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 코리아 오매불망 대한민국
최홍재 지음 / 시대정신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2012년 대학 교양과목 과제 때문에 구입하고 읽은 책. 

시간이 지났으니 당시 과제로 제출한 리뷰를 게시합니다.

--------------------------------------------------------------------------------------

글머리에서 저자들은 "시선으로서의 역사", "소설이자 역사서" "아이들에게 읽히고 싶다등의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그러나 비전이 훌륭하다고 전부 성공하는 것은 아니듯그리고 책에서 소개하는 인물들이 그러했듯 이 책도 비극적이었던 그들의 절차를 따라가고 있다. "시선으로서의 역사자체는 정당하다에드워드 핼릿 카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말을 통해 실증주의적과학적 사관뿐 아니라 역사가의 해석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으며이러한 카의 사관은 현대에도 유효하다그러나 이것이끊임없이 사실관계를 입증하려는 노력에 따라 '역사'로서 입증된 사실에 사가 개인의 시선을 덧칠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그러한 모든 시도를 "미화", 정도가 심할 때 "왜곡"이라 표현한다.

대담 형식은 어떤 인물의 사상과 그가 가진 세계관에 대해 자세히 알고자 할 때 유용한 방식이다대상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과 같은 생생한 현장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주 이용되는 형식이다그러나 불행히도 <파란만장 코리아 오매불망 대한민국>은 직접적으로 인터뷰가 불가능한 대상에 대해서 "소설적 상상력"을 발휘하여 "가상대담을 하였기 때문에 대담 형식이 갖는 장점을 스스로 버렸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인터뷰어의 개성인데저자가 네 명이나 있지만 작중 인터뷰어의 성격과 성향은 한결같으며 몰개성하다김옥균 편에서는 인터뷰 대상자를 잘 파악하고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지만빛났던 장면은 그뿐이다역사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없는 이사벨라 비숍 및 북한학 학자들에 대해서는 마치 팬처럼 막연히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추임새나 넣는 수준이었고그 외에는 오히려 인터뷰이의 입을 빌려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거나 미화할 뿐이다이미 역사적 평가가 정립된 이승만은 물론이며박정희 편에서 "2011년에는 당신의 정책이 옳았음이 입증되었다." 라고 하는 것이 그 예이다

옳고 그름의 가치문제는 책에서 내내 주장하고 있는 대로 시선의 문제이니 차차해두더라도현대 대한민국의 경제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면 박정희 정권뿐 아니라 제5공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역임한 김재익에 대한 연구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데그런 것 없이 단순히 "모두 박정희의 공이다라고 이야기하고 있으니 정치적으로 이를 미화하려는 의도가 개입되었다고밖에 할 수 없다게다가 단순한 비판을 하자면, 2012년까지 그에 대한 논쟁이 끊이지 않는 상황인데 누가 그를 옳았다고 검증했다는 것인가이 정도면 미화가 아니라 왜곡의 수준이다.

글머리에서는 저자들의 과거 이력을 들어 책의 균형을 강변하지만사실 중요한 것은 책의 내용과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이지 저자들의 과거 이력이 아니다분명 비극적인 이력이나그 사실을 잊어버릴 정도로 이 책에서는 논란이 심한 인물들을 미화하는 것에 열중했다여러 사료를 참조하고 거기에 소설적 상상력을 덧붙여 인물들의 심정을 표현했다고 하는데그렇다면 어디까지가 저자들의 소설적 상상력이고 어디까지가 사료인지 분명히 밝혔어야 했다이 책 어디를 찾아봐도 이것을 분명하게 구분지은 곳은 한 곳도 없었고 글머리 뒤에서야 나오는 출처표기조차 "상당 부분을 인용재구성하였다", "~등의 자료를 참조하였다", "많은 부분을~" 따위로 두루뭉술하게 되어 있다이래서야 김진명의 소설과 다를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그리고 분명히 밝히지만역사학계에는 "교차연구"라는 훌륭한 시스템이 있다가뜩이나 부족한 출처표기에 제시된 거의 모든 사료가 특정 정치성향을 지닌 집단의 것이라니기본조차 되어 있지 않으면서 스스로를 역사서라 강변하는 책은 정말인지 처음 보았다. "소설이자 역사서"를 지향했다는 말은 부족한 역사 평가 능력 및 진하게 묻어나는 정치적 의도를 변명하는 용도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이 책이 이룬 성취가 없는 것은 아니다쉽게 접하기 어려운 북한학 학자들을 소개하는 한편 간결한 문체와 탁월한 편집구성력적절한 참고 자료와 사진의 삽입으로 디자인적으로 상당히 우수한 성과를 내었고주장하는 대로일단은 학생들에게 건네주기가 부담스럽지 않은 책이다도서출판 시대정신으로서는 보기 드문 진보적 시도라 할 수 있겠으나그것뿐이다이미 시장에는 균형이 잘 잡혀 있고 사료도 확실하며더 쉽게 읽히는 훌륭한 교양 역사서가 많이 나와 있는데 굳이 이 책을 이유가 뭐겠는가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자 했겠지만 결국 그들만을 위한 책이다지금까지 도서출판 시대정신이 내놓은 모든 책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하수상한 시기에 이런 책을 읽으면서문득 한 가지 학문적 개념이 떠올랐다흔히 "과잉금지 법칙", 법학에서는 "비례성의 원칙"이라고 하는 것이다행정의 목적과 그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의 관계를 비교해 보았을 때그 수단은 목적을 실현하는 데에 적합하며또한 그 수단은 일반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거나 최소한으로만 침해할 수 있고아울러 그 수단의 도입으로 인해 생겨나는 침해가의도하는 이익과 효과를 능가해서는 안 된다는 법치국가의 원리이다

어떤 이들에게는 불행하게도이 원칙은 역사에서도 준엄하게 적용되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피부색깔 = 꿀색 - 개정증보판
전정식 글.그림, 박정연 옮김 / 길찾기 / 201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벨기에 만화가 전정식 씨가 해외입양아로 살았던 자신의 이야기를 그린 만화 작품입니다.


