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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메르세데스 빌 호지스 3부작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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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생크 탈출>, <샤이닝>, <미스트>.

 

비슷한 시기에 보았던 세 편의 영화들이다.

내 영화세계는 저 영화들을 보기 전과 후로 나뉜다.

 

내게 있어 이전까지의 '볼 만한' 영화는

관람 후 행복감과 즐거움을 주는 "밝고, 경쾌하며, 싱그럽기까지 한 희망찬 이야기"의 범주에 속하는 영화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 영화들을 보면서

 

인간 승리에 감동하고

 


(음, 그리고 이 영화를 통해 난생 처음으로 gay라는 성적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알게 되기도 했다)

 

싸이코틱하고

 


 

속된 말로 암 걸릴 것 같은

 

 

장르(ㅠ.ㅠ)에 대한 면역이 생겼다.

 

하필 또 저 3편을 이틀에 걸쳐 연달아 봤던 덕분에...............

나는 무슨 금단의 사과를 먹은 이브도 못 쫓아올 속도로 무섭게 다양한 장르로 도전할 수 있었고 적응-및 성공-을 해낼 수 있었다.

 

나에게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 저 영화들의 공통점은,

다른 영화보다도 엄청난 충격과 센세이션을 일으켰다는 데 있다.

 

<쇼생크 탈출> : 실화인 거 같은데...? 있을 법한 이야기야! 설득력이 엄청나다.

<샤이닝> : 아.... 정말.... 미쳤네....... 예술가는 미쳐야 한다더니. 작가랑 감독이 확실하게 돌았군.

<미스트>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망할........ @#$%^&*(_+\

 

세 감상평은 모두 달랐지만,

누가 나에게 저 영화들에 대해 묻는다면 30분도 넘게 혼자서 열변을 토할 수 있을 만한!

3시간 끝장 토론을 하고 싶을 만큼!

아주아주 인상깊이 뇌리에 남았다는 게 공통점이라는거.

 

그러다 세 작품의 작가가 모두 같았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엄청나게 충격을 받았다.

세 작품이 주는 이미지가 완전 다른데, 그걸 어떻게 이렇게 해낼수가 있지? 싶었기 때문에.

특히 <샤이닝>과 <미스트>는 예측 불가능한 전개라서 더더욱 경악하면서 봤던 영화라....

 

그렇게 알게된 작가가 바로, 오늘 포스팅 할 책인 '미스터 메르세데스'를 쓴 스티븐 킹이다.

 


(출처: http://misaky.deviantart.com/)

 

스티븐 킹에 대해 잘 몰랐을 때는 '글도 잘 쓰는데 심지어 ​개성있게 매력있네?' 라고 생각했었는데

책을 여러 권 읽고 나니 '저 인텔리한 얼굴로 그런(?) 소설을 쓰다니!? 내면에 잠든 또 다른 자아를 합법적으로 표출하는 건가!' 하면서

꽁한 마음으로 보게 되었다는..ㅋㅋㅋ​

 

뭐, 외모와는 별개로

조금 부끄럽지만, 스티븐 킹의 <캐리>를 처음으로 읽었을 때 나는 조금 울기까지 했다.

 

내용이 슬펐다거나 감동적이었다거나 한 게 아니라,

그냥 작가의 필력에 빨려 들어가는 내 자신이

5년 간 매달렸던 작가의 꿈을 버리게 된 이후 정말 오랜만에 독서를 즐기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티븐 킹 최초의 탐정소설이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쾌재를 부르며 당장 관련 자료를 검색하고 해외 사이트를 표류하고 다니다

한국 출판사인 황금가지에서 서평단 이벤트를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뭐야? 스티븐 킹이라고? 믿고 보는 소설왕인데 당연히 응모하겠어! 해야지! 해야만 해!!​

그리고 당첨.

 

 

 

만세!

 

oh                                           oh


oh                                           oh

ㅠㅠㅠㅠㅠㅠㅠ 외쳐 golden bough ㅠㅠㅠㅠㅠㅠㅠ

 

 

3:1이라는 경쟁률을 뚫고 운 좋게 서평단에 당첨되고 났을 때의 그 기쁨이란!

 

책이 집에 도착했을 때 포장을 뜯던 기분이 잊혀지지 않는다.

