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의 죽음을 기억하는 여섯개의 시선

비보이 스캔들 ㅣ 바다로 간 달팽이 2
한정영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12년 5월

 두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읽을 수 있을 만큼이나 가독성이 뛰어난 소설이지만 책장을 덮은 후에는 여운이 많이 남았다.

 「나는 추방되었다」

 독특한 문장으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추락한 소녀의 죽음을 기억하는 여섯명의 시선,

소녀가 왜 죽음을 택할 수 밖에 없었는가 하는 그 근원을 풀어가는 청소년 문학이다. 

 학교에 관한 환상적이고도 독특한 묘사는 소설에서 단연 돋보이는 대목.

우등반-열등반에 대한 차별을 가하는 학교를 판타지 세계에 비유하며 그 이면에 숨은 의미와 주인공 소녀가 자살하게 끔 만든 근원적 원인을 파고들어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독특한 점은 소녀의 죽음을 추적해 들어가는 과정에 있어 여섯명의 각기 다른 입장과 시선으로 사건이 진행되어가는 과정을 서술하고 있다는 것. 소녀의 죽음에 대해 미안함과 아픔을 느끼는 친구의 시선, 소녀를 사랑했던 소년의 시선, 소녀의 죽음을 쉬쉬하며 덮으려는 시선, 그리고 마지막에 이르러 모든 전말이 밝혀지기 까지 독자는 여섯명의 시선에 각자 공감하기도, 혐오하기도, 또는 동정하기도 하며 이야기 흐름에 정신없이 빨려듦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소설이라는 것에 얽매일 것 없이 성인이 보아도 좋을 문학. 학창시절 우리는 모순덩어리 학교에 대해 순응하며 살아왔는가 혹은 그에 염증을 느끼고 무언가 바꾸려 노력했는가. 학교 옥상에서 뛰어 내릴 수 밖에 없었던 친구의 죽음에 대해 만약 우리가 그 자리에 있다면 어떤 행동을 취했을 것인가. 학교에선 덮으려하는 친구의 죽음을 위로 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친구가 죽음을 맞이한 바로 그 장소에서 그녀를 추모할 수 있는건 오직 비보잉 뿐이었다는 아이들의 사정, 그리고 여섯개의 시선에 대해 궁금하다면 지금 당장 이 책의 첫장을 펴 볼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