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의 철학이 된 영화
심광현.유진화 지음 / 희망읽기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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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연구자, 이론가로서 매우 존경하는 심광현 선생님께서 <인간혁명에서 사회혁명까지> 다음에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유진화 선생님과 함께 <대중의 철학이 된 영화>를 출간했다. 그의 강의를 여러 차례 들었던 사람으로서 나는 그가 영화 관련 책을 내기를 오랫동안 기다리고 기대했다. 그는 이전까지 문화연구, 문화이론, 영화이론, 미학, 현대철학, 인지과학, 사회학, 정치학, 역사학, 정치경제학, 정신분석학을 횡단하면서 수많은 연구업적을 남겼다. 그 평생의 작업들을 다시 집대성하여 일상생활에서 현대사회의 폭력에 저항하고 대안적 삶과 사회를 모색하며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과 마음가짐을 탐구한 책이 <인간혁명에서 사회혁명까지>라면, <대중의 철학이 된 영화>는 대중의 문화정치가 적극적으로 표현된 것이 대중영화며, 그때그때의 흥행작이 당시 대중의 의식과 무의식을 드러내고, 이데올로기의 어떤 이음새를 보여주면서 그것의 탈구를 부추기거나 봉합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그것을 이론적으로 논구하고 경험적으로 입증하는 책이다. 일반적으로 학계, 비평계에서는 상업영화는 죄다 지배 이데올로기를 봉합하는 것으로 평가절하되지만, 그렇게만 볼 것은 아니라는 것이 이 책의 중요한 지점이다. 이 책에 따르면 천만관객을 동원한 열아홉 편의 한국 영화 중 열다섯 편이 오히려 이데올로기의 균열과 비판의 효과를 일으킨다.

그동안 영화비평을 읽으면서 답답함을 느낀 적이 많다. 이 영화가 왜 지금 굉장히 중요한지 아니면 왜 욕먹어 마땅한지 쉽게 단언은 하되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하는 글은 읽어본 기억이 별로 없다. 특히 젊은 비평가들의 글에서 그러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여기저기서 이론가들 이름 거론하고 인용하면서 멋지게 써내려가지만 그게 오히려 이해와 공감을 방해한다. 다른 한편에는 그저 영화를 자신의 사회비평, 정치비평의 소재로만 이용하는 글이 있다. 방대한 영화이론과 영화사 지식으로 무장했지만 그것을 객관적으로 설득력 있게 활용할 수 있는 분석방법을 제대로 익히지 못한 탓이 크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영화 텍스트가 어떠한 복잡한 회로로 구성하고 있는지, 그 회로들이 어떻게 바깥 세상, 사회적 맥락과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텍스트 분석과 콘텍스트 분석의 길잡이가 될 것이다. 영화 공부를 막 시작한 사람과 베테랑 모두 반드시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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