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합의해야 할까요? - 만만한 보험사 고객이 아닌 ‘뭘 좀 아는 고객’이 되는 비결
김동진 지음 / 라온북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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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촉사고 한 번에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갈팡질팡하는 상황에서 만약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되는 교통사고가 벌어진다면? 제 정신으로 냉정을 유지한 채 침착하게 상황에 대처할 수 있을까? 교통사고가 나면 가해자 측과 피해자 측이 합의해야 하는 거 아닌가, 왜 보험사와 합의를 해야 하는 거지? 이 책을 읽기 전의 나는 너무나도 지식이 짧았다. 그럼에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은 되지 말아야지' 하는 단순한 생각으로나마 이 책을 선택한 내 자신이 대견하다. 몰랐던 사실이 지식이 되어 쌓여가는 과정이 즐겁기만 했다.


이 책은 1부 '교통사고가 나기 전에 미리 알아야 할 것들'과 2부 '보상받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로 나누어 설명한다.


1부 교통사고가 나기 전에 미리 알아야 할 것들


1장 미리 알아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

사고 전에 준비하면 사고 후에 허둥지둥하지 않는다

보험회사는 잘 모르는 고객을 가장 좋아한다

사고 경험이 있는 것처럼 행동하라

초동 대처가 보상금을 좌우한다

방어 운전은 최선의 안전 운전

초보 운전자의 사고 대처법

운전자의 의무, 교통사고 기본 지식

자동차보험, 어떻게 가입해야 잘 보상받을까?


2장 사고 대처법, 모르면 당한다

교통사고 시 사진 촬영은 필수

입원을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슬기로운 병원 생활

가해자와 피해자의 다툼, 자신 있으면 끝까지 가라

보험회사는 절대 고객 편이 아니다

보상 담당자와 통화하는 방법

사고 보상, 급한 사람이 지는 게임이다


1부는 어떻게 보면 초보 운전자가 배워야 할 운전 상식과도 같은 부분이어서 차량 운전자라면 어느 정도 숙지하고 있는 내용일 수도 있고, 사고가 났을 때 해야 하는 행동들에 대한 매뉴얼 설명이 좀 뻔해보일 수도 있다. 그런 반면에 보험용어는 낯설어 독서 진도가 잘 나가지 않기도 했다. 그렇지만 1회독을 한 후 다시 1부를 읽었을 때 1부가 엑기스를 요약한 내용임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보험 관련용어도 앞에서 전체적으로 언급되었다가 뒤에서 다시 자세히 설명되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읽다보면, 전체 내용이 파악되고 자신의 개인적인 상황에 적용하여 점검할 수 있게 되었다.

보험용어와 관련하여 예를 들면, 자동차보험에 가입할 때 필수로 설정해야 할 담보들로, '대인배상1, 대인배상2, 대물배상, 자기차량손해(자차), 자기신체손해(자손), 자동차상해(자상), 무보험차상해, 다른자동차운전담보 특약, 다른자동차차량손해 특약, 긴급출동, 자기 차량 렌트 비용' 등이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용어들을 정리하고 이해시키는 데에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이 용어들이 생소하다면 이 기회에 이 책을 통해 알아두면 좋을 것 같다.

또 사고가 났을 때 사고 촬영을 하라는 소리는 많이 들었지만 뭘 어떻게 찍어야 할지 잘 몰랐는데, 이에 대한 행동 매뉴얼을 알게 된 점도 유익했다. 차량 파손 부위를 가까이에 찍는 근거리 촬영, 여러 각도에서 전체적인 사고 현장을 찍는 원거리 촬영, 내 차량과 상대 차량의 앞바퀴와 핸들 사진, 상대방의 블랙박스 사진, 동영상 촬영과 녹취 등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배터리가 방전되거나 기름이 떨어져서 보험회사를 부르면 친절하게 찾아온다. 그래서 보험 가입자는 은연중에 보험회사를 자기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고가 나는 순간 고객님은 보험금을 축내는 골칫덩이가 된다. 손해가 나는 것을 어떻게든 막으려고 하는 보험회사는 가입할 때의 친절함은 온데간데없고 보험금을 조금이라도 줄일 궁리를 하기 시작한다.(115p.)

정보가 넘치는 이 책에서 이 구절을 인용한 까닭은, 이 구절의 보험 가입자가 나를 대변하기 때문이다. 막연하게 보험회사가 내 편이라고 생각하고, 내 불행을 함께 해줄 동반자로 생각하지 않았나 반성하게 했다. 보험회사가 내 인식 속에서 좋은 이유는 아직 내가 보험금 싸움을 해야 할 정도로 큰 사고를 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기치 못한 사고를 대비하려고 보험에 들었지만 그 보험의 과실을 받을 때에는 진흙탕 싸움을 해야 할 수도 있음을 깨닫게 했다.


