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발적인 제목에서부터 끝을 모르고 달려가는 서사까지, 이 소설은 어설픈 청춘을 닮았다. 마음속 어딘가에 고이 간직한, 청춘이라 이름 붙인 더께 쌓인 비디오테이프를 돌려 보는 기분으로 책을 읽었다. 일본인도 아니고 50년이 흐른 현재에 사는 내가, 1969년 일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부 이해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모를 수밖에 없는 것을 받아들인 채로 시작한다. 2021년을 살아가고 있는 20대 독자는 그저 즐기는 마음으로 보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저 닭들, 외롭지 않았을까?" 아다마는 계사 한구석에 격리되어 있던 스무 마리의 닭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좁은 계사에서 강제로 먹이를 먹어야만 하는 브로일러들. 닭이건 인간이건 조금이라도 거부의 자세를 보이면 격리되고 만다. "페스티벌이 끝나면 닭집에 팔지 말고 어디 산에라도 풀어주자." 아다마는 사료 포대를 보면서 그렇게 말했다(231쪽).


이 장면은 소설 속 인물들의 상황을 가장 적확하게 드러낸다. '강제로(타의로)' '좁은' 공간(학교라는 굴레)에서 '외로워하는', 조금이라도 '거부의 자세'를 보이면(바리케이드 봉쇄) '격리되는' 주인공과 친구들. 자라는 사람이기에 필연적으로 감각할 수밖에 없는 세상과의 충돌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성장통이다. 그러나 작가가 자신을 투영한 소설 속 주인공을 옹호하겠다는 말은 아니다. 그냥 그런 삶도 있구나, 그런 청춘도 있구나 관조할 뿐이다. 모두의 청춘은 다른 빛깔이고, 내 청춘의 모양으로 타인의 청춘을 정죄할 필요는 전혀 없다. 그 이상으로 무언가를 느끼기는 어려웠지만, 책을 읽으며 누군가의 파란만장한 청춘을 잠시 살고 나올 수 있었다. 우리는 남을 보며 나를 생각하게 된다. 언젠가 나도 나의 청춘을 잠시 살고 나올 수 있겠지.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연년세세 - 황정은 연작소설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너무 사실적이어서 도리어 환상같은 이야기. 더 읽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설 보다 : 겨울 2020 소설 보다
이미상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12월
평점 :
품절


전하영의 <그녀는 조명등 아래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가 흥미로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머리부터 천천히
박솔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박솔뫼는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는 것을 쓰고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잘 모르겠는 것을 쓴다. 내가 박솔뫼를 좋아하는 이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백행을 쓰고 싶다
박솔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도 백 행을 쓰고 싶다. 박솔뫼의 작품을 오래도록 읽고 싶다. 박솔뫼를 오래도록 말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