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를 다시 읽는다 2 - 한국 근대인식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위하여
윤해동, 천정환, 허수, 황병주, 이용기, 윤대석 엮음 / 역사비평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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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라는 말이 있다. 어떠한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사회의 제도나 거기서 일어난 대사건을 분석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 사회구성원들의 일상생활이나 그들이 향유하는 문화를 이해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한국은 일제강점기 때 점차 근대화되었는데, 이 근대화 과정은 당시의 세부적인 문화에 잘 나타나있다.『근대를 다시 읽는다-2』의 4부는 식민지 시대의 문학, 연애, 영화, 미디어 등 다소 미시적인 문화 분야들에 대한 연구결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문화 분야들을 관통하고 있는 근대성을 제시해준다.

 

먼저 4부의 1장은 근대 독서 문화의 형성과 그 양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3․1 운동 이후 근대적 학교교육이 대중을 확실하게 장악하면서 문맹률이 낮아졌다. 이로써 대다수 사회 구성원이 읽고 쓸 수 있게 되면서 독서가 일반화되었다. 사유를 위한 전통적인 유교서와 달리 근대서의 가장 큰 특징은 기능성이었다. 그러나 식민지 시대의 독서 문화는 당시『정감록』이 유행하고 족보발간이 활발했다는 사실을 볼 때 비근대적인 모습도 띄고 있었다. 또한 특히 지식인사회에서는 조선책보다 일본어 출판물이 득세하였으며 문학가들은 ‘조선문학’을 뚜렷하게 정의하지 못했다. 1장은 근대문학을 분석함에 있어, 당시 문학의 문학성을 밝히기 보다는 그 문학의 독자에 주목하여 독서문화의 형성을 연구한 점이 새로웠다.

 

2장은 식민지 시대 사람들의 연애양상을 통해 자유연애라는 근대적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사람들의 가치관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연애란 많은 사랑의 유형 중 남․녀 사이의 사랑만을 뜻하는 단어이다. 사람들이 사랑을 위해 죽을 만큼 연애는 당시대를 지배했다. 연애를 통해 당시 여성상이 어떻게 변했는지 대략 알 수 있었지만, 이 책엔 식민지 시대 여성주체들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는 실려 있지 않아 아쉬웠다.

 

3장은 근대 시각문화의 대표라 할 수 있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로, 영화의 수용과정과 영화관객에 대한 분석을 통해 근대적 테크놀로지가 당시 사회 내부에 일으킨 문화변동을 설명한다. 사진 환등회를 통해 한국사회에 소개되기 시작한 영화는 초기에는 전통적 문화관습과 혼합된 굿판의 모습을 띄었다. 그러나 일제가 영화와 관객에 대해 식민지적 규율을 행사하면서 굿판은 점차 근대적 영화관람 행위로 재구성되었으며, 이는 근대적 영화관객의 형성으로 이어졌다.

 

4장은 문화정치기 당시 식민지 미디어에 대한 일제의 검열정책을 설명해준다. 미디어는 식민지 사회 내부의 근대화를 위해서 필요했기 때문에 일본은 식민지 미디어를 허용하되 이를 감시․통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만들었다. 그러나 일제시대 말기에 일본이 식민지 미디어를 금지시킴으로써 식민통치의 효율성이 오히려 떨어졌다.

 

『근대를 다시 읽는다-2』의 4부는 일제시대를 바라보는 두 지배적인 관점, 식민지 근대화론과 식민지 수탈론을 넘어서 당시 사회를 다양한 각도에서 조망해볼 수 있게 해준 색다른 책이었다. 다만 4부는 각기 다른 주제, 다른 필자의 논문을 나열해 놓은 것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일관성이 조금 떨어졌으며, 수치나 통계자료 등 설명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제시가 부족하였다. 또한, 당시 문화의 구체적인 양상에 대한 단순한 설명을 넘어, 그 문화활동들이 다른 사회분야에 미친 영향이라든가 그것들이 전체적인 근대화 과정에서 어떤 의의를 가지는가에 대한 내용까지는 서술되어있지 않아 조금 아쉬웠다. 객관적인 설명과 더불어 필자의 주관적 의미부여가 들어갔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다각적 접근으로 근대문화를 종합적으로 정리하고, 근대사 연구의 시야를 넓힌 것은 이 책의 강점이자 의의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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