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사 1권~10권 (완결, 묶음)
우루시바라 유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날것 그대로의 생명', 혹은 '미지가 주는 공포'. 사람마다 느끼는 바는 다르겠지만, 독특하고 개성넘치는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옴니버스 구성임에도 호흡이 굉장히 길다는 것이 가장 눈에 띄는 작품. 복선의 회수가 느리고 연출이 간결하여 몇 번이고 곱씹어봐야 이야기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진행이 느린 만큼 이야기의 중간중간에 장엄하면서도 이질적인 생명의 모습을 어떤 식으로든 보여주는데, 이 부분이 매우 강렬하다. 사실 일부 에피소드의 경우 만화로는 잘 와닿지 않다가, 동화(動化)가 되면서 인상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는데 흑백 만화의 한계라고밖에 할 수 없다. 이 작품은 가능한 애니메이션으로 볼 것을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세트 - 전10권 - 개정판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죠반니노 과레스끼 지음, 이승수 외 옮김 / 서교출판사 / 201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1~4권에서 지적한 단점이 고쳐지려나 했었는데 똑같습니다. 사실 저도 비문 교정은 약해서 그 부분은 뭐라고 하기가 힘드니 굳이 짚지는 않겠습니다. 그런데 한 권에 오타가 심심하면 출몰하고 주술구조도 안 맞는 문장이 너무 많아서 실망스러웠어요.


그래도 만듦새는 나쁘지 않으니 돈 까밀로 시리즈를 접해본 적이 없다면 가장 최근에 출간되어 누락 없이 모든 에피소드를 담은 서교출판사 판을 권해드립니다. 책 커버도 아기자기한 그림이 아주 귀엽고 내용도 시원시원하게 눈에 잘 보여서 좋습니다. 요즘 책답지 않게 가벼워서 지하철 서서읽기도 편하네요. 그 외에는 딱히 꼬집을 것이 없습니다. 돈 까밀로 원전 자체가 워낙 좋으니 말이죠. 이런 단점이 있다는 것을 미리 알고 구매하시면 만족스러운 소설이 될 겁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 이 리뷰에는 책의 결말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열람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2012년 12월에 읽고 이제야 쓰는 글.


대한민국 외교통상부가 여행 금지 국가로 지정한 나라 중에 아프가니스탄이라는 곳이 있다. 대륙의 중앙에 위치한 이 나라는 수없이 많은 침략을 받았고, 침략행위에 대한 국제의 간섭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는 현대에도 이 나라는 정치 불화 및 전쟁으로 인해 안정적이지가 못하다. 막대한 아편 생산량으로 인해 여러 무장단체가 자금원으로 삼기 위해 침략하는 일도 종종 일어났으며 124년간 국기가 22번이나 바뀌었다. 평균 6년에 한 번 꼴로 체계와 이념이 갈아치워지는 이 나라는 잊을 만하면 뉴스 보도에 등장하였는데, 2003년과 2007년에는 아프가니스탄 출신 미국인 의사가 쓴 감동적인 소설로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아프가니스탄의 비극적인 현대사를 배경으로 주인공의 삶을 풀어내는 두 작품 중 2003년작인 <연을 쫓는 아이>가 개인의 내면적 상처와 치유, 성장에 집중했다면 2007년작인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은 거대한 흐름 속에서 여성의 삶이 어떻게 표류하는지 조망하는 것에 집중했다. 그래서 <연을 쫓는 아이>보다 전개가 강렬해졌고 내포된 메시지는 더욱 깊어진, 훌륭한 속편이자 수작이 되었다.


접힌 부분 펼치기 ▼

 

남편조차 그녀를 원하지 않고 고통만 주는 삶을 감내하며 살아가는 마리암, 미래에 대한 희망, 사랑하는 사람을 폭격으로 잃고 어쩔 수 없이 비열하고 폭력적인 남자의 후처가 된 라일라의 이야기를 따라가면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하는 <토지> <혼불>이 떠오른다. 한 가문을 중심으로 고통스러운 시대를 견디며 살아간다는 점에서는 <토지>, 한 여인을 중심으로 가문의 역사와 문화를 따라가며 삶의 방법과 집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혼불>과 유사하다. 그러나 두 작품이 제기하지 않은, 여성에 대한 이중잣대를 분명하게 짚어내고, 역사에 대한 책임감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은 두 작품과 큰 차이점을 보인다.


