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파티 - 빚내서 파티 즐기는 한국경제의 심층 진단
송기균 지음 / 21세기북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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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는 끝났어 이 멍청아!
이말은 이 책에 가장 마지막에 쓴 저자의 진심어린 충고이다.
유동성 파티, 파티는 흥겨운 것이다. 그 시간만큼은 너무 즐겁고 유쾌하다. 세상의 걱정근심이 사라지고 오직 쾌락만이 존재하는 곳이다. 하지만 이 파티가 빚내서 남의 돈을 가지고 하는 것이라면 문제가 있다. 파티가 끝날즈음 반갑지 않은 계산서가 날아들기 때문이다. 우리는 좋던 싫던 파티가 끝나고 계산서에 있는 돈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계산서를 들여다보고 자신의 지갑을 들여다 보던 우리는 이내 주저 않고 만다. 돈이 터무니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풀어도 너무 풀었어
저자는 지금의 한국상황이 이와 같다고 말하고 있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사태이후 세계경제가 유례없는 침체기를 걷고 있지만 유독 한국만이 부동산의 폭등과 주식의 호황을 맞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이 다른 나라와 다르게 한국경제가 유독 건전하고 성장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유동성이 기형적으로 많이 풀려서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정부 주도아래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 이후 미국발 경제위기의 영향을 제대로 받기 전에 선조치라는 명목으로 엄청난 액수의 유동성을 시중에 풀어 이것을 막고자 했다는 것이다. 하강하고 있는 경제에 인위적으로 돈을 풀어 소비를 늘리고 기업들의 설비투자를 늘리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이 돈들은 그렇게 쓰여지지 않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물건이 팔리지 않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더 이상 설비투자를 늘리지 않을 것이므로 결국 이 돈들은 주식이나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 유례없는 버블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무조건 1등해야혀!
은행들도 문제이다. 사실상 경제가 어려울 때는 은행들의 대출규제는 더욱 까다롭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은행들은 대출 실적으로 순위가 매겨지기 때문에 경쟁적으로 대출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정부에서 엄청난 액수의 구제자금을 푼 미국은 사실 그 돈이 은행으로는 흘러들어갔지만 일반 시민들에게 나가지는 않았다. 부실을 염려한 은행들이 아직 때가 이르다는 판단으로 시중에 자금을 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상 시중의 유동성을 축소하고 있는 형국이다. 지금은 힘들더라도 이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더욱 깊은 버블의 수렁으로 빠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오히려 이 상황에서 더욱 많은 돈을 시중으로 몰아내면서 버블이 엄청나게 커져버렸다. 집값이 오르거나 주식이 오르는 동안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집값이 오르는 범위 안에서 소비를 늘리고 대출 이자도 갚으면 되니까, 또 대출을 못 갚는다 하더라도 집을 회수해서 팔면 은행도 손해볼 것이 없는 장사다. 하지만 반대의 상황이 된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집값이 떨어지면 은행은 대출금의 회수를 위해 독촉을 하게되고 가계는 대출을 갚기 위해 너도 나도 집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 순식간에 버블은 꺼지고 경제는 암흑기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바로 일본이 이런 전철을 밟았고, 최근에 벌어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가 바로 이런 원리이다. 우리나라의 최근 폭등하는 집값과 주식시장은 바로 이런 암담한 미래를 담보한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셈인 것이다. 
 

중국이 있잖아? 천만에 말씀!
한국경제란 것이 사실은 수출주도형 경제이기때문에 세계시장이 어려우면-특히 미국이-한국도 당연히 어렵게 되어 있다. 그래서 지금 우리도 같은 고통을 겪어야 한다는게 저자의 생각이다. 이것은 고통이라기보다는 나중에 더 큰 고통을 당하지 않기 위한 일종의 치유과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혹자들은 이야기 한다. 중국이 있으니까 괜찮다고, 하지만 저자는 이것은 완전한 오판이라는 것이다. 중국의 소비지출도 어차피 경제가 살아나야 하는 것이고 살아난다고 해서 소비재를 수입하는 비중은 크지 않기때문이다. 결국 지금의 경기 상승곡선은 결코 수출을 많이 해서 생긴 것은 아니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해일이 밀려온당께!

 
영화 '해운대'를 보면 해일이 밀려온다고 김휘(박중훈 분)박사가 아무리 방재센터를 찾아가서 이야기를 해도 책임자는 듣지 않는다. 이 평화롭고 즐거운 바닷가에 설마 그런 것이 들어올리 없다는 것이다. 국제회의를 준비하는 자신의 이혼한 아내에게도 이야기 하지만 아내도 단호히 거절한다. 어떻게 준비한 회의인데 무산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재앙은 인류에게 갑자기 찾아올 수밖에 없다. 어쩌면 일부 깨어있는 자들의 경고는 가슴으로 와닿지 않는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현재 그렇지 않으면 믿지 않으려는 경향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요즘 한국경제를 보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참으로 분분하다. 저자와 같이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과 한국경제의 미래는 밝다는 긍정론자들의 시각이 팽팽하다. 필자도 마음은 후자였으면 해도 저자의 말도 조목조목 일리 있는 말들이다. 궁금한 것은 저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정부의 정책입안자들도 어느 정도 감지하고 있을터인데 그들은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들이 그러는 이유는 현재 경제가 잘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잘돌아가는 경제에 고삐를 채우고 싶지 않은 것이 그들의 생리라는 것이다.

그래도 희망은 있겄제?
하지만 희망적인 것은 최근 세계경제가 다시 살아나고 있는 모습이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선진국시장과 이머징마켓의 주가의 회복속도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회복이 시작되고 있는 점은 청신호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미국의 인위적인 달러화 약세를 통한 빚갚기 정책이 어느정도 효과를 낼지는 모르겠지만 미국의 주택시장에서도 긍정의 신호가 들려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국제유가의 상승은 세계경제가 다시 상승기의 무드를 타고 있다는 신호로도 해석이 된다.-하지만 저자는 IMF보고서를 통해 세계경제가 살아나더라도 V자 곡선을 그리는 급상승은 힘들다고 했다. 그래서 세계경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수출주도형 경제인 우리경제도 급격히 살아나기는 힘들다고 했다. 오히려 버블에 의한 급격한 붕괴가 우리가 다음에 타야할 시나리오라는 것이다.-또한 삼성과 현대자동차와 같은 우리나라 대기업의 선전이 희망적이다. 과거에는 넘볼 수 없었던 일본과 미국의 유수한 회사들을 이번 경제위기를 통해 역전드라마를 연출하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세계시장에서의 실질적 수익, 이것 또한 우리의 희망으로 보아도 좋은 것이 아닐까?

폭탄터지기 전에 뇌관을 없애야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대출정책은 커다란 핵폭탄을 안고 있음이 분명하다. 최근 몇년 사이에 눈덩이 처럼 부풀어버린 유동성버블은 자칫 우리나라의 기업들이 이제 막 꽃피우고 있는 세계시장에서의 경쟁우위를 퇴색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대로 빠른 시일내에 출구전략을 실시해서 다시 자금을 회수하는 것아 아니더라도 정확하고 엄격한 대출심사를 통한 대출규제로 유동성의 축소로 재무건전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지금이라도 해야 나중에 폭탄 맞을 때 덜 아프다는 것이다.

나도 얼른 팔아야 하나?... 어허 이것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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