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철든 날 사계절 중학년문고 31
이수경 지음, 정가애 그림 / 사계절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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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애가 초1이 되다보니, 이제는 그림책 위주에서 요런 소프트커버로 된.. 글밥이 조금 있는 책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거 같다. 사실 자연스러운 건 아니고.. 의도적으로~ㅎㅎ 대신 글밥 위주의 책으로 바로 넘어가는 것보다 이렇게 동시집을  많이 접하게 해 주면, 글자 위주의 책도 자연스럽게 보리라 믿는다.

이수경 동시집 <갑자기 철든 날>

사실 초1, 6살 아이들이... 철 들었다..라는 표현을 알 리 만무하고, 또 그말을 설명해 주기 역시 대략 난감이다. 그냥.. 난.. 어른스러워졌다~라는 의미로 얘기해 줬다. 괜히 떼 안 부리고, 자꾸 사달라고 조르고~ 뭐.. 그런 거 안 하면 어른스러워진 것이고, 또 어른스럽게 행동하다보면 철이 들어버린다는....

이 책은 경남 산청에서 태어난 작가의 작품이라 그런지 지리산의 정취가 느껴지는 듯 하다.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갑작 철이 들면 죽는다는 할머니이 말에 작가는 '난 절대로 철들지 않을 거야!'라고 한마디 햇다가 엄마께서 부지껭이 들고 쫓아 온 일화로 시작한다. 그 해 여름 아버지가 불의의 사고 돌아가시고 그 때 작가의 나이 열한 살부터 동생이 넷이나 있는 큰 언니로서 어쩔 수 없이 철이 들었다고 한다.

사시사철 다른 노래를 불러 주는 지리산을 품고 사는 동안 작가는 그렇게 자신도 모르게 진짜 철이 들었다고 한다. 봄을 곰삭혀 여름을 깃들게 하고, 여름을 품어 가을을 빚어내는 자연의 흐름 속에서 자신도 그렇게 철이 든 모양이라고 한다. 갑자기 철들면 죽는다는 작가 할머니의 말씀은 어쩌면  순리대로 살아가는 자연을 닮으라는 이야기였던 거 같다고 작가는 말한다.

책은 작가가 지리산에서 보낸 시절을 고스란히 담아내듯이 철든 봄, 철든 여름, 철든 가을, 철든 겨울 그리고 철든 우리까지로 나누어져 있다.
 
중간중간 삽입된 그림 덕분에 더 잼나게 읽을 수 있는 그런 동시집이다.
대신.. 살짝씩 아이들 눈에는 어렵게 느껴지는 단어들이 있어서~ㅎㅎ
예를 들면 박새, 꽃눈, 잎눈, 볼그레하다, 참꽃, 긴병꽃풀, 호랑지빠귀, 홑이불, 사랫길, 정자나무, 떡비, 쑥부쟁이 등등~~

대신 그래서 더 시골 정취가 팍팍 느껴지는 듯~ㅎㅎ


@ 본문에서

- 술래가 찾은 것
마당에 쌓인 눈 / 다 녹던 봄날 // 왕 구슬 한 개와 / 누나 머리핀 // 햇살에 반짝반짝 / 빛나고 있더라// 눈 속에 숨어 있다 / 다 들킨 게지. // 봄볕이 술래라 / 다 찾은 게지.

- 터질똥 말똥
돌배나무 꽃망울 / 터질똥 말똥 / 산벚나무 꽃망울 / 터질똥 말똥 / 앵두나무 꽃망울 / 터질똥 말똥 / 찔레나무 꽃망울 / 터질똥 말똥 // 휘이- / 호랑지빠귀 신호에 / 봄 산이 / 터질똥 말똥

- 장맛비
장맛비 쏟아지니 / 교실 안으로 / 라일락 향기 훅- 날아옵니다. / 운동장 흙 내음도 뛰어듭니다. / 날개 젖은 참새도 / 창가에 와 앉습니다 // 우리 모두 / 다 같이 / 비 그치기를 / 기다립니다.

- 떡비
빗방울 / 방울방울 / 수수알 되고 // 빗방울 / 송알송알 / 포도알 되고 // 빗방울 / 조롱조롱 / 낟알이 되는 // 빗방울 / 조롱조롱 / 낟알이 되는 / 가을비 / 조록조록 / 고마운 떡비

- 겨울잠
눈 내린 지 열흘이 넘었는데 / 뒷산 눈은 그대로 / 눈 내린 지 보름이 지났는데 / 꿈쩍 않고 그래도 // 눈도 겨울잠 자나 봐요.

- 그래도
공책 안 사고 군것질 했어요. / 언니가요. // 숙제 안 하고 텔레비젼 봤어요. / 오빠가요. // 그래도 / 나랑 / 놀아줬어요. 언니가요. // 그래도 / 내 눈물 / 닦아줬어요. / 오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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