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 귀신 가족 아이앤북 창작동화 44
원유순 지음, 주미 그림 / 아이앤북(I&BOOK)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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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앤북 창작동화 시리즈 중 44권이다.


작가는 오래 전에 자전거를 타다가 크게 다친 이후로 자전거를 타지 못 탄단다. 자전거만 보면 그 때 일이 떠오르기 때문에..

이 글은 그런 부러움에서 시작되었는데, 오랫동안 머릿속에 자전거를 담아 두며 동화를 상상하곤 했단다.

책 속 주인공 시우는 아무리 노력을 해도 자전거를 탈 수 없었다고 한다. 몸의 균형을 잘 잡을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시우네는 남한강변에서 자전거 수리점을 하고 계신데,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분이다.

시우 아빠는 자전거 가족 달리기 대회에 우승하여 가게를 홍보하고 싶어하지만 저전거를 타지 못하는 시우 때문에 속상해했다.

그렇게 시우는 단번에 가족의 골칫거리가 되고 말았다.


우리는 한 방향만 볼 때가 많다. 각자 잘하는 일이 다른데, 그걸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책 속 이야기처럼 모두가 자전거를 타면 나도 자전거를 타야 되고, 모두가 대학에 가면 나모 대학에 가야 하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낙오자가 된 것 같고 문제아처럼 느껴지지만, 모두가 하는 일에 동참하지 못한다고 해도 낙오자는 아니고 문제아는 더더욱 아니다.

조금만 다른 눈으로 보면 새로운 것이 보이고, 조금만 방향을 바꾸면 새로운 길을 즐길 수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 시우는 그런 문제를 잘 해결한 아이다. 그리고 마침내 시우의 아이디어로 가족 모두가 아름다운 꼴찌가 되는 장면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작가는 말한다. 당당하고 멋진 시우에게 박수를 보낸다고..


약 100쪽이 넘는 책이지만 중간중간 컬러 그림이 삽입되어 있고, 또 글자도 크게 나와서 초등 중학년 정도면 충분히 재밌게 볼 수 있는 정도의 책인 것 같다. 무엇보다 자전거 타기를 꺼려하거나 힘들어하는 친구들이라면 이 책을 조금 더 재미나게 잘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주인공이 남자아이이긴 한데, 초5 큰 애가 시우처럼 넘어질 것 같아서 두발 자전거 타기를 포기해서 그런지.. 더 재밌게 잘 읽은 것 같다.

중간중간 삽입된 그림도 정성스럽고.. 또 정겹고.. 귀엽기까지 하니..

글밥 많은 책 읽기에 도전하는 친구들에게 제격일 듯 싶다. 그리고 자전거 타기에 도전하는 친구들도 읽으면 좋겠다 싶다.

무엇보다..

헬멧을 쓰고 자전거를 타는 게 참 좋아보였다.

사실 요즘 자전거 타는 아이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헬멧을 쓰고 타는 친구는 어쩌다 한 번 볼까말까 한데..

이렇게 책을 통해서라도 자전거 탈 때 헬맷 쓰는 걸 본다면.. 좋겠다.


특히나 본문 내지가 2장이 붙은 듯 두꺼워서 신기했다.




@ 책 속에서


- "악어 벨 새로 샀다."

대규가 으스대며 새빨간 악어 혓바닥을 꾹꾹 눌렀다. 그러자 떡 벌어진 입에서 '그왁그왁' 요란한 울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우와, 멋진데."

악어가 아니라 병든 거위 소리 같은데, 재구는 멋지다며 맞장구를 쳤다.



- 손가락에 힘을 주어 전선을 확 잡아당겼다. 후두둑! 생각했던 것보다 손쉽게 선이 끊어지면서 딸려 나왔다.

"시우야, 빨리 들어와. 안 들어오고 뭐해?"

열린 창문 밖으로 하얀 재구의 얼굴이 쑥 나왔다. 순간 나는 얼음이 되었다.

"선생님 오셨어. 빨리 와."



- "정말요? 시우가 자전거 탄대요?"

재구가 의아한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럼그럼. 우리 시우가 누구냐? 바퀴 귀신 가족 아니냐? 배웠다 하면 일사천리로 익힐 거다."

아빠가 꼿꼿한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아빠 눈길을 피해 얼른 먼산바라기를 했다.



- 사람들이 다시 환성을 지르며 손뼉을 쳤다. 그러나 나는 감탄은커녕 걱정이 앞섰다. 아빠가 자전거에서 떨어질 것 같았다. 그러면 완전 망신인데, 손바닥이 땀으로 축축해졌다.

"이번에는 소금쟁이!"

아빠가 어깨를 으쓱하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소금쟁이는 또 뭐지?"

