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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을 위한 서양 철학 이야기 - 신앙과 이성의 만남
크레이그 바르톨로뮤.마이클 고힌 지음, 신국원 옮김 / IVP / 2019년 11월
평점 :
누군가는 다음과 같이 묻는다. '예루살렘과 아테네가 무슨 상관이 있는가.' 하지만 이는 철학을 특정 문화나 시대의 산물로만 바라본 편협한 시각에서 비롯된 오류다. 만약 그런 말을 하는 이가 있다면 나는 그에게 다시 묻겠다. '사람이 태어난 이상 도대체 철학을 하지 않을 수 있는가.' 그렇다면 여기서 철학을 한다는 것이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가 중요하겠다. 철학을 한다는 것은 대학에서 그것을 전공한다는 것도 아니고, 어려운 책을 끼고 산다는 것도 아니며, 뭔가 복잡한 고민에 빠져 지낸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철학을 한다는 것은 어쩌면 생각보다 단순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저 나의 생각을 표현하고, 남의 생각을 이해하며, 이 모든 과정을 보다 명료하게 주고받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특정 철학자의 사상을 연구하거나 구체적인 주제를 탐구하는 것은 철학을 한다는 것 그 다음의 선택사항일 뿐이다. 심지어 '사람이 반드시 철학을 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주장을 펼치는 것 마저도 철학을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와 같은 관점으로 철학을 이해한다면 아테네는 예루살렘과 관련 있을 뿐만 아니라 그냥 모든 공간과 모든 시간에서 모든 것과 연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히 한국 교회는 철학을 등한시해왔다. 그들은 철학을 특정 분과로만 축소시켰을 뿐 아니라 자신들이 오해한 내용을 근거로 위험한 대상으로 오도하기까지 했다. 그러한 활동이 자신들의 세력을 지켜줄 수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으면서 말이다. 물론 '알기 위해서 믿는' 신비의 영역은 분명히 존재하고 그것이 지금까지는 상당히 유효했다. 하지만 '믿기 위해서 아는' 논리의 영역에 대한 새로운 세대의 요구가 점차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여전히 철학을 등한시하는 것은 자기들만의 리그를 공고히 하겠다는 태도로 밖에 비치지 않는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출간된 <그리스도인을 위한 서양 철학 이야기>는 앞서 말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개인적으로 동의하지 않는 세부적인 내용들도 몇 군데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지금 여기에 반드시 필요한 존재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