태생부터 사회의 주류가 될 수 없는 마리암의 이야기에서 소녀다운 꿈과 가능성을 갖고 있는 라일라의 이야기로 넘어가면서 작품의 분위기는 잠시 밝아지지만, 실제로 아프가니스탄에서 그랬던 것처럼 그런 라일라의 소망은 예기치 않은 폭격으로 날아가버린다. 보다 진보적인 가치를 내재한 여성상을 상징하는 라일라가 폭격에 휘말려 어쩔 수 없이 구 체제에 복속되면서 작품은 암울하면서도 팽팽한 긴장 상태로 전환된다. 남편 라시드는 두 아내와 딸에게 폭행을 서슴지 않고 아들 잘마이만을 떠받든다. 이들이 살고 있는 카불에 탈레반 정권이 들어서면서 재정 상황도 악화되지만 그는 여전히 잘마이만 생각하며 무리한 지출을 일삼는다. 심지어 라일라의 딸을 고아원에 넘겨버리고, 남편과 동행하지 않은 아내가 길에서 얻어맞는데도 그것을 방치한다. 그러다 죽은 줄 알았던 라일라의 연인이 돌아오자 라일라를 죽이려 하고, 이를 보다못한 마리암이 라시드를 죽이고 만다. 라일라는 마리암과 함께 도망치고 싶어했지만 마리암은 탈레반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집에 남는 것을 택하고, 결국 탈레반에 의해 죽는다. 라일라는 무사히 연인과 재회, 파키스탄으로 도피한다. 그러나 마리암에 대한 그리움 및 고향에 대한 책임감으로 카불에 돌아와 고아원에서 아이들의 교육을 맡고, 가족과 함께 세 번째 아이의 이름을 생각하는 행복을 누리게 된다.


인상적인 것은, 인물들의 인생에서 중요한 전환점은 항상 누군가의 죽음이라는 것이다. 아버지를 사랑하는 순진한 소녀였던 마리암이 자신의 처지를 깨달은 것은 어머니 나나의 자살이었고, 첫 아이의 죽음과 함께 인간으로서의 마리암의 삶도 죽음을 맞았다. 라일라 역시 마찬가지로, 마냥 착한 딸이었던 그녀가 어머니로부터 독립되어 자아를 확립한 계기가 된 것은 오빠들의 전사 소식을 듣고 어머니가 칩거한 뒤였다. 친구 기티의 죽음은 라일라를 둘러싼 상황이 불길하게 흘러갈 것을 암시했고, 말할 것도 없이 부모님의 죽음, 그리고 연인의 죽음에 대한 거짓 소식은 라일라의 미래를 완전히 파괴했다. 마리암이 자신의 처지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두 번째 기회는 아버지 잘릴의 죽음과 함께 무너졌다. 분량이 길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으면서 주인공들의 인생과 시대를 암울한 나락으로 끌어들이지만 단 한번, 최선의 선택이었던 죽음이 있었다. 바로 라시드의 죽음이다. 그는 탈레반, 마리암과 함께 전통적 가치와 권위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일방적인 피해자이자 약자였던 마리암이 최후에 그를 죽여 관계를 역전시켰고, 전통적 가치의 수호자인 탈레반은 마리암을 죽이지만 이는 전통 체제의 또다른 기둥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행위가 되어 그들이 가진 자기모순을 극대화한다.


마리암은 죽음으로써 체제로부터 벗어남과 함께 체제의 모순을 폭로했고, 라일라는 마리암의 죽음으로 탈레반의 추격을 따돌리고 새 삶을 받았다. 두 사람 모두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수단으로 구원을 얻은 것이다. 미래를 위한 희생이라고 부르기엔 너무도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라일라가 얻은 현재는 정말로 소중하다. 라일라가 가족과 함께 세 번째 아이의 이름을 고민하는 마지막 장면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남자아이가 태어날 때 이름 후보로 언급된 것은 예언자의 이름인 모하메드, 가상의 영웅인 클라크, 그리고 평화를 뜻하는 아만, 번영을 상징하는 오마르이다. 난세에서 희망이 된 영웅의 이름, 혹은 시대에 대한 소망을 담은 숭고한 이름과 나란히 한 또다른 후보 이름이 있다. 여자아이가 태어났을 때 붙여주기로 정한 이름, 바로 마리암이다.


