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커밍 김정은 - CIA가 심층 분석한 북한 젊은 독재자 김정은의 삶과 야망
박정현 지음, 손용수 옮김 / 다산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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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야, 문제는 핵이야(It’s the Nuclear Weapon, Stupid)”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불과 200만 명 남짓한 인구수를 가진 아칸소주(State of Arkansas) 주지사였던 빌 클린턴(Bill Clinton) 민주당 후보는 현직 대통령이었던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George H. W. Bush) 공화당 후보를 물리치고 제42대 미국 대통령이 되었다. 정치적 중량감에서 비교가 되지 않았던 빌 클린턴이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로 그의 선거 캐치프레이즈였던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가 종종 회자된다.

2011년 12월 17일 20대 후반의 김정은이 인구수 2천만 명이 조금 넘는 북한의 최고 권력자가 되었다. 정치 경험이 많지 않으며, 북한 내에 지지기반이 부족한 김정은이 북한을 제대로 통치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또한 김정일의 선군정치가 배태한 많은 부조리로 인해 북한의 권력층에 균열이 발생할 가능성을 내다보는 전문가도 있었으며,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정은에게는 김일성의 유훈과 백두혈통의 신화보다도 더 강력하고 쓸모 있는 유산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핵이었다. 북한 전문가 박정현이 쓴 400쪽 분량의 『비커밍 김정은(BECOMING KIM JONG UN)』도 북한의 핵무장을 사실상 전제하고, 담담한 목소리로 북한의 김정은을 분석하고 있다.

2018년 북한 김정은의 신년사에는 ‘핵무력’, ‘핵 단추’, ‘핵무기’, ‘핵 전쟁’, ‘핵 반격’과 같은 단어가 무려 22번이나 등장한다. 2018년 북한 김정은의 신년사의 마지막 부분에는 다음과 같은 표현이 등장한다.

“우리는 평화를 사랑하는 책임 있는 핵강국으로서 침략적인 적대 세력이 우리 국가의 자주권과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그 어떤 나라나 위협도 핵으로 위협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와 같은 핵을 이용한 위협적인 메시지를 천명하고 불과 6개월 후인 2018년 6월 12일, 1953년 정전협정 이후 사상 최초로 미국과 북한의 최고 권력자가 싱가포르 센토사 섬에서 직접 얼굴을 맞대고 회담을 가졌다. 그리고 두 최고 권력자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합의문에 서명했다. 하지만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여전히 요원한 상황이다.

『비커밍 김정은』은 김정은이라는 북한의 젊은 독재자가 어떠한 배경 속에서 자라났으며, 그의 삶을 구성하고 있는 실체적 진실과 그가 느끼고 생각할 만한 배경 정보에 대해서 폭넓게 제시하고 있다. 물론 3대에 걸친 권력세습이 이루어진 북한을 내재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려 노력한다고 해도 파편적이고 단절적인 정보만으로 이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우리는 저자 박정현이 결론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김정은은 평화보다는 갈등, 경제 통합보다는 자립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자신의 생존과 김 씨 일가의 영속을 위하여 비핵화가 아닌 핵무기 보유에 방점을 찍고 있다"라는 주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통적인 화전양면전술을 구사하며, 복잡한 정치적 은유를 던지며, 독재적 권력구조에 정치에 익숙한 북한 김정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상을 단순하게 바라보고, 그 현상의 근본에 있는 동인이 무엇인지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비커밍 김정은』을 다 읽고, 나서 남겨진 한 마디의 울림은 결국 모든 힘의 근원이자 출발점은 북한의 ‘핵무기’와 ‘핵무장’이라는 비대칭전력이라는 것이다. “바보야, 문제는 핵이야(It’s the Nuclear Weapon, Stupid)”

2022년 1월 16일, 관악산 자락에서

초보순례자 옥상철

※ 본 서평은 다산북스의 <비커밍 김정은> 서평단 모집을 통해 증정 받은 책을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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