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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빈스타인은 참 예뻐요 ㅣ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8
펩 몬세라트 글.그림,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14년 4월
평점 :
빨간 색과 빨간 눈동자~
정말 강렬한 표지의 그림책이다.
스페인 출신의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 펩 몬세라트의 화제작 『루빈스타인은 참 예뻐요』. 이 책은 수염 난 여인, 루빈스타인에 관한 아주 특별한 사랑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진심으로 누군가를 바라본다는 건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어린이들에게 전하고 있다. 다만 루빈스타인이 여자 아이가 아니라, 여자 어른이라는 게 특이할만하다고 할 수 있겠다.
보석 같은 눈, 조각 같은 코, 새처럼 우아한 손짓, 춤을 추는 듯한 걸음걸이...... 루빈스타인은 참 예쁘다. 하지만 아무도 루빈스타인이 예쁜 것을 모른다. 왜냐하면 루빈스타인은 얼굴에 덥수룩하게 수염이 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루빈스타인의 덥수룩한 수염만 쳐다보느라 루빈스타인의 아름다움을 알아채지 못한다.
서커스가 쉬는 날 공원에 나간 루빈스타인은 파블로프를 만난다. 공원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루빈스타인의 수염만 보지만, 파블로프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루빈스타인의 다정하고 예쁜 모습을 본다. 『루빈스타인은 참 예뻐요』는 특별한 외모를 넘어 그 사람 전체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감탄하고 아끼는 것, 바로 그것이 진정한 사랑임을 일깨워주는 작품이다. 아이들 그림책에서 어른들을 주인공으로 한 독특한 접근이 신선했던 거 같다.
우리는 모두 또 다른 루빈스타인이거나 또 다른 파블로프이다. 누구에게나 특별한 개성이 있으니까요. 루빈스타인의 덥수룩한 수염이 누군가에겐 아주 큰 키가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아주 뚱뚱한 몸집이 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 이야기는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대단히 보편적인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아주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느껴지는 것, 그것이 바로 훌륭한 예술 작품의 위력인 거 같다.
덥수룩한 수염 때문에 사람들은 루빈스타인의 사랑스러운 눈과 매력적인 코와 섬세한 손, 그리고 고운 마음씨를 알아보지 못한다. 중요한 것은 모두 놓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루빈스타인은 참 예뻐요』는 누군가를 알고 이해한다는 것이 단지 특징적인 외모만이 아니라 그 사람 전체를 관찰하고 발견하고 이해하고 존중하는 일임을 새삼 깨닫게 한다.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거 같다. 진심으로 누군가를 바라본다는 것은 눈이 아닌 마음으로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우선 붉은색, 갈색, 검은색, 흰색 등 한정된 색만으로 거의 모든 사물을 표현한다. 여기에 체크무늬와 줄무늬를 사용해 한정된 색으로 단조로울 수 있는 그림책에 세련된 느낌을 덧붙이고, 또한 종이가 빛이 바랜듯한 효과를 주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루빈스타인을 맵시 있게 표현했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 더 잘 집중하는 거 같다.
대신 애들 입장에서는 콧수염난 루빈스타인... 그리고.. 코가 긴 파블로프...가 그저 이상하게 보이나보다.
난... 아이들에게 이상한 게 아니라, 우리랑 약간 다를 뿐이라고 얘기해 줬다.
재미로 보기보다는... 한번쯤 아이들과 함께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책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에 적힌 '특별한 매력을 가진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라는 글귀가 더 가슴 따뜻하게 남았던 그런 책인 거 같다.
이 책을 통해 외모가 아닌 마음씨와 생각이 바른 사람이 더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걸 꼭 알려주고 싶었고...
내 마음이 울 아이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으면 좋겠다.
@ 본문 중에서
루빈스타인은 참 예뻐요. 하지만 아무도 몰라요.
루빈스타인은 눈이 보석처럼 빛나요. 하지만 아무도 몰라요.
루빈스타인은 코가 조각처럼 오똑해요. 하지만 아무도 몰라요.
루빈스타인은 손이 새처럼 우아하고 섬세해요. 하지만 아무도 몰라요.
루빈스타인이 걸을 땐 발이 춤을 추는 것 같아요. 하지만 아무도 몰라요.
왜냐하면 사람들은...
루빈스타인의 덥수룩한 수염만 쳐다보거든요.
루빈스타인은 발리우스 서커스에서 가장 유명한 출연자예요.
세상에서 단 한 명뿐인 수염 난 여인이니까요.
~
루빈스타인이 먹이를 주는 모습은 참 다정하고 예뻤어요.
하지만 공원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루빈스타인의 수염만 쳐다보았어요.
비둘기와 파블로프만 빼고요.
~
파블로프는 루빈스타인의 작고 예쁜 발을 슬며시 보았어요.
루빈스타인도 우아하게 다리를 꼬고 앉은 파블로프를 살며시 보았죠.
파블로프는 루빈스타인에게 반했어요.
먹이를 주는 손이 참 고왔거든요.
루빈스타인도 파블로프에게 반했어요.
지팡이를 잡고 있는 모습이 참 멋졌거든요.
~
마침내 파블로프는 루빈스타인의 눈을 바라보았어요.
루빈스타인도 파블로프의 눈을 마주 보았어요.
그런데 두 사람이 보고 있는 건 서로의 눈이 아니었어요.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보고 있었죠.
루빈스타인과 파블로프는 서로 사랑에 빠졌다는 걸 알았어요.
두 사람은 마음속으로 속삭였어요.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
사람들은 두 사람을 쳐다보았어요.
루빈스타인은 참 예뻐요. 하지만 아무도 몰라요.
파블로프는 참 멋져요. 하지만 아무도 몰라요.
아무도 두 사람 얼굴에 가득 핀 웃음꽃을 보지 못했고,
아무도 두 사람 사이에 싹튼 사랑을 보지 못했지요.
사람들은 루빈스타인의 덥수룩한 수염만 보았어요.
그리고..
파블로프의 유별나게 긴 코만 보았지요.
파블로프는 거스톤 서커스에서 아주 유명한 코끼리 남자예요.
때마침 파블로프이 서커스단도 그 도시에 와 있었어요.
아마도 예쁜 루빈스타인을 만나려고 그랬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