수많은 죽음이 쌓여 만들어진 행복은, 작중에서 강조하는 것처럼 고통스럽다. 그리고 고통스럽지 않은 행복은, 비단 아프가니스탄만이 아니라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대한민국의 이야기를 담은 <토지>, <혼불>만이 아니라 아무런 접점이 없는 머나먼 나라의 아픔을 담은 <천 개의 찬란한 태양>에도 감동을 받는다. 인류 공통의 집단적 경험, ‘역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역사는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던 사건이 켜켜이 쌓인 시간의 통칭이다. 들여다보면 추악할지도 모르고, 부패한 냄새가 날지도 모른다. 뚜껑을 덮고 잊어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아픈 시간이 있기에 현재가 있고, 미래에 대한 소망도 생긴다. 라일라 가족에게 있어 마리암의 이름은 고통스러운 과거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또한 그들의 삶을 구원한 영웅이자 미래를 향한 소망을 상징하는 이름이다. 마리암의 이름을 잊지 않는 한, 언젠가는 반드시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이 빛나는 날이 올 것이다


펼친 부분 접기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 개정판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1
죠반니노 과레스끼 지음, 이승수 옮김 / 서교출판사 / 201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오타와 비문이 많습니다. 누락된 에피소드가 들어간 것은 좋지만 읽다가 이상한 문장이나 오자가 자주 나옵니다. 번역 소설인데 어떻게 비문이 나오죠? 2, 3권은 읽어보지 않았고 다른 책은 곧 출간된다고 들었는데 깔끔하게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추억이 많은 소설이라 좀 엄격해지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Dr. DMAT 5 - 잔해 속의 히포크라테스
타카노 히로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섬세하고 미려한 그림으로 각종 재해 상황에서 보여지는 사회와 사람들의 움직임을 그려내는 의료 만화이다. 재난의료에 대해 사회적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정말 많은 영감을 준다. 다만 초반 사건 전개가 시간 순서로 되어 있지 않거나 앞뒤 설명이 명확하지 않아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다음 권이 정발되면서 의문이 풀리긴 했다만 국내 발행 텀이 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길다.

 

악조건 속에서도 남다른 결단력과 뛰어난 의술, 인덕으로 인명을 구하는 의사 이야기는 많다. 수많은 의사 이야기 속에서 <Dr.DMAT>의 개성이라면, 심약한 주인공이 자기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정신적으로, 그리고 행정적으로 뒷받침해주는 사람들도 비중있게 다뤄진다는 것에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세자키 병원장이다. 병원장은 이상한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인재를 훈련시켰고, 그들이 비교적 작은 사고 현장에서 했던 일을 되새겨보며 더 나은 방법은 없었는지,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인명을 구조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PTSD를 보이는 주인공을 사고현장으로 밀어넣으면서도 눈물을 흘리는 병원장은 현실에서도 보기 드문 "따뜻한 심장과 냉철한 두뇌를 가진 행정가"이다.

 

재난의료에 남다른 사명감을 가진 이세자키 병원장은 주인공 팀 외에 일반 의료진에게도 평상시 재해 대응 훈련을 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대지진이 일어나자 훈련받은 의사들도 당황스러워하며 물자도 부족해 버거워한다. 병원장의 의견이 지역 사회에 설득력 있게 다가와 다른 병원에서도 나름대로 대응 인프라를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이다.

 

한국도 더이상 재난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이야기가 오래 전부터 들려왔다. 이세자키 병원장은 전문 재난의료팀과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인생의 절반 이상을 바쳤는데, 한국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여 재난을 준비하고 있는가? 작년 이맘때쯤 최소의 구호물품이 들어 있는 서바이벌 배낭을 구입하는 것이 유행했다. 나는 아직까지 공공시설이나 피난처에서 그러한 물품을 구입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다. 구명보트조차 제대로 펴지지 않은 여객선 사고가 한 해에 두 번이나 일어났지만, 안전행정부나 해운사가 일제점검했다는 보도자료조차 나오지 않았다.

 

주인공 야쿠모 히비키는 지진에 얽힌 트라우마를 안고 있으면서도 사명감을 가지고 재해현장으로 나아가고 있다. 개인사로 보자면, 부모를 지진으로 잃고도 여동생과 함께 꿋꿋하게 세파를 헤쳐온 성실한 청년이고, 심약하지만 마음씨도 곱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소시민이다. 우린 이런 사람들을 많이 안다. 그러나 사람의 재능과 적성을 파악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배치해 움직이는 이세자키 병원장은 없다.

 

이 작품의 제목이 '의사 히비키'가 아니라 Dr.DMAT(Disater Medical Assistnace Team)인 것을 상기할 시간은 지났지만, 뭐 고민한다고 해서 그게 낭비는 아닐 것이다. 고민하는 것이 결국 모든 일의 시작이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