 

취업준비+인턴+스터디를 병행하고 있던 차여서 출퇴근시간을 이용해 틈틈이 <미스터 메르세데스>를 읽었는데,

그 몰입력 때문에 회사에서 일을 할 때에도, 공부를 하다가 잠깐 몽상에 빠질 때에도

책이 읽고 싶어 표지로 눈이 흘깃흘깃... ( ͡° ͜ʖ ͡°)

 

그래도 하루 1시간씩, 되새김질까지 포함해 두 번은 반복해서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느낀 (스포일러를 방지하는 한 밝힐 수 있는) 매력 포인트는 총 3가지다.

 

첫째. 요즘 보기 힘든 두툼한 두께.

 


 

보이십니까!

612쪽의 위엄이!!

 

엄지 손가락 한 마디보다 긴, 약 2.5cm의 두께!

 

하지만 친절하게도 상대적으로 가벼운 무게감.

 

500페이지+300페이지인 취준생 인적성 종합서 두 권이 들어간 에코백을 어깨에 메고도

손에 들고 지하철에서 읽을 수 있는 정도라서 정말 좋았다.

 

음, 그래도 두께가 두께다보니 펼치고 보기에 좀 버겁긴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만족♡

(내 손이 작아서 그런다고 생각한다...ㅠ.ㅠ) 

 

개인적으로 영미권이 정말 많이 부러웠던 이유 중 하나가

종이의 질이 고급이 아니더라도 책 두께에 비해 무게가 매우 가벼워서 들고 다니기 좋다는 것이었다.

단권화 되어서 가격도 저렴해졌고...

 

(일례로, 영미권 ver. 해*포* 시리즈와 한국어 ver. 해*포* 시리즈를 비교해보면 바로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을 많이 안 산다, 많이 안 읽는다라고들 하던데

근본적인 이유를 정말 모르십니까...

 

 

책을 들고 읽고 싶어도 무게도 있고, 부담스럽고, (+표지도 복작거리고) 비싸고!!!!

 

<미스터 메르세데스>가 여타 출판사와는 다르게

단권화+무게 경량화를 해내주어서 매우 감사할 따름이다.

(표지도 물론 씸플!! 이정도면 완전 씸플!!!!!!)

 

역시 당신은 나의 골든 보→우

 

 


 

두 번째. 초장부터 오픈된 범인!

 

그렇다.

이 소설의 범인은 첫 번째 장부터 오픈되어 있는 것이었다!

그런 것이다...

ㅋㅋ...

ㅋ....

...............

 

이게 별로 일 것 같은가?

 

전혀!

 

오히려 책을 읽는데 설정의 위화감이 없다.

 

나만 그런지는 몰라도,

괜히 주구장창 상황설명하고 동기부여하고 그러는 건 너무나도 잘 알려진 플롯이다.

탐정소설에서 항상 거쳐가는 식상하리만큼 당연한 수순이다.

(예외도 있다. <너기바> (Simon Brett, 영국)에서는 아예 주인공이 범인이니까.)

 

그러나 나는 항상 이런 류의 전개를 볼 때면 고뇌한다.

 

" 탐정소설이란 다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건가? "

 

내가 왜 범인의 범행동기와 고뇌, 주인공의 상황설명을 주구장창 들어줘야 하는지!

위화감도 들고, 몰입을 오히려 깨는 설명의 향연이라니.

 

이런 나를 이해하기라도 한 것처럼, 우리의 소설왕(=스티븐 킹)은 애초에 화자를 둘로 잡았다.

 

하나는 탐정인 빌, 또 하나는 범인인 미스터 메르세데스.

 

처음에 읽다 보면 왜 갑자기 화자가 휙휙 바뀌는지도 이해할 수 없고 - 이게 웬 옴니버스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ㅋㅋ -

연관성이 결여되어있다+뜬금없다는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읽다보면 점점 빌과 메르세데스가 그리는 행동반경/접점이 원을 그리며 빙빙빙빙 커지다가 어느 순간-

 

철 컥

 

 

둘의 연결고리가 엉키는 순간까지 쫄깃하게 몰입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범인을 맞추는 재미는 없지만

이걸 상쇄시킬 만큼 충분한 수준의 친절한 단서제공-풍부한 떡밥-,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에 이르는 구조를 롤러코스터를 태워 보내는 필력이 있으니까

미스터 메르세데스에 빙의되었다가, 은퇴 경찰-아니, 이제는 탐정-에 몰입되어 추적하다가 하면서

그들이 벌이는 심리전을 있는 그대로 신나게 즐겨주면 된다!

 

HEE-HA!

 

 

 

 

마지막 세 번째. 매력 터지는 캐릭터들.

