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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만이 희망이다 - 박노해 옥중에세이, 개정 복간본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대학생 일 때 보고 큰 충격을 받았던 책인데…
문득 그때가 떠오른다.
그땐 힘겹게 들어 온 대학도 별 볼일 없다 느껴서인지
미뤄둔 사춘기를 겪으며 홀로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었다.
씩씩한 20대가 아닌 축 처진 어깨로 어두운 기운을 팍팍 풍기고 다닐 때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한풀이처럼 쏟아냈다.
"왜 사는지 모르겠어.
대학입시경쟁을 거쳐 대학에 왔지만
뭔가 중요한 무언가가 다 빠진 것 같아
다시 학점에, 어학연수에 끊임없이 달려가는데
함께 달려가자니 허무하고
멈춰 있자니 불안하고...
돈을 많이 벌면 행복할까
이건희 막내딸도 자살하는데..
돈 많은 남편을 만나고, 그럴듯한 직장에 다니면 행복할까
하지만 주위를 보면 그런 사람일수록 사람향기가 안나
진짜 삶은 그게 아닌 것 같은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때 말없이 듣고 있던 친구가
읽어보라며 건내준 책.
사람만이 희망이다.
박노해 시인이 쓴 책이다.
노동자, 실패한 혁명가, 무기수 시인
이것만 봐도 참 암울한데
'사람만이 희망'이라고 한다.
도대체 왜.
어떻게 하면 그렇게
사람에게 상처받으면서
‘사람만이 희망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독방감옥에서 처절하게 배우고 생각하고 운동하며
자신을 혁명했던 시인은
감옥 밖 자유의 세상 속에서도
전쟁터와 빈곤의 땅으로 자신을 던진다.
변치 않는 사람으로
첫마음 품은 마음으로
그래서 그런지 시간이 흐르고
손가락 하나로 스마트한 세상이 되었지만
여기저기 '희망'은 넘쳐나지만
그의 글은 힘이 있다.
이 책이 나온 지 10년이 넘게 지났지만
볼때마다 여기저기 구멍난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시간이 흘러도, 세상 더 각박해져도
첫마음 더 단단하게 품고
더 붉게 타오르라고
책이 온몸으로 말을 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