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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슬퍼하긴 일러요 - 나와 당신에게 필요한 _ 공평한 위로
수달 지음 / 느린서재 / 2022년 10월
평점 :
어느 날 갑자기, 내 일이 아닌 줄로만 알았던 암에 걸린다.
그리고 아이는 아직 여섯 살,
남편은 해외에 발령이 나 곁에 없다.
생각만 해도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상황이다.
그런데 작가님은 아이에게 암에 걸렸다는 사실 조차 알리려고 하지 않는다.
그냥 좀 심한 '감기'에 걸렸다고 이야기하고,
항암 치료를 하면서 어떻게 하면 내가 머리를 미는 상황을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이해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하신다.
병을 아이에게 무기로 사용하는 것을 경계하신 까닭이다.
당장 내 몸이 아픈데 그러기가 쉽지 않을텐데 말이다.
새로 이사 간 동네의 아이 친구 엄마들을 모아 수육 파티를 하면서
암에 걸렸다고 이야기하고,
아이에게는 비밀로 해달라는 '수육 결의' 이후
항암치료를 위해 병원에 갈 때 이웃들의 도움을 받게 된다.
이렇게 서로 연대하면서, 위로하면서 힘든 이를 도와주는 따뜻한 이웃이 아직 많다는 사실에 어쩐지 마음의 온도가 1도 정도 올라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지만 거의 혼자 투병 생활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독박 육아를 하면서 암 투병이라니.
3년 전 들어 놓았던 보험은
그 당시에 내가 암에 걸리지 않았다는 증거를 내놓으라고 한다.
암에 걸린 것을 속이고 보험에 가입했다는 것처럼 이야기한다.(결국 증거를 찾아내고 금감원에 진정을 넣고 보험금을 받아내신다, 다행)
아이는 매일 버스 놀이를 하자고 하고, 친정 엄마는 본인도 아픈데 놀아준다고 극성이라고 하신다.(물론 아픈 딸이 걱정돼서 하신 말씀이지만)
어떻게든 아이는 내가 키우게 해달라고 기도하는데
시어머니는 '널 데려가신다면 그것 또한 그 분의 뜻이니 받아들여야지'라고 하신다.
몇 년 전 시어머니와 시동생을 대신해 병 수발을 들었던 며느리에게 시아버지는 '여자가 아프면 어떻게 하냐, 일하는 사람 심란하게' 같은 말을 하신다.
그렇지만 이모는 나을 거라는 내용의 책을 만들어주는 어린 조카가 있고 주변에 좋은 이웃과 자신과 꼭 닮은 친정 엄마의 도움이 있다. 재발의 불안에 시달리면서도 결국은 완치를 해내신다.
그리고 자신의 꿈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살아간다.
에피소드들도 공감가고, 문장도 엄청 잘 쓰셔서 이런 재능을 왜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셨는지 모르겠다. 지금이라도 이렇게 책을 쓰셨으니 다행인가? 그리고 사기꾼 같은 사람에게 책을 내지 않으신 것도 다행이고.
작가님의 투병기를 읽으면서도 그리 어둡거나 절망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암에 걸렸어도 하루하루 또박또박 앞으로 나아가며 살아간다.
‘몸은 아프지만 제 삶의 주인으로 하루하루 또렷하게, 살아 있는 것처럼 살아가고 싶어요.’라는 에필로그처럼.
몸이 아픈 건 아니지만 타 지역에서 혼자 실업자로 살면서 이런 저런 고민이 많았던 나를 다시 한번 되돌아 보게 되었다.
다시 일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는 막막한 불안과 함께 살아가는 요즘.
나도 하루하루 열심히, 지금 여기에서 살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