재구가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때 아빠와 내 눈길이 딱 마주쳤다. 아빠의 얼굴에 일순 장난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 웬수 같은 자전거는 오늘도 영락없이 나를 내평겨쳤다. 유명 브랜드 자전거라 넘어지지 않는다는 아빠의 꼬드김에 넘어간 게 잘못이었다.

"시우야, 너 정말 바보 아니야?"

누나는 피가 줄줄 흐르는 내 무릎에 소독약을 들이부었다. 상처에서 부글부글 소독약이 끓어올랐다.

"으악, 아프잖아!"

나는 누나를 있는대로 흘겨보았다.


 

- 벌떡 일어나서 넘어진 자전거를 일으켜 세웠다. 한쪽 보조바퀴가 빠진 자전거가 기우뚱하게 일어섰다. 나는 대규의 손에서 빠진 보조 바퀴를 거칠게 빼앗았다.

어휴, 만들어 주려면 튼튼하게나 만들지 이게 뭐람.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

나는 보조 바퀴를 멀리 던져 버렸다. 보조 바퀴는 또르를 굴러가다가 풀숲에 쿡 쳐박혔다.

이제 죽어도 자전거 가족 달리기에는 안 나갈 거다. 굳게 다짐하며 세 발이 된 자전거를 끌고 어기적어기적 걸었다.



- 흥! 내가 없으면 잘 달린다 이거지. 나쁜 저전거, 웬수 같은 자전거, 자전거에 대고 악을 썼다. 한참을 비틀비틀 달려가던 자전거는 길가 가로수를 들이박고 보기 좋게 나동그라졌다. 마치 내게 보복이라도 하는 듯이.



- 창피해서 잠이 안 왔다. 규영이만 없었어도 이렇게까지 창피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 도저히 잠이 안 왔다.  가슴은 답답하고, 머리도 빠개질 것처럼 아팠다. 할 수 없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살금살금 거실로 나왔다. 엄마 아빠 방에서 문틈 사이로 불빛이 새어나왔다. 그러나 아무 기척이 없이 고요했다.



- 삐익!

현관문 소리가 크게 났다. 얼른 뒤를 돌아보았지만, 내다보는 사람은 없었다. 다행히도 그 사이 엄마 아빠는 잠이 든 모양이다. 귀염둥이 아들은 속상해 죽겠는데 단잠을 잔단 말이지. 지금쯤 엄마 아빠는 꿈속에서 자전거 대회 우승컵을 드높이 들어 올리며 환하게 웃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대로 어둠 속에서 사라져 버려? 그러면 엄마 아빠가 놀라서 나를 찾아 헤맬 거야. 자전거 대회고 뭐고 다 포기할지도 모른다. 아니, 아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대회는 나갈 것이다. 왜냐하면 바퀴 귀신 자전거포를 홍보할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을 테니까.



- 나는 밤마다 가족 몰래 바퀴 귀신과 놀았다. 바퀴 귀신에게 '발라당'이라는 이름도 붙여 줬다. 발라당은 잘 굴러가다가 심술보가 터지며ㅕㄴ 발라당 뒤집어지기 때문이다. 나는 되도록 발라다으이 심술을 건드리지 않으려고 애썼다.

발라당은 살살 달래며 비위만 맞춰 주면 절대로 넘어지지 않는다. 도로는 물론 내 몸 위에서도 자유자재로 논다. 머리 위에서 손끝까지, 어깨에서 손끝까지, 등허리에서 엉덩이까지, 넓적다리에서 무릎 위까지.. 발라당은 나를 완전히 좋아한다. 나 역시 발라당을 엄청나게 좋아한다.



- 드디어 자전거 가족 달리기 대회가 열리는 날이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파랗다. 강변에는 하얀 갈대가 바람결을 따라 일렁였다. 거리에는 노란 국화꽃 화분이 줄줄이 놓였고, 오색 풍선이 파란 하늘을 수놓았다.

~

우리 가족의 힘찬 외침에 주변 사람들이 피식피식 웃었다. 그러더니 우리를 따라 여기저기서 외치는 가족 구호가 퍼져나갔다.



- 굴렁쇠, 굴렁쇠, 굴러라.


누군가 노래처럼 시작을 하자, 사람들은 한목소리로 우리 가족을 응원해 주었다. 트랙을 벗어난 우리 가족은 어느덧 강변 자전거 도로로 접어 들었다. 먼저 출발한 사람들은 꼬리조차 보이지 않았지만, 우리는 조급해하지 않았다.

~

우리 가족은 비록 꼴찌로 달리고 있었지만, 행복했다. 시원한 강바람이 불어 이마를 스쳤다. 그와 동시에 가슴속에서 기쁨의 물결이 넘실거렸다. 그 물결은 부드럽고 달콤했다.



초등 교과 연계
2-2 <국어> 4. 인물의 마음을 짐작해요
3-1 <국어> 5. 내용을 간추려요
3학년 <도덕> 1. 소중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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