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외부자들 - 학교 내부자들은 시작에 불과했다
박순걸 지음 / 교육과실천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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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개요)

 

경남 밀양 밀주초등학교 교감인 박순걸 선생님(이하 박선생님)이 학교 교육 활동에 부적절하고 불합리하고 부당하고 불필요하고 불편한 부정적인 영향(요구, 민원, 지시, 강요, 어려움, 폐해, 지장, 곤란)을 끼치는 학교 외부의 존재들(개인, 집단, 기관)의 문제점들을 자신의 직접적인 경험과 간접적인 관찰을 바탕으로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이것들을 극복하려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는 자신의 경험(성공과 실패, 아직도 진행 중인 투쟁과 노력)을 나누며, 이런 문제들을 없애기(줄이기) 위한 방안을 제안(촉구, 권유, 호소)하는 글들을 모은 살아있는 책이다.

 

. 평자 소개

 

나는 고등학교 교사(영어)로서 약 26년간 교실 안에서수업과 학생 지도를 했고, 그동안에 비교적 편하게 지낸 1년을 제외하고 학급담임교사 16, 부장교사 9년을 맡았다. 그러다가 원하지도 않았고 준비하지도 않았는데 어쩌다가 교육전문직(장학사)이라는 이름으로 불려가 교육청에서 3년 반을 근무하고 그 후 고등학교 교감 2년 반(1개교), 교장 4(2개교)으로 근무했으니 10년을 교실 밖에서근무했다. 돌아보면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좋은 기억과 경험도 있었지만, 후회와 아쉬움, 실패와 좌절도 많았다. 자신의 실책으로 인한 자책감이나 겪지 않아도 되는 일들 때문에 잠 못 이루는 일도 적지 않았지만, 가르치는 일에 즐겁게 노력하려는 마음은 늘 가지고 있었다.


교육청에 근무할 때에는 내 생각이나 의견을 반영할 여지 없이 어쩔 수 없이 수행해야 하는 일들이 많았기에 진부한 말이지만 본의 아니게학교나 선생님들에게 학교 외부자의 하나로서 폐를 끼치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도 학교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도우려고 할 수 있는 대로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교감이나 교장으로서 근무할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언젠가 새로 부임한 학교 교장실에서 행정실장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그분이 다른 교장선생님들은 학교 경영(시설, 재정)에 관심이 많은데 최교장선생님은 학생들에게 관심이 많은 분이시네요.”하는 말을 들었다. 그분은 나름 훌륭한 행정가였기 때문에 나로서는 좋은 뜻으로 한 말로 이해하고 내심 기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교장이 학생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이 신기하게 보인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내가 학생들에게 들은 최고의 찬사는 수업에 사랑이 가득 담긴 선생님이라는 말이었고, 언제 누가 지었는지 모르지만 counselorsam이라는 별명이 내 교직생활에서 얻은 최고의 선물이다.

 

. 박선생님과의 인연

 

내가 10여 년 전부터 꾸준히 활동한 덕분에 페이스북에서 박선생님도 만나게 되었다. 박선생님은 페이스북에 학교 현장에서의 희로애락과 함께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학교 안팎에서 교육 현장의 문제점들에 대해서도 숨김없이 이야기하는 분이라서 많은 공감을 하면서 좋아하고 존경하게 되었다. 박선생님의 노력이 좋은 결과를 낳을 때에는 덩달아 기쁘고, 어려운 문제를 얘기할 때에는 함께 아팠다.

 

. 책 속으로

 

박선생님과 나는 지역 배경이 다르고 가르치고 일한 곳이 초등학교와 중등학교라는 다름도 있다. 하지만 학교라는 공통점과 학교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들의 유사점 때문에 박선생님이 앞서 쓰셨던 [학교 내부자들]이나 이번에 쓰신 [학교 외부자들]의 내용에 생소한 것은 거의 없다. 학교는 독립된 교육공동체(기관이란 말은 별로 안 좋다)이므로 학교마다 다른 점들이 있을 뿐이리라.

