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소리도 내지 않으려는 소리.소설가 존 어빙이 쓴 표현이다.여기 묶인 마흔개의 글이 나를 멈춰 세웠던 미술품의 매혹에 관해 결국엔 아무것도 이야기 할 수 없다고 고백하는 이야기가 되리라는 걸 나는 처음부터 얼마간 알고 있었다.여태 영화를, 음악을,혹은 인간을 글로 기술하려고 할 때마다 그들의 실체를 온전히 포착할 승산이 곧 1밀리그램도 없었으니까.성난 당신은 쏘아 붙일지도 모른다.그렇다면 왜 이 글을 썼지?오래전 한층 무거운 명제에 승복했기 때문이다. 아무말도 할 수 없다는 말을 전력을 다해 정교하게 이어가는 작업, 불가능성을 확인하는 문장을 성실하게 누덕누덕 기워가는 노동 외에 이 세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는 진실.그러니 용서해 주길.누구나 아침에 허겁지겁 눈을 뜨고 밤이면 뒤척뒤척 구차하게 잠을 청해야 하는 이 삶을 지속하고 심지어는 사랑한다면, 존재의 핑계 하나쯤은 필요한 법이다.`-김혜리 <그림과 그림자> 중에서-김혜리 평론가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김혜리 의 글을 읽으면 새삼스레 한글의 아름다움을 실감한다.비평으로 쓰여진 글이 때론 그 예술 작품 보다 아름다울 수 있을까?김혜리의 글을 읽고나면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긍정을 하게 된다.