"잘 사는 외국으로 갔으니 잘 된거야", "어쩔 수 없었어" 등으로 한국이 외면하고 쉬쉬한 해외입양을 말하는 작품이라 어떤 분들께는 좀 불편한 작품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해외입양 좋아? 나빠?" 묻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은 이러이러했어. 다른 입양아들은 이러이러했고, 누구는 또 이렇게 산다더라." 식으로 조근조근 우리가 듣지 못했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배경이 벨기에임에도 불구하고 위기철의 소설 '아홉 살 인생'의 느낌도 묻어나는데, 작가의 정신적 성장과 방황, 안정이 탁월하게 그려지고 있는 점에서 비슷하다 할 수 있겠습니다.


2014년 9월 애니메이션이 되어 여러 곳에서 소개되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도 상당한 수작이니 기회가 된다면 꼭 보셨으면 좋겠네요.


아 근데 인간적으로 띠지 표지 좀. 진짜 이 책의 유일한 오점이 띠지 표지에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작은 씨앗을 심는 사람들
폴 플라이쉬만 지음, 김희정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웃과 어울리며 사랑하는 방법을 잘 보여주는 소설입니다.


커다란 쓰레기장을 끼고 있는 슬럼가가 한 소녀의 강낭콩으로 어떻게 변화하는지 잔잔하게 그려냅니다.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짧게 다뤄집니다. 호흡이 짧아 지하철에서 읽기도 좋고 번역도 깔끔해 청소년에게도 권할 수 있는 책입니다.


실제로 이 책은 서울시청, 평화박물관 건립추진위원회 등에서 청소년 권장도서로 선정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 - 영혼의 허기를 채워줄 하룻밤의 만찬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 1
데이비드 그레고리 지음, 서소울 옮김 / 포이에마 / 200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가나안(=안나가) 청년이 예수님과 함께 저녁을 먹으며 기독교에 대한 오해와 궁금증을 풀어나간다는 내용입니다. 소설 형식으로 글이 술술 잘 읽히며, 기독교의 본질을 가장 쉬운 말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기독교 책 중에 뭐 좀 추천해줘"라는 말을 들으면 가장 먼저 권하는 책입니다.


속편으로는 '예수와 함께한 직장생활',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2'가 있는데 '저녁식사2' 쪽을 권해드립니다. 직장생활 편은 양산된 자기계발서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들어 좋아하지 않습니다. 기독교인으로써 직장생활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인가 하면 그것도 아니고, 교회나 하나님의 관계를 직장에 비유해서 표현하는 단순한 내용입니다. 기대를 많이 하고 읽었는데 정말 별로였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한민국 치킨전 - 백숙에서 치킨으로, 한국을 지배한 닭 이야기 따비 음식학 1
정은정 지음 / 따비 / 201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14년 9월 읽음.


치킨이라는 한 식품에 얽힌 과거와 현대의 문화, 경제를 설명하는 생활사 책. 서민과 기업, 문화와의 관계를 이해하기 좋습니다. 어려울 수도 있는 내용인데 쉬운 말로 잘 풀어낸 것이 큰 장점입니다. 인터뷰나 수치 풀이 등 참고한 자료가 어마어마했을 텐데 각주가 별로 없어서 거침없이 시원시원하게 읽어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글쓴이의 내공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그런데 산만합니다. 필력은 훌륭한데 이상하게 산만해요. 내용 구성이 일관성 없고 이 얘기를 여기서 조금, 저 얘기를 여기서 또 조금 이런 식으로 흩어놓는 이상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다루는 내용은 사학 중에서도 현대생활사이니만큼, 역사서로서 글을 구성했으면 좀 더 깔끔하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드네요. 후반부 치킨의 역사를 다시 한 번 설명하는 부분은 앞에 나왔던 내용을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는 느낌이라, 하나로 묶었다면 좋았을텐데요. 맥주와 육계산업의 실태를 설명하는 부분은 프랜차이즈의 횡포 등을 설명하는 부분과 합칠 수 있잖아요? 이 요상한 책 구성은 마무리가 백미인데, '양계유감'으로 책을 마무리해놓고 뒤에 아무런 언급도 없이 '양계실태 인터뷰'가 딸려나온 다음 별다른 부연설명 없이 그대로 책이 끝나버려서 조금 황당했습니다. 이 책은 따비출판사의 '음식학 시리즈' 중 첫 권인데, 다른 책의 구성도 이런 식이면 별로 읽고 싶지 않네요.

이러 한 이유로 다루는 내용만큼이나 찝찝한 구석이 있는 책입니다. 분명히 내용은 좋은데, 정말 내용은 좋은데 구성이 썩 마음에 차지 않아서 남에게 읽어보라고 권하기가 힘들겠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치킨 역시 갑을논쟁, 대기업의 골목상권 위협, 중산층 몰락, 준비 없는 은퇴 등 여러 사회문제를 내포하고 있으니 어떻게 보면 참 여러가지로 소재와 잘 맞는 책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한줄평가 :
치킨에 얽힌 문화와 경제를 아주 쉽게 풀어냈지만 구성이 산만해 몹시 아쉬운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