 

1부 학교를 힘들게 하는 학교 외부자들

 

교육계의 하나회라고 할 수 있는 교육계 내부의 사조직의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있다. 어느 집단에나 어느 정도의 사적인 모임이야 있지만, 문제는 그 모임이 배타적인 이권 단체가 되는 것이다. 나는 사적인 모임을 거의 참여하지 않는 외톨이에 가까운 사람이라 그런 조직으로부터 별 영향(이익이나 피해)을 받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조직을 만들고 거기에 가담하여 영향을 주고받으려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


언론: 학교를 무너뜨리는 외부자들은 나도 분개한 일이 적지 않은 문제이다. 지금도 그런 일이 있느냐고 반문하고 싶지만 잠복해 있다고 본다. 첫 학교에서 학생들이 절도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된 일이 있었다. 지방 주재 기자가 그 사건을 보도하면 학교의 명예에 금이 가기 때문에 교장선생님이 기자를 아는 선생님을 보냈다. 다녀온 선생님이 기자에게 들은 말이 어이가 없다. ‘교장이 와야지 당신(같은 하급자)이 와서 되겠어? 그리고 맨입으로 되냐?’ 이런 투였다.


지금은 없어졌기를 바라지만 아직도 치가 떨리는 일이 있다. 교감선생님과 같은 방에 근무하던 때의 일이다. 새로 승진해 부임한 교감선생님에게 걸려오는 축하인사(?)가 많다. 그런데 이름도 성도 모르는 사람이 전화해서 축하 폭탄을 던진다. ‘00신문 지국장입니다. 우리 신문사에서 발행하는 00 잡지를 1년 치만 구독해 주십시오.’ 이런 것이다. 내가 교감으로 부임하였을 때에도 학연을 들이대며 비슷한 요구를 해온 사람이 있어서 화딱지가 났던 경험이 있다.


교감으로 근무하던 어느 날은 교장실에 손님이 왔다고 오라고 하셔서 가봤다. 텔레비전에서 많이 본 사람과 모르는 사람이 함께 있었다. 그 모르는 사람이 당시 지방방송국 간부였던 분을 통해 학교에서 특강을 하게 해달라는 청탁을 하러 온 것이었다. 교장선생님은 어쩔 수 없이 수락하고 시간을 마련해 보라고 하셨다. 그런데 그 강사의 강의는 그 학교 학생들에게 전혀 적절하거나 유익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날 이후 학생들 볼 면목이 없었다.


교과서 문제로 온 나라가 떠들썩한 적이 있었다. 선생님 한 분이 문제의 교과서의 공동저자로 참여한 적이 있다. 그 선생님은 전공 분야의 필요한 내용만 써주었기에 아무 잘못이 없다. 그런데 언론사에서 수시로 전화를 해서 그 선생님을 괴롭혔다. 어느 날은 이름도 모를 사이비 언론사 기자가 카메라를 들고 교실로 향하고 있었다. 출입자를 통제하지 않던 때였다. 다행히 내가 교실을 돌아보는 중에 발견하여 내쫓았지만 참으로 기분 나쁜 일이었다.


언젠가는 어떤 교육 문제를 전문으로 다루는 무명 월간지 기자가 찾아왔다. 학교 교육활동을 소개하여 학교 홍보에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었다. 교장선생님이 승낙하여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고 교장선생님 인터뷰 사진까지 찍었다. 그런데 취재를 마치고 나서 그 월간지를 00부 구입해 달라는 요구를 했다. 실랑이 끝에 없었던 일로 하고 보냈지만 씁쓸한 일이었다.


학교나 교육청에서 홍보를 위하여 소위 보도자료라는 것을 내기도 한다. 그러나 많은 경우 학교에서 일어나는 안 좋은 일들(교직원의 문제, 시험 문제, 학교 폭력 문제, 급식 문제)을 취재하여 학교에서 해결해야 하고 해결할 수 있는 교육적 문제들을 사실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고 보도하여 어렵게 하는 일이 지금도 있을 수 있다.


교육보다 법을 앞세우다에서 이야기하는 것도 그와 비슷한 상황이다. 선생님들이 교육 전문가이고 학교 교육의 책임자인데 학교에 대한 오해나 민원을 사실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법을 앞세우고 외부 세력(학부모가 권력자라고 여기는/착각하는 기관, 언론, 사람)을 동원하여 자기에게 유리하게 영향을 미치려고 하는 학교 외부자들이 학교를 어렵게 한다.