 

 


 

그렇다고 이렇게까지는 아닙....<

 

 

스포일러를 최대한 자제해야하니, 대외적으로 나타나있는 주인공만 언급해보겠다.

- 사실 다른 캐릭터들도 다 매력이 뿜뿜인데...ㅠ.ㅠ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꾹꾹 참아야 함... -

 

주인공 빌 호지스.

나이 65세, 몸매 D자형 배뽈록이+크지 않은 키+가슴팍에 풍부한 털들+희끗희끗하게 나는 흰머리(털).

커피와 차, 쿠키를 비롯한 다과를 매우 좋아함 (쿠키 狂)

장난기 넘치고 센스있고 능청능청한 화법을 사용함.

상황에 대처하는 센스가 일품.

 

 

 

흐엉...귀엽지 않습니까..ㅠㅠ

 

아 깜찍하여라... ( ͡° ͜ʖ ͡°)

 

왠지 궁디 뽕냥뽕냥할 것 같고, 귀엽고, 똥배를 가지고 있는, 젊었을 때 좀 잘 생겼을 것 같은 미국 아저씨라니!!!

 

나는 이 소설을 읽었을 때, 왠지 영화화 된다면 Bill Murray가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팍팍 들었다.

 

↓ ↓ ↓ 근거샷 ↓ ↓ ↓

 

 


빌 호지스 현직 (스타) 경찰관 일 때



  

ㅋㅋㅋㅋㅋㅋ은퇴하고나서 공원에서 애기 데리고 장난 칠 땤ㅋㅋㅋㅋㅋㅋ




 은퇴 후, 맥주와 까까를 앞에 까놓으며 TV를 보고있는 빌

 

(나는 빌 머레이를 덕질하려고 이 포스팅을 쓴 게 아닌데 왜 이 아저씨를 보면서 빌 호지스를 떠올리면서 귀엽다고 좋아하는가...ㅠㅠ)

 

일반적인 탐정소설에 나오는 탐정들은 대부분

범죄해결을 하며 흥분하기까지 하는 20%의 광기와 70%의 천재성,

(이성을 향해 눈꼽만큼도 보이지 않는 관심.. 눈물...ㅠㅠ)

5%의 사회부적응적인 아웃사이더 기운, 5%밖에 지분을 차지하지 않는 주변인에 대한 배려(또는 의식)를 지닌 경우가 대부분인데,

 

빌은 옆집 친구랑도 무지 잘 어울려 놀고, 예쁜 여자도 좋아하고, 맛있는 커피랑 쿠키를 먹으면 기뻐한다!

능청스럽게 상황을 빠져나가기도 하고, 범인을 약올리듯이 깐죽거리기도 한다!

 



 살찐 너구리! 라쿤!

 

귀엽다, 귀엽습니다, 짱짱이에요....

 

보면 볼 수록 매력적이에요.

 

(나도 나이가 들었을 때 저런 유쾌함과 지혜를 가질 수 있는 남자와 사랑하고 싶어요!)

 

자세한 매력포인트는 부디, 책으로 확인하시길.

 

 

 

 

한 번 잡으면 손에서 놓기 힘든 소설, <미스터 메르세데스>.

역시 소설왕! 이라는 찬사가 절로 나올만큼 흡인력 있는 필력을 뽑아줍니다.

 

스티븐 킹 최초의 추리소설(탐정소설) 이랬는데,

아니, 이렇게 잘 써도 되는 겁니까..ㅠ.ㅠ

 

추리소설의 특성상 뒤로 갈 수록 갈등과 긴장, 대립이 커져서 가파른 상승곡선을 타다보니 뒤에서 힘이 딸려 무너지는 소설도 종종 있는데,

이건 천장을 뚫고 하늘 꼭대기를 푹푹 찌르는 수준으로 멋지다.

 

 

 


  

처음부터 중간, 마지막까지 모두 골고루 재미있는 <미스터 메르세데스>!


내가 소설을 보는 건지, 영화를 보는 건지 헷갈릴 정도의 생생함을 주는 소설.

 

이제 곧 여름이 다 가고 가을이 온다던데,

더운 여름의 끝자락과 선선한 가을의 초입을

짜릿한 이 책으로 장식하는 건 어떨까?

 

 

  

 

본 포스팅은 출판사 황금가지 에서 실시한 이벤트 '<미스터 메르세데스> 서평단'의 일환으로,

해당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 받아 기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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