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니 미첼 - 삶을 노래하다 현대 예술의 거장
데이비드 야프 지음, 이경준 옮김 / 을유문화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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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 시대를 읽는 다양한 방식이 있다. 정치,경제,사회사적으로 변화를 살피고 학적으로 접근할 수도 있고 또 한편으론 문화사적 측면에서 개개인이 관심을 갖는 분야를 통해 미시적으로 접근해 볼 수도 있다. 조니 미첼을 읽는 것은, 그녀의 삶을 들여다 보는 것은 한 뮤지션을 통해 한 시대를 조망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내게 다가왔다. 그녀가 얼마나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얼마나 오랫동안 - 이것은 아직 진행형인데 - 많은 이들에 의해 불려지고 들려졌을 때 그것은 한 시대의 기록이 되었고 그녀가 세계와 나눈 공통의 기억이 되었다

어릴적 어머니를 통해 즐겨 듣던 미국의 팝음악, 거기엔 주로 Bee Gees와 Billy Joel, Roy orbison과 Simon&Garfunkel 등 남자 뮤지션이 주를 이루었었다. 드물게 ABBA나 Carfenters 등 여성도 볼 수 있었고 모타운을 통해 인종적 Boundary를 넘어설 수도 있었지만 여성 솔로 뮤지션을 접하기엔 어릴적 기억 속에 뚜렷이 흔적을 남긴 이가 없었던 것 같다. 그만큼 나의 제한적인 경험, 그리고 20세기를 관통하여 파편적으로 남아 있던 대중음악사는 언제고 일별해보고 싶은 화두였고 그에 적합한 인물을 찾는데 좌고우면하다 차일피일 미루어만 왔었다. 캐나다라는 낯선 국가에서 넘어온 뮤지션, 사회 어느 분야든 남성이 중심을 이루던 시대에 혈혈단신으로 이를 헤쳐온 조니 미첼의 삶은 그런면에서 한 시대를 읽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인물로 느껴졌다.

다소 우악스럽고, 그럼에도 미워할 수 없을, 엄마와의 대립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꾸려온 유년기에서 부터 아이를 입양하고 첫번째 남편과 헤어지며 뮤지션으로 발돋움 하던 젊은날의 시기, 그녀 보다 먼저 이름이 익숙했던 레너도 코언과 밥 딜런, 그리고 이름을 하나씩 일별하기엔 너무 많은 뮤지션들 - 레드 제플린과 지미 헨드릭스, 마일스 데이비스와 찰스 밍거스에 까지 이르면 그녀가 당대 팝문화사에 종횡으로 끼친 영향에 놀라지 않을 수 없는데 - 을 한명씩 보다보면 그녀가 단순히 어느 천재 (남성) 뮤지션의 곁가지에 붙는 부수적인 이름이 아니라 누구보다 더한 독창성으로 대가들 사이에서 잠식 되지 않고 끊임없이 독창성을 갖고 그들로 부터의 영향을 자기화한 뮤지션임을 조금씩 느껴가게 된다. 미술가로서의 본인의 아이덴티티, 그리고 정규 대학 교육을 이수하진 않았지만, 끝임없이 스스로를 쇄신해간 - 첫번째 남편, 지적이나 그것이 억압밖엔 되지 않았을 첫 번째 남편과의 시간, 그리고 이후 레너드 코언 과의 시간에서 조금씩 문학과 다양한 영향을 소화하고 부족한 양분을 벌충해간 - 시간의 연속선상에서 그녀는 한시도 누군가의 그늘 아래서 만족하지 않았었다. 프로듀서와의 어려움, 정치적 격변의 시기에 숱한 뮤지션들이 그랬듯 한명의 뮤지션 그리고 무엇보다 한명의 개인으로서 이러한 시대상을 헤쳐나가는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그녀는 숱한 곡 속에 이러한 경험들을 녹아내려 갔었다. 삶을 노래한 그녀의 곡, 그리고 이를 다시 글로 옮긴 전기를 통해 한 시대를 읽어내려 가는 것, 20세기를 빛낸 다양한 뮤지션들이 있었지만 어떤 면에선 그 시대를 읽어내기에 조니 미첼 만큼 적합한 인물이 또 있을까, 그녀로 부터 20세기 팝음악사로 뻗어나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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