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일>을 읽었다.
차례를 펼쳐 놓고서는 아는 사람이 몇 명인지 세어 보았다. 서른세 명 중에 이름을 들어본 사람은 열세 명, 잘 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다섯 명이었다. 그래, 이 책은 나에게 무척 필요하겠구나, 모르는 예술가가 이렇게나 많다니, 참 시의적절하군, 생각했다. 400페이지에 달하는 두툼한 분량이지만, 서른 세 명의 예술가가 등장하다 보니 각 예술가에게 할당된 분량은 길지 않다. 한 예술가의 인생과 그의 작품이 짧은 분량에 전부 담길 수는 없겠지만, 오히려 좋다. 잘 제련한 정보를 짧은 분량으로 간명하게 담아낸 콘텐츠는 바쁘다 바빠 현대 사회에서 언제나 옳다.
책이 무척 예쁘다. 컬러풀한 그림과 사진이 즐비하다. 그래서 읽는다기보다는 체험하는 것 같다. 며칠 전에는 다녀왔던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출판사들이 각각 부스를 차려놓고 자신들의 책을 홍보했던 것처럼, 서른 세 명의 예술가 부스가 있고 나는 책장을 넘기면서 관계자의 빠르지만 정확하고, 간략하지만 풍부한 설명을 듣는다. 이 그림과 사진을 보세요, 이 예술가의 이 작품은 꼭 찾아보세요, 아니 글쎄 이 작가가 이런 명언을 남겼다니까요, 하면서 홍보하는 것 같다. 독자를 향한 저자의 영업 멘트들은 친절하고 깔끔하며, 무엇보다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다는 이야기해주지 않는 것이다. 그게 중요하다. 그래야 더 알고 싶어질 테니까.
책은 다 읽었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서른 세 명의 예술가가 남긴 작품을 살펴보아야 하는 것이다. 그림, 음악, 사진, 무용, 영화, 건축, 만화, 조각··· 저번 학기에 '예술의 가치와 비평'을 들으면서 매주 새로운 예술가와 작품들을 접했었는데 그때처럼 일주일에 하루 정도, 그리 긴 시간은 아니더라도 한 명씩 톺아보면 좋지 않을까? 상상해보는 나. 정작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 엄두도 못 내는 나. 그러나 예술을 접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가랑비에 옷 젖듯 일상을 살아가며 꾸준히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기에, <예술가의 일>과 함께 남은 올해는 그렇게 살아보겠다.
*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