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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꼭 행복해야 하는가
정용주 지음 / 새움 / 2011년 8월
평점 :
나는 꼭 행복해야 하는가
- 작가
- 정용주
- 출판
- 새움
- 발매
- 2011.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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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곰 서평단에 당첨되서 받은 책.
'나는, 꼭 행복해야 하는가'
제목부터 달랐다.
요즈음 무수히 많은 책들 속에서는 00하기 위한 방법 등의
우리가 행복하게 살기위한 방법들, 아니면 행복을 위한 팁(?)들을 말해준다.
그러한 책들 중에서 이 책의 제목은 정신없이 현실을 좇는 나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행복하지 않으면, 불행해도 된다는 건가?'
.
.
이 책의 저자는 말한다.
.
.
나는 별일 없이 산다,
괜찮다, 외로움도 즐겁다!
행복하지 않아도 괜찮은 게
진짜 행복이다!
아, 행복하지 않아도 괜찮은 게 진짜 행복.
정말 그러하지 않은가?
갑자기 '행복'이라는 것을 얻기 위하여
하루에 여러번 불행한 표정을 지으며
불평하는 내 모습이 부끄러워 졌다.
책의 차례는
1. 숲으로 온 손님
2. 이토록 사소한 즐거움
3. 바람이 데려가는 곳으로
4. 외로움도 힘이 된다
네 차례로 나뉘어져 있고
그 안에 에피소드들이 가득하다.
이 책은 마치 남의 일기장을 훔쳐 보는 것처럼
한 장 한 장을 술술 넘겼던 것 같다.
일단 저자에 대해서 말하자면..
그의 이름은 정용주.
삶이라는 거대한 싸움판에서 스스로에게 해줄 것이 별로
없다는 생각으로 무기력했던 마흔두 살의 여름날, 책과 음악 씨디,
쌀 한 포대와 함께 치악산 해발 700미터에 있는 흙집 한 채에 들어갔다.
'몽유거처夢遊去處' 라고 이름 붙인 그곳에서 어느덧 9년째 살고 있는 그는,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고 일하고 싶으면 하고 싫으면 말고 하면서,
최소한의 것으로 굶어 죽지 않으면서 제멋대로 자연 속에서 뒹군다.
그는 산 생활 5년차에 펴낸 산문집 '나는 숲속의 게으름뱅이' 이 외
어린 시절의 추억을 그려낸 산문집, 그 밖에 시집 작품도 있다.
그가 말한다.
깊은 숲속 몽유거처夢遊去處에 산 지 어느덧 9년째.
제멋대로 사는 숲 생활,
고독하지만 자유로운 나의 일상이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된다면
또한 그것은 내 고독에 대한 위로가 되리라.
실제로 한 가정주부가 그의 숲속 생활을 이야기한 책을 읽고,
언제 남편과 함께 놀러가서 마당의 그네도 타고 지붕에 올라가 커피를 마시고 싶다고
편지와 함께 박스에 초코파이, 커피믹스, 구운 김, 통조림 몇 개를 보내왔다.
그리고 그는 생각한다.
나의 이 삶의 방식이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된다면
또한 그것은 내 고독에 대한 위로가 되지 않겠는가.
가끔 방문자들이 그가 사는 숲으로 온다.
주말이나 공휴일에 친구들끼리, 혹은 가족과 아이들을 데리고..
그리고 대개 하루나 이틀 정도 머물다 자신들의 생활로 돌아간다.
몇 사람들은 그의 생활을 부러워할 것이다.
아무 걱정없이 자연과 함께 사는 그를 보면서..
하지만 용기가 나지 않는 것이다.
도시생활을 저버리고 산에서 생활할 수 있는..
산 속 생활을 하다보면 여러 일들이 있을 것이다.
그를 보면 멧돼지 떼를 만나기도 하고,
흙벽돌로 쌓아 만든 집이라 여름에 방문을 열어놓으면
거의 벌레들과 동거하는 것과 같다.
하루는 엄청난 말벌 한마리가 들어와 나가지도 않고
내쫓지도 못해서 겁을 먹었지만,
저놈이 저러다 지쳐서 잠든 내 얼굴에 떨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는 생각한다.
'아, 오늘 밤 내 방 안은 얼마나 큰 꽃 속인가.'
.
.
나는 과연 이 상황에서 이렇게 생각할 수 있을까?
그의 글 속에서는 산 속에서의 몽유거처,
정말이지 평화로움이 느껴진다.
일상 속에서 지친 나에게
짧지만 달콤한 낮잠과 같은
행복을 준 책이었다.
앞으로도 지칠 때,
어딘 가로 떠나고 싶을 때,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을 때,
그럴 때 함께해야 할 소중한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