사냥 경험을 넓혀 가는 과정이라고 믿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라마가 사냥을 가는 중에 옆으로 새는 습관을 두고는 어떤 이유를 찾았을까? 



- 또다시 겨울이 찾아오자, 관광객들과 추위에 약한 새들이 공원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라마한테는 얼어서 솟아오른 땅이나 물결 모양으로 얼어 있는 호수나 코끝이 아프도록 시린 공기가 신기할 따름이었다. 라마는 살집도 꽤 올라서 크기도 레이즈만해졌고, 털도 멋지게 두툼해졌다. 밤에 웅크리고 잘 때 코가 시리면, 그저 꼬리로 덮으면 그만이었다. 라마는 동생들과 순서를 정해서 털이 없는 프릭의 엉덩이 쪽에서 교대로 잠을 잤다.



- 루파가 녀석의 목을 먼저 공격했고 곧바로 라마가 옆구리를 공격했다. 들소가 놀라 비명을 지르더니 머리를 쳐들고 흔들어댔지만 그리 위력적이지 않았다. 블로보이는 비록 쇠약한 상태였어도 많이 뒤처져 있지는 않았던 터라 이내 다리를 공격했다. 녀석은 무거운 몸을 이끌고 몇 걸음 앞으로 나아가더니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 나는 설리가 어둠을 틈타 도둑질을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밤이 되길 기다렸다. 달무리가 져셔 달핓이 흐릿했지만, 헛간 근처에서 반짝이는 눈빛이 나타났다. 자세히 보려고 아래로 날아갔다. 하지만 그건 생쥐나 쥐를 찾아 어슬렁거리는 집 고양이였다.

아침이 되자 나는 목장을 다시 한번 둘러보았다. 목장 주인이 집에서 나오더니 트럭에 올라탔다. 목장 주인은 트럭을 몰고 가다 말고 말이 가득한 울타리 옆에 멈추더니 울타리 위에 앉아 있는 목동들한테 말을 건넸다. 나는 사람들이 늑대 이야기를 할 때 울타리에 내려앉아 엿들을 수 있었다.



- 방충망 문이 끼익하고 열리는 소리에 나는 정신이 들었다. 이른 아침어었는데, 금발 머리가 삼각형 집에서 나왔다. 나는 단단한 땅에서 몸을 일으켜 깃털에 묻은 흙을 털어 내고는 금발머리가 차고로 다가오자 허둥지둥 길을 비켜 주었다. 금발 머리가 차고 문을 들어 올리더니 헉하고 숨을 들이마셨다.

"브라이언! 늑대가... 늑대가 죽은 거 같아!"

~

블루보이는 아름다운 푸른 털을 피와 다진 고기들로 더럽힌 채로 선홍색 웅덩이에 누워 있었다.

엎어진 그릇에는 블루로이가 와피티사슴의 숨통을 끓을 때 쓰던 영예로운 앞니 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곧 털보가 차고로 허둥지둥 달려오자, 나는 엉거주춤 날아 밖으로 나왔다.



- 나는 블루보이의 입이 얼마나 엉망이 됐을지 알고 있었다. 블루보이가 무자비한 철창살을 공격하던 모습과 피 웅덩이 위에 놓여 있던 부러진 이빨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죽지 않은 게 오히려 놀라울 따름이었다.

~

그 마술이 무엇인지 궁금했지만, 지금 블루보이한테 필요한 것은 질문이 아니라 도움인 것 같았다. 나는 곧장, 거의 기우뚱거림 없이 바위 언덕으로 날아갔다.



- "그 사랑스러운 새끼한테 정말로 '매기'라는 이름을 지어 줄 거야? 정말 시시한 이름인데."

블루보이가 대라마가 대답했다.

"난 맘에 들어."

라마가 거들었다.

"아름다운 이름인걸요."

~

"내 생각에는, 매기, 네가 몬태나에서, 또 아이다호에서, 그리고 여기 엨로스톤에서 나를 구해 줬잖아. 네가 아니었다면, 우린 아무도 여기에 살아 있지 못했을 거야."

드디어 나는 목까지 멨다. 마치 심장이 너무 부풀어 올라 숨통까지 막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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