컨설팅: 안물안궁은 많이 달라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갑과 을의 입장이 다를 수 있다. 우리 지역에서는 수석교사의 수업 컨설팅에 대해서는 좋은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학교 내에도 다양한 경력과 경험을 가진 동료 교사, 교장, 교감이 있으므로 특별한 필요가 없는 한 안 하면 좋은 일이다.


무례한 업무메일’, ‘업무메일의 위력공감이 되는 이야기이다. 꼭 필요한 경우에만 그것도 업무 담당 장학사와 교감 사이에만 오고가면 좋겠다. 주무관의 업무메일을 인사말도 없이 일면식도 없는 교감이나 교사에게 보내는 것은 그야말로 무례한일이다.


뒤돌아보지 마시라를 읽다가 박장대소할 뻔했다. 아니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어느 학교에서 급식실 비품을 교체할 때가 되어 예산이 배정되었다. 퇴직한 교육청 간부(안면이 있는 분)가 찾아왔다. 명함을 보니 00업체 소속이다. 영양사와 선정위원들에게 당부했다. 나를 찾아와 부탁한 업체가 있는데 얘기하지 않을 터이니 학생들에게 가장 좋은 업체의 제품으로 선정해 달라고. 학교와도 관련되어 교장들이 투표권을 행사하는 단체의 대표를 선출하는 선거가 있다. 이런저런 인연으로 퇴직한 분들이 부탁을 해오는 일도 있다. 압력을 느낄 정도는 아니지만 뒷맛이 씁쓸하다. 퇴직한 선배들이 부탁하는 일은 그밖에도 많다. 학교 자체로 해야 하는 기간제 교사나 교육공무직원 채용, 운영위원이나 학부모회 임원 선출에까지 청탁이 들어오기도 하였다.


공과 사에서 지적하는 내용이 관행적으로 아직 계속된다면 빨리 사라져야 할 것이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이나 다른 공적인 SNS를 통해 직원, 특히 상급 기관의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의 애경사 등 사적인 알림을 무작위로 보내는 것이다.


‘KTX의 편리와 바꾼 불편은 밀양 밀주초의 특수한 상황이기도 하지만 상황이 다르더라도 접대용방문 코스가 되어 불편을 겪는 학교가 어느 지역에나 있다. 무슨 행사가 있으면 언론 취재에 응할 것을 부탁하는 학교, 소위 윗분이 방문할 때 지정해서 손님 좀 받으라고 부탁하는 학교가 있을 수 있다. 우리 지역에서는 교육청에서 적절하게 안배를 하여 특정 학교에 부담을 많이 주는 것을 피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편이다. 정말 불편한 상황은 교육감 선거철이 되면 학부모 모임에 교육감을 초대하여 특강이나 인사를 할 기회를 마련해 달라는 부탁을 받을 때이다. 평소에는 관심이 없다가 선거철에는 관심이 폭발하는 것일까?


그밖에도 여러 가지 문제를 얘기하였는데, ‘수학여행과 노란버스문제는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었다. 경과 조치도 없이 준비도 안 된 상황에서 학생 체험활동 수송 버스를 모두 노란색으로 해야 한다는 결정이 나온 것이다. 논란 끝에 정리가 되기는 했지만 그 사이에 학교와 학부모, 학생들이 겪은 불편이나 고생은 누가 보상할 것인가?

 

2부 외부자보다 못한 학교 내부자들

 

여기에서는 학부모의 완장질 문제, 어려운 업무를 피하려는 교사들의 문제, 좀비교사와 포장교사, 진상교사의 문제, 교무실과 행정실 사이의 업무 배분 문제, 교감과 교장의 역량과 업무 추진 방식 등 [학부 내부자들]에서 다루지 못한 학교 내부자들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내가 겪은 학부모의 완장질이 떠오른다. 학교운영위원 경력만 십 년이 넘고 그중에 위원장도 수년을 했다고 자랑하는 사람이 자기 자녀의 사소한 문제로 상황을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교장, 교감에게 협의도 하지 않고 학년 교무실에 가서 선생님들에게 말로 할 수 없는 치욕을 안겨준 일이 있다. 다행히 해당 학생이 얘기가 통하는 아이여서 내가 얘기하고 달래서 상황은 정리되었지만 참으로 안타깝고 서글픈 노릇이었다.


