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의 세계
위수정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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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수정을 읽는 일은 어떤 불쾌와 아주 맞닥뜨리겠다는 선언과도 같으니까요. 기꺼이 이 세계의 불청객이 되기로 한 이들의 충실한 목격자가 되는 일입니다. 함께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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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제12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전하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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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인지 어떤 목소리가 자꾸 울리는 것 같다. ˝우리는 기록하는 여자가 될 거야. 우리가 겪은 것이 무엇이든. 우리는 그것에 대해 생각할 거야.˝ (56쪽) 전하영이 쓰고자 하는 이야기와 그가 기록하고자 하는 목소리에 성실하게 발맞춰 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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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과 루비
박연준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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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고백하자면, 책의 1부를 읽은 후 그만 읽을까 고민했다. 별 재미가 없다,고 일기에 썼다. (···) 김보라 감독의 <벌새>(2019)를 봤다. 그냥 이 영화가 보고 싶은 날이었고, 별로였다. 좋은 영화인 건 알겠는데 왜 좋은지는 모르겠다,고 일기에 썼다. (···) 다시, 책의 1부를 읽었다. 그런데 이번엔 놀랄 만큼 좋았다. 너무 좋아서 감당이 안 됐다. 매번 밑줄 치고 싶었는데 간신히 참았다. 나중에 다시 읽을 나를 위한 몫을 남겨둬야 하니까. 


*


우리는 과거를 미화한다. 혹은 과거는 미화된다. 거기엔 우리의 의지가 개입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현재의 우리에게 과거는, 과거가 현재였던 시절에 우릴 통과했던 어떤 것들의 총합보다 작다/적다. 조탁된 과거. 그걸 간과한다면, 그러니까 소설의 화자인 초등학생 여자애 '여름'의 어떤 시절이 당신의 그것과는 어떠한 접점도 없다고 여긴다면, 이 책을 읽으며 아무것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


'여름'과 나는 세대도, 성별도, 가정 환경도 다르다. 같은 게 없을 정도로 다르지만, 꼭 같은 게 하나 있다. 그건 우리가 한때 어린아이였다는 것. 우리는 우리의 처음을 소유하고 있다. 또래에게 처음 사랑을 느꼈던 순간은 기억나지 않는대도 분명 우리게 있다. 해서 이 책을 정말로 읽으려면, 끊임없이 그때의 '나'를 소환해야 한다. 어떤 감정—말로 설명할 수도 없었고 표현도 못 했지만 응어리져 마음 한 켠에 남아 있던 그걸! 꺼내어 들춰보아야 한다. 


그리고 우습게도, 그렇게 마주하게 된 우리의 '처음'은 생각보다 지리멸렬하다. 우리는 어렸을 때 이미 "하지 않은 일을 증명하는 일"이 "미치도록 어렵다"(89쪽)는 사실을 체득하고, "자유의 끝판왕은 죽음"(79쪽)인 것을 벌써 알고 있고, "말하지 않음으로 말하는 식의 말"(17쪽)을 누구보다 잘 알아듣고, "누군가의 마음이 쓰이도록 행동할 줄"(69쪽) 알았다. 아릿하지? 아프다······


그러니 시인 박연준은 '여름'의 목소리로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사람들이 착각하는 게 있다. 유년이 시절이라는 것. 유년은 '시절(時節)'이 아니다. 어느 곳에서 멈추거나 끝나지 않는다. 돌아온다. 지나갔다고 생각하는 순간, 다 컸다고 착각하는 틈을 비집고 돌아와 현재를 헤집어놓는다. 사랑에, 이별에, 지속되는 모든 생활에, 지리멸렬과 환멸로 치환되는 그 모든 숨에 유년이 박혀 있다. 붉은과 빛남을 흉내낸 인조보석처럼. 박혀 있다. 어른의 행동? 그건 유년의 그림자, 유년의 오장육부에 지나지 않는다." (80쪽)


시인은 유년을 생각하고 또 생각했을 것이다. "생각은 사건 후에 온다. 시간이 지난 후, 그때를 기억한 마음에 결정처럼 내려앉는 것." (97쪽) 그때는 미처 언어화하지 못한 마음의 모양을 이 소설을 쓰며 마음껏 부려놓았다. 그건 지금을 살고 있는, 이미 다 커버린 '나'의 마음의 모양을 부려놓는 것과 다르지 않다. 유년은 시절이 아니니까, 끊임없이 돌아오니까. 


*


이 소설은 뭐랄까, 원초적이다. 원초적이기를 작정한 사람이 쓴 느낌이랄까. 작가는 날카롭게 벼린 칼로 독자들을 자꾸 찌르고, 나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다. 도저히 '여름'이 내가 아니라고 말할 수 없으니까, 그와 꼭 같은 감정을 나도 느껴본 적 있으니까. 단지 언어화하지 못했을 뿐이다. 나의 언어를 찾지 못했을 뿐. 그러니 나는 이 책을 앞으로도 자꾸 읽을 것 같다. '여름'과 '루비'의 유년에 나의 유년을 겹쳐 읽으며, 종국에는 나의 유년을 생각하겠지. 그때를 기억하는 마음에 살포시 내려앉는 것을 그러모으게 될 날을 기대한다.


P.S. 책에 실린 전승민 문학평론가의 해설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소설'의 탄생은 시인의 시집 곳곳에 미리 예견되어 있었고, 평론가는 꼼꼼한 독해를 통해 그의 시집과 장편소설이 커다란 세계—박연준 월드를 이루는 것을 독자에게 보여준다. 시집을 다 읽고 이 책을 읽었다면 어땠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박연준의 세계는 큰 것 같다. 더불어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신화를 차용하여 이 시이자 소설을 분석한 시도도 마음에 들었다. 모쪼록 박연준을 더 읽고 싶게 하는 해설이었지!


*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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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는 당신 옆에서 일하고 있다 - 당신이 모르는, 그러나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 대한민국을 생각한다 43
희정 지음 / 오월의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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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과 관련된 모든 문제 앞에는 사실 ‘(비성소수자의)‘라는 말이 숨어 있다. ‘성소수자‘의 노동은? 애초에 기입된 적도 없다. 그러니 생략이 되고 말고 할 것도 없고. 비약 같을 수 있지만, 단 한 문장으로 당신을 납득시킬 수 있다. (여성에게) ˝남자친구 있어요?˝ (남성에게) ˝여자친구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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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
박서련 지음 / 민음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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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련 진짜 잘 쓴다. 영리하게 쓴다. 말하지 않는 방식으로 많은 것을 말하고 있다. 다 읽고 나면 가만히 앉아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이 소설집은 거듭 계속 읽히게 될 것이다. 그러다 언젠가는 다,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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