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된 시와 사랑 이야기 진경문고 3
고형렬 지음, 이혜주 그림 / 보림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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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삼경-논어, 맹자, 대학, 중용,  시경, 서경, 주역. 학창 시절의 참고서에서나, 그저 한번 보고 지나간 이름들이다.

옛날 사람들에게야 필수적인 교과서였겠으나, 그러하기에 더욱 고루하게 여겨져, 내가 다시 만날 일은 별로 없으리라 여겼다.

그런데 <시경>이라, 사실 고형렬 시인이란 이름이 아니었으면, 눈길이 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몇 해 전에 본 시집에 대한 따뜻한 기억이 떠오르면서, 시인이 쓴 <시경> 이야기는 어떠할까, 흥미로웠다.

2500년 전의 옛시들이라고는 하지만, 우리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시인의 따뜻한 안내가 있어서인지 하나도 낯설지 않았다. 아니, 안내라기보다는 시인은, 자신이 읽은 옛시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보이고 있었다. 고향, 아버지, 누이, 어머니,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 옛시와 오늘날의 이야기가 그처럼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무척 놀랍기만 하였다.

그 옛날 사람들에 대해 가지고 있던 나의 생각들도 조금은 달라졌다. 2500년 전의 세월을 떠올리면, 흙속에 묻힌 유물처럼 캄캄하고 어둡기만 하고 생명력이라고는 느낄 수 없었는데, 그 당시에도 지금의 우리들처럼, 슬퍼하고, 기뻐하고, 질투하고, 조롱하고, 외로워하던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는 것이 반갑기만 했다. 옛시에 대한 새로운 발견, 옛날사람들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옛글, 옛날 사람들에게로 향하는 통로를 새롭게 알았다. 쉽고도 자연스럽게 그길을 소개해 준 시인에게 감사드린다. 어른들은 물론, 고학년 쯤 되는 아이들이 읽어도 좋을 것같다. 나로서는 학교를 떠나온 지도 한참 되어서야 옛날 사람들이 쓴 글에 대한 매력을 알게 되었지만, 한창 배우는 아이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교과서 따로, 감동 따로의 시행착오는 겪지 않을 것 같다. 옛글과 옛날 사람들이 한결 친숙하게 다가올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자연스럽게 문학을 보고, 또 사람들의 역사를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편안하게 읽히면서, 두고두고 여러 가지 생각들이 많이 떠오르는 책이기도 하다. 어른에게나, 아이들에게나. 또한 내친 김에 <시경>의 더 많은 시들을 보고 싶다는 호기심도 생긴다. 참고서에서나 보고 지나간 책들에 대한 궁금함도 새롭게 떠오르기도 한다.  한 권의 책을 통해, 이렇게 생각과 의욕이 마구 뻗어나가다니... 흐뭇하고 반가운 에너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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