어느 학교에서는 입학도 하기 전에 예비 학부모가 학교 급식실 비품 구입에 관여하여 압력을 가하려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있었다.


학업성적 평가(시험문제)나 생활지도(학교폭력) 문제로 학부모와 대립하거나 충돌하여 학교를 어렵게 하는 일도 있다. 발신자 주소에 ‘00고등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일동이라고만 적혀 있는 편지가 내 앞으로 전달되었다. 수신자를 보니 청와대였다. 청와대에 민원을 낸 것이 담당 부처를 거쳐 우리 교육청에 내려왔고, 내용을 보니 성적 관련 민원이라서 감사실에서 조사해야 하는데 민원인이 자기를 밝히지 않을 경우에는 감사 대상이 될 수 없으니 해당 학교에 상황을 알아보고 대응책을 도와주라는 것이었다. 학교에 알아보니 만나서 얘기하자고 해도 얼굴도 내밀지 않고 몇 달 동안 자기를 밝히지 않은 학부모가 계속 전화질을 해서 교장, 교감이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었다.


어느 학교에서는 시험 기간 중 공결 처리 문제로 민원이 발생하여 교감선생님이 도와달라는 호소를 해왔다. 업무담당자로서 필요한 규정과 절차, 학교에서 처리한 과정을 확인한 결과 부당하게 처리한 것이 없었다. 학부모에게 직접 전화하여 어렵게 설득하고 상황이 종결되었다. 그 교감선생님은 내가 도와주어서 학교가 살아났다고 무척 고마워했지만 그 일로 몇 달 동안 학교가 겪은 고초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어느 학교에서는 영어시험문제에 대한 민원이 제기되어 골머리를 앓다가 도저히 해결이 안 되어 영어교사이자 업무담당자인 나에게 도움을 청해왔다. 영어권 나라에 유학하여 박사학위를 받은 학부모가 교사를 무시하고 자기가 옳다고 고집하여 대화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교감선생님을 통해 그 학부모의 양해를 구하고 내가 직접 전화를 했다. 문제가 된 문제를 검토한 결과 당연히 선생님이 처리한 것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나도 영어교사라고 밝히고 아무리 높은 곳에 민원을 제기해도 다른 판정을 받을 수 없다고 하여 정리하였다. 흔치 않은 일이지만 없지도 않은 이런 문제들은 고스란히 선생님들의 사기 저하와 학교의 교육력 약화로 연결되고 결과적으로 자기 자식을 포함한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다.


학부모의 민원은 심각하기는 하지만 매일 일어나는 일은 아닐 수 있다. 그보다 더 어려운 일은, 교장·교감의 관점과 동료 교사의 관점에서 느낌이 다를 수는 있지만, 좀비교사와 진상교사의 폐해이다. 좀비교사란 자기의 편리, 자기의 권리는 다 챙겨 먹고 그러지 않는 동료 교사를 조롱하기까지 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이런저런 구실로 학급 담임도 맡지 않으려 하고 당연히 수업에도 충실할 리가 없다. 진상교사는 개인적인 일이나 교육활동에서 상식을 벗어나 제멋대로 행동하여 위화감을 조성하고 학교를 어렵게 하는 교사이다.


포장교사는 자신을 드러내어 외부에서 좋은 평가를 얻기 위해 학생과 교육활동 성과를 자기 포장의 도구로 삼는 교사이다. 그런 사람은 교장에게는 적당히 아부하여 훌륭한 교사라는 평가를 받으려고 하고 이를 바탕으로 외부 강의나 심사 같은 여러 가지 교육청 일에 참여하여 몸값을 올리고 더 나아가 교육전문직으로 진출하는 데에 유리한 길을 챙기려고 한다. 자기의 할 일을 하면서 그런 길을 가는 이도 있어서 싸잡아 비판할 수는 없지만 학교 문화에 득이 되는지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 진상교사나 좀비교사는 가는 곳마다 폐해를 남기고 기피 대상이 되기 때문에 이들을 걸러낼 적절한 방안이 마련되어야 학교가 살아날 수 있다.


