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돈
김열규.곽진석 지음 / 이숲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돈, 그것은 사실 교환수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돈의 위력은 예나 지금이나 상상을 초월한다. 그것은 사람의 목숨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며, 때에 따라서는 못 이룰 것이 없는 것으로도 쓰인다. 이 막강한 돈의 위력 앞에 인간이 무릎을 꿇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책 '한국인의 돈'은 이런 돈이 과거 역사 속에서 어떻게 탄생했으며 또 그것이 우리 민족에게 어떤 역할을 했는지 역사적 고증과 민담을 잘 버무려 읽는 이로 아주 흥미진진하게 표현되었다. 책에 의하면 돈의 역할은 과거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순수한 교환수단에서부터 남을 구제하는 역할 그리고 인간의 추악한 욕심을 채우는 역할까지 그 형태나 상황은 변했지만 그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특히 돈을 사이에 놓고 벌어지는 인간들의 더럽고 냄새나는 꼬락서니는 돈이 생기기 시작하면서부터 꾸준히 계속되어 오고 있다. 하지만 이것을 어찌 돈의 잘못이라 하겠는가? 돈은 그 자체로는 여전히 중립적이다. 그것을 쓰는 인간의 욕망이 돈의 본질을 변질시킨다 할 수 있다. 그것은 왜일까? 바로 소유의 문제일 것이다. 얼마나 남보다 더 소유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돈의 순수함을 변질 시켰다 하겠다. 사실 인간은 최소한의 필요로도 살 수 있다. 자연계의 동물들은 그렇게 산다. 배고플때 먹이를 잡아먹고 배가 부르면 더 이상 사냥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들은 자신의 필요가 채워지면 더 좋은 것을 갈망하게 된다. 그렇게 남보다 더 좋은 것을 갈망하게 되면 돈을 더 모으려고 달려든다. 물론 순수하게 자신의 노력으로 모으는 것도 있지만, 어떤 이들은 남들의 것을 부당하게 착취하기도 한다. 이런 것들이 바로 인간 사회를 암울하게 만드는 것이다.

책에서는 이렇게 돈에 관련된 여러 가지 나쁜 이야기도 소개되고 있지만 아름다운 미담도 많이 소개되고 있다. 오늘날에도 돈에 관해서 미담을 만드는 이들이 여전히 있다. 평생을 모은 재산을 학교나 복지단체에 기증하는 김밥장수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보고 있자면 돈이 선하게 쓰일 때 사람들의 마음을 얼마나 따뜻하게 하는지 알 수 있다. 그래서 돈의 성격은 다분히 사람의 내면에서 나오는 것 같다. 그것을 쥐고 있는 자의 마음에서 결정되니 말이다. 성경에 보면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라고 했다. 돈을 사랑하는 것은 그에 대한 기능성보다는 그 자체를 사랑해서 자신의 욕망만을 바라보게 돼서 하는 말일 것이다. 그래서 돈을 좋은 곳에 쓰는 사람들은 돈을 사랑하지는 않는다. 바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본질을 보는 눈이 그들에게는 있는 것이다. 또한 그러한 행동으로 세상을 한층 밝고 아름답게 한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그에 반해 보험금을 타기 위해 남편이나 아내를 죽이는 사람들, 유산문제로 법정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가족들, 등등 인간의 추악한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돈을 사랑하는 사람들 또한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이 세상을 가능하면 어둡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오늘날 돈은 이제 또 다른 시험대에 서 있다. 바로 전자화폐의 등장이다. 사실상 전자화폐는 우리 손에 쥘 수 없는 돈이다. 그저 인터넷 상으로 보이는 숫자로만 인식할 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클릭 한번으로 한 나라가 무너질수도, 살 수도 있는 것이 지금의 세계다. 그래서 주식시장도 더욱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가정에서 회사에서, 또한 지금은 휴대폰으로도 그 짓을 할 수 있으니 그 어떤 애널리스트가 예측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전자화폐의 등장은 인간욕망이 더욱 기세등등하게 전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야말로 돈이 세상을 뒤집어 엎는 실정이다. 미국의 금융위기는 바로 이런 잘못된 인간의 욕망과 무관하지 않다. 끝없는 욕심으로 숫자놀음에 불과한 일을 하다가 스스로가 감당할 수 없게 된 것이었다. 과연 세상은 더 좋아 질 것인가 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과제이다. 세상에 돈이 넘쳐나면 날수록 사람들의 욕망은 더욱 부추겨질 것은 뻔한 일이다. 이것을 관리하는 인간의 내면이 더 좋아질 것인가는 의문이다. 이렇게 끝을 모르고 달리고 있는 인간욕망을 제어할 장치가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기이다. 하지만 인간을 살리는 돈을 쓰는 이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은 우리가 보는 또 하나의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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