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그림이 있는 동시
신형건 지음, 전영근 그림 / 미세기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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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있는 동시 시리즈.
‘여행’을 테마로 많은 사람들에게 설렘과 감동을 선사한 화가 전영근의 그림과 아이들에게 오래도록 사랑을 받은 시인 신형건의 동시 19편을 담은 ‘여행 동시집’이다.
시는 아빠와 아이가 차를 타고 단둘이 여행을 떠나 나눈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세상에서 가장 느린 달팽이가 된 아빠의 목소리, 아빠와의 여행에 한껏 들뜬 아이의 목소리, 그리고 두 사람의 대화가 이어진다. 아빠와 아이가 함께 나선 여행길을 따라가면서 나도 모르게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눈과 귀가 모두 즐거운 동시집이다.

동시집이면서도 그림책 사이즈의 하드커버로 된 책!
여행 동시집은 처음이었는데, 이 책 9살 울 딸은 우르르 한번에 다 읽어버리더라.

표지를 넘기고 제목 페이지에서부터 차례 페이지까지 이어지는 타이어 자국ㅎㅎ
작지만 필요한 건 다 있는 작은 차를 그려넣은 게 참 인상 깊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마치 이 차를 타고 함께 여행을 떠나는 듯한 그런 분위기마저 느껴졌다.

본문이 다 끝난 후에는 시 쓰는 여행자 신형건 님과 그림 그리는 여행자 전영근 님의 소개가 나와 있으며,
도록이라고 해서 책 속에 삽입된 그림들의 리스트가 나와 있다.
그림 제목과 사이즈, 재료, 그리고 그린 년도까지~
마치 하나의 미술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듯한 기분도 느껴지는 그런 책!!!

무더위에 살짝 지친 요즘!
아이들과 꼭 함께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 책 속에서

- 짐

아빠, 참 이상해요.
배낭 가득 짐을 꾸렸는데
하나도 안 무거워요.
구름 위에 올라탄 듯
걸음이 사뿐사뿐해요.
숙제 걱정, 학원 걱정, 시험 걱정...
무거운 마음의 짐 모두
내려놓고 와서 그런가 봐요.
내 마음의 설렘이
빵빵한 배낭 속 짐을
헬륨 가스로 만들어 버렸나봐요.
풍선처럼 두둥실-
떠오를 것만 같아요.


- 여행

아빠,
왜 이렇게 천천히 가요?
응?
왜,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가냐고요.
이게 여행이지.
한 걸음 더 천천히 가는 거.
그러다 언제 도착해요?
이게 여행이지.
두어 시간쯤 더 늦게 도착하는 거.

아빠,
왜 그렇게 두리번거려요?
뭐?
왜, 자꾸 한 눈을 팔고 있냐고요.
이게 여행이지.
하나라도 더 보는 거.
난 그게 그거 같아 지루한데..
치, 아빤 달팽이 같아!
바로 이게 여행이란다.
세상에서 가장 호기심 많은
달팽이가 되는 거.


- 모퉁이를 돌면

모퉁이를 돌면 상쾌한
바람. 모퉁이를 돌면 눈부신
바람. 모퉁이를 돌면 눈부신
햇빛. 모둥이를 돌면 싱그런 메타세콰이아
숲길. 모퉁이를 돌면 갑자기 쏟아지는
소낙비. 모퉁이를 돌면 빨랫줄에 걸려 펄럭이는
흰 구름. 모퉁이를 돌면 불꽃처럼 활활 타오르는
칸나. 모퉁이를 돌면 사납게 짖어 대는
삽살개. 모퉁이를 돌면 기차가 지나가는
~~~
저녁 해. 모퉁이를 돌면 끝없이 나타나는
세로운 세상. 모퉁이르 돌면,
모퉁이를 돌면


- 지금 어디니?

여보세요! 응, 엄마.
지금 어디냐고요? 글쎄, 잘 모르겠어요.
길은 터덜터덜 흙길인데
차바퀴가 덤벙덤벙 한 눈을 팔다
자꾸 돌멩이를 밝는지 덜컹덜컹해요.
앗, 사고가 날 뻔했어요!
그렇지만 뭐,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잠자리 한 마리가 돌진해 오는 바람에
차창에 살짝 부딪친 것뿐이에요.
~~~
아, 이제야 알겠어요. 엄마, 여긴
가을 한복판이에요!


- 갈림길

두 갈래의 길 앞에선 누구나 그런 법이란다.
어느 길로 갈까, 머뭇거리게 되고
한쪽 길로 들어선 다음에도 다른 길이 자꾸 생각나지.
그냥 그 길을 잊어버리렴.
설령 잘못 든 길일지라도 조금 더 돌아가면 되는 거란다.
세상의 길들은 모두 이어져 있으니까.

얘야, 머지않아 네 앞엔 또 다른 갈림길들이
자꾸자꾸 나타날 거란다. 그럴 때마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너 스스로 선택해야만 하지.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단다.
넌 항상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으니까.
그러니 얘야, 가뿐하게 네 길에 들어서렴.
콧노래를 부르며 신나게 그 길을 달려가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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