교장과 교감의 바람직한 역할에 대한 고민은 박선생님의 주요 의제 중 하나이다. 모두가 훌륭한 교장을 고대하지만 현행 교장 승진제도에서는 훌륭한 교장을 배출하기 어렵다는 것, 그러므로 승진제도의 폐단을 검토하여 훌륭한 교장이 많이 배출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박선생님의 소망이자 알 만한 사람들이 공감하는 것이다.

 

3부 학교 외부자들을 위한 제언

 

학교에 웬만큼 근무한 선생님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지금까지 박선생님이 제시한 문제점들을 직접, 간접으로 겪기 때문에 이 책의 내용을 실감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사적인 자리에서 누구나 하소연하고 분개하고 공감하고 위로하면서 참아내고 있을 것이다.


박선생님은 이 책에서 많은 사람이 알면서도 말하기 어렵거나 말하기 싫은 얘기들을 공론의 장으로 끌어낼 뿐만 아니라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고 학교를 살리기 위한 자신의 외로운 싸움, 불굴의 노력, 성공과 실패, 희망과 좌절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실천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며 함께 그 길을 가자고 호소하고 있다.


3부에서 박선생님이 현장에서 경험하고 실천하고 관찰하면서 고민한 것들을 바탕으로 제시하고 호소하는 것들을 몇 가지만 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누구나 공감할 얘기이다.


1) 학교에서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나 학교 교육활동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로 학교와 교사가 시달리게 하지 않아야 한다.

2) 새로운 학교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교장, 교감선생님들이 연구하고 힘써야 한다.

3) 선생님들이 수업과 생활지도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교무행정지원팀을 효율적으로 운영한다.

4) 학생 교육에 전념하는 교사가 적절한 대우를 받고 제대로 가르치는 교사가 교장이 될 수 있도록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4부 학교 내부자들을 위한 제언

 

학교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한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모르는 사람이 볼 때는 사소한 문제들일 수도 있지만 학교 교육활동에 사소한 것은 없다. 어느 학교에 부임했을 때에 중앙 현관에 학생들이 보이지 않아서 의아했다. 알아보니 전임 교장선생님이 중앙현관에는 학생들이 출입하지 못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당장 고치도록 하니 학생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먼 옛날의 이야기가 아니다.


학교 안에서 선생님들이 교육활동에 전념하고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끊임없이 고민하고 더 좋은 길을 찾아야 하는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교육활동과 행정업무 나누기, 학생자치 지도, 학부모와의 관계, 교육과정 운영,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잘해나가야 하는 교장과 교감의 역할 등등.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들을 슬기롭게 이끌어갈 학교의 대표자, 경영자, 관리자(별로 쓰고 싶지 않은 말이다)인 교장(그리고 교감)의 자질과 역량과 도덕성과 역할임을 박선생님은 되풀이하여 강조하고 있다.


민주적인 교장은 집단지성의 의견을 모아낼 줄 알아야 하고, 합의되고 결정된 의견이 잘 반영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어야 하며, 교사의 민주적인 경험들이 온전히 교육과정에 녹아서 교실의 장면 하나하나에도 반영될 수 있도록 문화를 만들 수 있는 교장이다.”(227)

 

5부 학교의 미래: 밀주초 이야기

 

밀주초 이야기는 감동적이다. 박선생님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진과 함께 올라오는 밀주초 이야기를 읽으면서 상상하고 있었기에 새삼스럽지는 않지만, 책을 통해서 알고 보니 놀라움이 더 크다. 여러 가지 이유로 무너져가는 학교, 학생도 학부모도 교사도 가고 싶지 않은 학교를 몇 년 만에 확 바꾼 것을 자세히 알 수 있다.


