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화석 - 소수 민족문화의 영속성
박광희 지음 / 인터북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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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남성 기행문 to**toy | 2015-07-27 | 추천: 0 | 5점 만점에 5점

-云南省 人文紀行活化石(박광희 저, 인터북스, 2010)을 읽고-

 

이번 여름은 내가 가보지 못한 곳을 가보았다. 책을 통해서다. 거의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상투어처럼 외쳐대는 개혁과 개방은 좋은 것인가. 그럴지도 모른다. 30년 전과 오늘날의 중국을 비교해보라.

그러나 책속에서 저자의 여정을 따라가 보면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중국은 개혁을 아니 개발을 멈추어야 한다. 이것이 자연과 더불어 소박한 삶을 상상하는 나와 저자가 그저 술 한 잔 나누면서나 할 수 있는 소망적 사고(wishful thinking)이다.

가오싱젠(2000년도 노벨 문학상 수상)은 인간 영혼의 원류를 찾기 위해서 靈山을 헤매었다. 그러나 그가 발견한 것은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어쩌겠는가.”이다. 그는 정치(세속)를 언급하지 않으면서 역설적으로 정치를 비판하였다. 活化石에서 저자는 정치를 떠나 윈난을 여행하면서 탈정치적인 자연과 사람을 만나게 된다.

일곱 빛깔 무지개를 만나는 행운으로 시작되는 여정은 윈난성 인구만큼의 서사와 서정을 책 한권 분량에 다 담고 있다. 어느 고장의 절에서 염주를 든 불교신도 할머니. 아마 그곳에서 문명과 개혁의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고 살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녀만큼 행복하고 부처님 은덕을 받을 이가 세상에 몇이나 있을까.

어느 바이족 마을에서 아가씨에게 얻어 마신 삼도차는 세 번 마셔야 한다. 첫째 잔은 쓰다는 쿠차, 둘째 잔은 달콤해서 티엔차, 셋째 잔은 여운을 남긴다는 후이웨이차다. 달리 표현할 우아한 시구가 필요 없다. 차와 사람이 만나 정이 들었으니 그야 말로 차차차 인생을 깨닫고 거기서 그대로 살지 않고 돌아온 게 신기할 정도다.

차마고도에서 만난 말대가리 아저씨이야기도 그렇다. “어허! 아무리 한국에서라도 그렇지. 마음씨 좋은 아저씨를 이런 식으로 우스꽝스럽게 만들다니. 아니지.” 말대가리 아저씨는 오히려 그런 자신이 대견하다 못해 자부를 느끼고 있을지 모른다. 왜 그렇게 당신네들은 자연스런 생김새 보다 인위적으로 꾸미고 치장하는 것을 좋아하느냐고 핀잔하면서.

그리고 수많은 강과 계곡, , 마을과 도시를 지나치면서 거기에 새겨진 서사와 서정은 모두 사람과 자연이 공동으로 만든 역사인 것이다. 그것이 실제로 그러했는가 하는 의문은 무의미하다. 후세의 희망과 절망, 기쁨과 슬픔에 따라서 무수히 각색된 것이기에 그렇다.

자연도 사람도 윈난의 이야기도 그저 세월을 따라 무심히 흐를 뿐이다. 여행길에 가끔 흐르는 강 옆 언덕에 앉아 흐르는 물과 세월을 하나로 바라보면서 인생과 시공의 무상함을 되새김질 하자니, 그저 노새의 방귀소리에 화들짝 놀라지나 않았을지.....(201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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