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신화 청목 스테디북스 72
김시습 지음 / 청목(청목사) / 2001년 7월
평점 :
절판


막연히 국어국문과를 지원하고, 또 자연스럽게 어쩌면 별다른 뜻 없이 ‘문학’을 배워가던 나에게 이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그것은 글쓰기 기초 과제로 어떠한 ‘문학’을 읽고 리뷰 즉 그것에 대한 자신만의 평을 쓰는 과제이다. 솔직히 과제의 대상목록으로 제시되어 있는 문학작품을 보았을 때에는 이 중에 무엇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곤욕스러웠다. 표면적인 이미지와 평소 제시된 작품들에 대한 나의 생각이 커다란 흥미라거나 궁금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시험문제 지문을 바라볼 때 느끼는 지루함이라면 또 모를까.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작품 하나를 선택해야 했고, 나는 이를 읽고 또 이것에 대해 생각해야만 했다. 결국 읽고 싶다는 마음에서라기 보단, 어차피 읽어야 될 작품 미리 읽자는 마음에서 평소 전공 수업시간에 자주 언급되던 ‘금오신화’ 를 선택했다. 금오신화라는 제목 그리고 대충 책장을 넘겨가며 보이는 수많은 한자들을 보니 며칠 동안 책장은 넘기고 싶지 않았다. 결국 나는 과제 제출이 급박해졌을 때 억지로 내용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속도는 예상과는 달리 빨라지기 시작했다.
 책의 머리말에서 ‘금오신화’는 다음과 같이 표현되고 있다. ‘김시습이 처한 불우하고 기구했던 그 시대와 사회를 표현, 부각시킨 작품’. 솔직히 초반부에는 앞의 말은 전혀 와 닿지 않았다. 이는 단지 책에 제시된 내용을 빌리자면, ‘문학작품은 그 시대와 사회의 소산물’ 이라는 딱딱한 문학적 공식의 답변이었지, 책을 읽는 자신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할 만한 느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책의 내용은 총 5개의 이야기(신화)로 나뉘어져 있다. ‘만복사 저포놀이, 이서생이 담 안의 아가씨를 엿보다, 홍서생이 부벽정에서 취하여 놀다, 남쪽 염부주의 이야기, 용궁 잔치에 초대받다.’ 들로 말이다. 같은 작자에 의해 쓰여졌으나 서로 다른 감정을 담고 있는 이야기들은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듯, 고려 말 왜적의 침략, 고려 말 홍건적의 난, 조선 초등 다른 배경 속에서 전개되어진다. 이는 아마도 한 작품 안에 한 가지 메시지가 담아내기 보단, 여러 가지를 전달하고 싶어 했을 작자의 의도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애초에 제목 자체가 ‘신화’ 를 포함했기에 내용은 신선의 등장과 이승과 저승 사이의 넘나들기, 조상과의 만남 등 신비로운 상황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러한 설정들이 그나마 내 안의 가득 차 있던 지루함과 막막함을 밀어내는 큰 요소이자, 현실세계 속에서는 꺼내 보이기 힘들었을 감정들을 표출하게 해주는 원동력이었으리라 생각됐다. 그리고 책에서 단순한 서술로 감정이나, 전달하고픈 메시지를 나타내지 않고, 여러 편의 시를 통해 이를 대신하고 있었는데, 이러한 점도 한 번에 알아차리기엔 다소 어려울 수 있겠지만, 그 한 번의 느낌을 받고 난 후에는 쉽게 잊혀지지 않게 한다는 장점이 있는 듯 했다.
 내용을 읽을수록 작품에 대한 지루함을 당시의 감정의 이해나 작자의 메시지에 대한 의문으로 밀어냈던 금오신화’에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홍서생이 부벽정에서 취하여 놀다’ 편에서 고국의 망한 터를 보고 홍서생이 읊었던 여섯 수의 시 그리고 시를 읊을 때 한 구절이 끝나면 한 번씩 흐느껴 울었으므로 뱃전을 치고 퉁소를 불며 서로 화답한 것과 같은 즐거움은 없었으나 진심으로 느꺼워했으므로 깊은 구렁에 잠겨 있는 용도 따라 춤출 것 같고, 외딴 배에 홀로 있는 과부도 눈물을 흘릴 것 같았다.’ 라는 구절이 그 것이다. 이는 망한 고국의 땅을 배경으로 사내 혹은 주인공이 겪을 온갖 시련과 역경의 과정을 일일이 나열한 것에 비하자면, 얼마나 길이는 짧지만 가슴 속 끝까지 긴 깊이를 느끼게 할 만한 표현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뒤에 전개되는 내용이 말이 안 된다고 느꼈지만, 선조 기자의 후손 즉 그 땅의 조상인 신선계의 여인이 가히 인간 세상에까지 내려와 이를 나누고 싶어할만했다.
 보면 한숨만 나오던 시들의 의미를 떠올려 보고, 시험문제 지문으로 수업시간에 분석만 했던 구절들을 되새겨보면서 나에게 ‘금오신화’는 첫인상과 매우 다른 어떤 것이 되었다. 그리고 이 뜻밖에 결과는 처음 언급했던 작품에 대한 풀이 즉 ‘문학’에 대한 공식과 답변의 딱딱함을 깨버리고 느낌으로 다가오게 만들었다. 이 책은 김시습 즉 작자에게 있어 그가 겪었을 상황, 시대 그리고 그 속에서 억눌러야 했을 감정들의 출구였다. 그리고 오늘날 막연히 문학을 알아야만 하고, 배워야만 하는 나에게 조금이나마 생각의 전환을 주는 계기이기도 하다. 바로 작자가 그랬었던 것처럼, 문학을 알고 싶고, 배우고 싶어 하는 그런 형식상으로는 작지만 의미상으로는 심오한 변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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