박선생님이 교감으로 부임할 때 밀주초가 좋은 학교가 아니었던 것은 주변 환경, 학부모의 불신과 불만과 민원 때문이었다. 그로 인해 선생님들이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고, 그 결과 학교가 힘을 쓸 수 없었을 것이다. 박선생님은 학부모와의 대화를 통해 그들의 불만을 듣고 함께 해결하여 좋은 학교를 만들어가자고 설득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선생님들을 위해 교사와 행정업무를 분리하여 선생님들이 온전히 학생들과 함께 숨 쉴 수 있도록 했다. 새로 부임할 선생님들에게 먼저 전화하여 편안한 마음으로 새 학교에서의 생활을 시작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학부모와의 갈등이 생기면 교감으로서 직접 나서서 해결하였다. 학부모가 학교를 살리는 주체로 참여하도록 함으로써 학교 분위기를 확 바꿨다. 물리적인 환경 개선에도 힘써서 운동장을 놀이동산으로 바꾸고 지역사회 주민도 언제든지 쉼터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러한 학교를 만들기 위한 박선생님의 마음가짐과 실천 노력은 교감의 다짐, 그리고 민원에 대한 태도’(284)에 명료하게 드러나고 있다. 첫째, 선생님들이 수업과 생활지도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한다. 둘째, 학교 텃밭을 만들어 자연생태교육에 도움이 되도록 한다. 셋째, 아침마다 교문에서 학생들을 맞이하면서 전교생의 이름을 외운다. 넷째, 중간놀이시간 30분간 선생님들이 수업준비와 휴식을 할 수 있도록 교감이 학생 안전을 지킨다. 다섯째, 교무실무사들이 점심시간에 쉴 수 있도록 교감이 교무실을 지킨다.


박선생님은 모두가 교장인 학교를 꿈꾼다(302). 학교 구성원 모두가 서로 존중하며 즐겁게 열심히 일하는 학교, 그래서 학생과 학부모, 학교 교직원 모두가 행복한 학교이다.


박선생님은 밀주초가 여전히 논쟁이 있는 학교라고 한다. 하지만 밀주초는 논쟁을 통해 그만큼 더 성장한다는 말로 책을 마무리하고 있다.


에필로그에서 박선생님은 교육을 다시 세우기 위하여 선생님들께 드리는 마지막 간곡한 부탁을 하고 있다. 첫째, 교실부터 민주적인 문화를 만드는 데 노력해 주세요. 둘째, 가르치기보다 이해해 주세요. 셋째, 동교교사와 소통하고 학부모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 주세요.

 

. 여미는 이야기

 

이 책과 먼저 나온 책 [학교 내부자들]을 읽으면서 이런 책을 진작, 내가 퇴직하기 전에, 아니 내가 교사로 첫발을 뗄 때, 아니면 교감이 되고 교장이 될 때라도 읽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하였다.


혁신학교란 것, 과거에도 여러 이름으로 실험적인 학교를 만들자고 했고 많은 경우 공론에 그쳐 버렸거나 용두사미가 되어버렸기 때문에 혁신학교란 이름이 적절한지 모르겠다. 이름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학교를 학교답게 바로 세우는 것이리라.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 교육제도와 정책, 정권에 좌우되지 않는 교육의 독립성, 학교를 지원하는 교육행정 등 모든 것의 기초가 바로 서야 한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이상과 현실에 괴리가 생겨 안타깝다. 학교를 어렵게 하는 여러 가지 학교 외부자들의 문제도 작지 않고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은 살아나야 하고 학교는 살아있어야 한다. 살아있는 학교를 만드는 것은 학교교육의 주체인 학생, 학부모, 교직원이다. 그리고 지역사회이고 학교를 지원하는 기관이다.


글로만 알고 지내지만 박선생님은 공인 이전에 개인적으로도 인격과 가정생활 등 모든 면에서 훌륭한 분이라고 생각하고 존경한다. 그런 바탕 위에서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노력해 오신 박선생님의 학교 살리기 운동(?)은 이 시대의 하나의 모델이자 좋은 열매로서 누구나 참고하고 본받을 만한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 책은 이 나라의 모든 선생님들, 학부모들, 교육정책 및 교육행정 담당자들, 교육학자와 연구자들이 함께 읽고 마음에 새기고 참고하고 실천하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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