2부 보상받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


3장 다양한 사고 유형

나와 상대를 위한 자동차종합보험

공공의 적 무보험차, 무책임한 책임보험

사회악, 음주운전과 뺑소니

안타까운 가족 사고

단독사고와 내 과실 100퍼센트, 어디서 보상받나?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형사처벌을 받는 12대 중과실 사고

타인 소유의 자동차 운전 중 사고

산재보험과 자동차보험


4장 모든 것은 근거 싸움, 근거에 죽고 근거에 산다

필요하면 내 돈으로라도 검사하라

치료 기록을 반드시 남겨라

소득 자료를 챙겨라

언제나 계속되는 싸움, 과거 병력

보험회사의 말은 절반만 믿어라

통증은 보상이 안 되나요?

주변 사람들의 말에 부화뇌동하지 마라

진단 기간보다 진단명이 중요하다


5장 보상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보험금을 좌우하는 나이와 일할 수 있는 정년

사고 당시 소득, 얼마까지 인정해줄까?

과실, 내 보상금이 반토막 날 수도 있다

장해와 상실수익, 불구자가 되어야 장해를 인정받나요?

휴업손해 100퍼센트 받는 법

내 과실이 더 큰 사고도 치료받을 수 있을까?

고무줄 같은 교통사고 위자료

왜 형사 합의금은 민사에서 공제되는가?


6장 내 몸값은 얼마인가?

돈으로 치유될 수 없는 상처, 후유장해

장해 진단은 언제, 누구한테 받는가?

나는 얼마를 받을 수 있을까?

교통사고, 직접 처리할까, 의뢰할까?

약관 기준과 소송 기준, 어느 것이 유리한가?

변호사와 손해사정사, 어느 쪽이 유리할까?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피해자 90퍼센트가 저지르는 실수와 예방법


2부는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서 보상금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 모두가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을 것 같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무보험차와 책임보험 가입자를 만났을 때 얼마나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 또한 보상금을 결정하는 4가지 핵심 요소인 '나이(가동연한), 과실, 소득, 장해율'에 따라 보상금 7대 보상항목인 '치료비, 위자료, 휴업손해, 상실수익, 향후치료비, 개호비, 장례비'가 어떻게 산정될 수 있는지를 상황별로 다룬다. 그리고 보험회사 약관 기준 보상금과 소송했을 때의 보상금 산정방식이 어떻게 다른지를 알아보고, 소송실익이 있는지 여부를 따진다. 마지막으로 보험금 싸움에서 변호사와 손해사정사 중 어느 쪽이 더 유리한지를 정리한다.


교통사고가 나서 병원 가면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병원 기록이 남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물론 내가 요구하지 않아도 당연히 진료기록이 생긴다. 그런데 이 진료기록을 좀 더 적극적으로 신경 쓰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 정확하고 효율적인 치료를 하는 것뿐 아니라 보상을 위해서도 진료기록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196p.)

보상을 위한 진료기록은 뭘까? 사소한 통증이라도 의사 선생님께 말하고 검사해야 한다는 거다. 사고 당일에 살짝 신경쓰이던 무릎이 석 달 뒤에 '진구성 십자인대 부분파열'이 될 수도 있다. 사고 당일 진료기록에 적히지 않은 통증이 반드시 사고로 인해 생긴 통증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을까? 예단할 근거가 없다면 하지 않겠다는 것이 보험회사의 입장이다. 피해자가 상황인지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신체적, 정신적으로 열악한 상황이라면 가족이 적극적으로 더 진료기록을 관리해야 한다.


급여소득자라면 직전 3개월치 급여명세서와 재직증명서로 쉽게 입증할 수 있다. 또는 국세청에서 원천징수영수증을 발급해 제출하면 된다. 사업소득자는 소득금액증명원이 필요하다. 따라서 종합소득세 신고를 적게 하거나 하지 않은 경우에는 소득인정을 받을 수 없다. …… 사업자나 상용직으로 종사하며 해당 직종에 오랜 경력이 있으나 수입 인증이 모호한 경우 통계소득을 주장할 수 있다.(206~207p.)

내가 급여소득자가 아니다 보니 문제가 심각했다. 결국 사업소득자는 세금을 낸 만큼만 소득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최악의 경우 도시일용노임을 적용받을 수도 있음을 숙지해야 했다. 결론은 '세금을 잘 내자'인가 싶었다.


1회독보다는 2회독을 했을 때 깨닫는 바가 많았고, 틈틈이 리마인드를 통해 재환기해야 할 필요가 있는 책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운전자에게도 읽어보라고 권할 만하다. 사고가 난 후에는 이미 대처가 늦은 것이다. 시간을 돌릴 수는 없을테니, 사고가 나기 전에 미리 읽어보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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